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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북로드/2011.02.11
이 동네에서는 좀 오래 걷는다 싶으면 먼 친척 하나쯤은 만나게 돼 있고, 누구나가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누가 누구와 어떤 관계인지 훤히 다 알았다. 마을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나돌았고 사람들은 이웃의 실패, 불운, 지병에 대해 침을 튀기며 이야기했다. 알텐하인은 좁은 분지 지형 때문에 개발의 바람이 비껴간 지역이다. 이주해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대를 이으며 그대로 살고 있다. -p.78
이런 마을에서 여고생 두 명이 살해 되었다. 한 남학생에 의해 둘은 살해되고, 사체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말만 하는 남학생에게 들이밀어지는 증거와 증인들은 모두 불리하게만 되고 결국은 악랄한 살인자로 판결을 받아 우등생이였던 남학생은 10년간 살인죄로 복역하고 마을로 돌아온다.
즉, 이 사건의 발단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였다. 토비아스는 스테파니 때문에 로라와 헤어졌고 스테파니는 다시 토비아스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 일로 토비아스는 피로 얼룩진 살인사건을 저질렀고 이때 엄청난 양의 술이 촉매로 작용했다.
그는 재판 마지막 날까지도 두 여학생의 실종에 관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증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친구들은 토비아스에게 욱하는 성질이 있으며 때때로 분을 참지 못해 폭발하고 여자들이 항상 그를 떠받들었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스테파니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모두 토비아스에게 불리한 증언뿐이었다. -p.53
돌아온 마을엔 아버지는 늙고 노쇄해있고, 엄마와는 이혼을, 가지고 있던 문답은 마을의 가장 부자인 테를릴텐에게 헐값에 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때 번영을 이루던 황금 수탉이라는 가게는 창고처럼 변해있고 새로운 흑마라는 가게에 자신의 가게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 주인이 되어 황금수탉의 역활을 해내고 있다.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각기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고, 그 중 선머슴 같던 여자아인 유명한 배우가 되어있었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유일하게 곁을 지킨 선머슴같은 그녀는 출소하는 날에 맞춰서 멋진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
"저도 아멜리가 거기 들어가는 거 봤어요.“다른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 자기 집이 자토리우스 농장 대각선상에 있어서 누가 드나드는지 아주 잘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동네 바보랑 죽고 못 사는 사이잖아?” 과일 코너에 서 있던 뚱뚱한 여자가 말했다.
“그래그래.” 여자 서넛이 서둘러 맞장구를 쳤다.
“그게 누구죠?”
“티스 테를린덴이요.” 미용사가 대답했다. “정신이 이상한 애예요. 한밤중에 동네로 숲으로 막 헤매고 다녀요. 실종된 애한테 무슨 짓을 하고도 남아요.”
다른 여자들이 서둘러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텐하인에서는 언제나 이렇게 일사천리로 의심이 퍼져나가는 걸까? 피아와 보데네슈타인은 여자들이 말하도록 내버려두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들은 소문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경찰의 존재도 잊은 채 실컷 수다를 떨었다.
“진즉에 정신병원에 집어넣었어야지”한 여자가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누가 테를린덴한테 그런 말을 해? 일언반구도 못하지.”
“직장에서 잘리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테를린덴한테 마지막으로 대들었던 사람이 누구야? 알베르트 슈네베르거였잖아. 그 사람 어떻게 됐어? 먼저 딸 실종됐지, 그다음엔 가족이 다 떠났잖아.”
“그래, 그러고 보면 테를린덴이 자토리우스네를 도와준 것도 참 이상해. 그 집 아들들이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닐까?”
“게다가 라르스도 그때 바로 사라졌잖아.”
“그거 들었어? 세상에 테를린덴이 그 살인자한테 자기 회사에서 일하라고 했대! 그게 말이 돼? 어서 마을에서 쫒아낼 생각은 않고!!”
순간 수상한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방금 나온 말이 뭘 의미하는지 마음속으로 되새겨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모두 한꺼번에 입을 여는 바람에 가게는 시장 바닥이 되었다.
피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끼어들었다.“그 테를린덴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그제야 여자들은 가게에 자기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온갖 핑계를 대며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빈장바구니를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남은 사람은 계산대 뒤에 있는 마고트 리히터뿐이었다. 그녀는 점잖은 가게 주인들이 그러하듯이 손님들 대화에 끼어들ㄷ지 않았다. 그저 귀만 열어놓고 있었을 뿐이다.
“손님을 쫓아낼 생각은 아니었는데…….”피아가 미안한 듯 말했다. 가게 주인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요. 어차피 다시 올 거예요. 클라우디우스 테를린덴은 테를린덴 회사의 사장이에요. 저기 공단에 있는 큰 회사 있죠? 그게 다 그 사람 거예요. 테를린덴 집안은 수백 년 전부터 여기 살았어요. 그리고 그 집안이 아니면 이 마을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을걸요.”
“그게 무슨 뜻이죠?”
“테를린덴 사람들은 마을에 돈을 많이 써요. 청년회, 부녀회, 소방대, 교회, 초등학교, 도서관 모두 그 집안 후원을 받아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가문의 전통이죠. 그리고 아까 ‘동네바보’라고 불린 그 아들 있죠? 이름이 티스인데 아주 착한 청년이에요. 파리 한 마리 못 죽인다고요. 그 여학생한테 티스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볼게요. 아멜리 프뢸리히를 아시나요?”
“그럼요.” 그녀가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걔 모르면 간첩이죠. 화장을 그렇게 요란하게 하고 다니는데! 그리고 내 딸이 운영하는 흑마에서 일하니까, 잘 알죠.”
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이번에도 반장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 멍하니 서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학생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마고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곧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피아는 즉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그녀가 서 있는 자리에서 황금 수탉이 아주 잘 보였기 때문이다. 테를린덴의 아들에 대한 수다는 의도된 것이었다. 사실은 모두가 하르트무트 자토리우스의 아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한 번 그런 짓을 한 사람이 두 번은 못하겠는가 하는 논리리라. -p.232~p.235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마을사람들은 쌀쌀맞기만 하다. 물론 환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죗값을 치룬 그에게 너무하다싶을 정도의 린치와 따돌림이 가해진다. 마을로 돌아오고 얼마 있지 않아 이혼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가 갑자기 강도를 당하게 된다. 마을은 철저히 살인자를 내몰려고 한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게 아니지.. 싶다. 그리고 읽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이기심에 몸서리치게된다. 마을의 모든 이는 다들 자신이, 가정이 다칠까봐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니 자신들의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마을에 발도 못 붙이게 하려는 속셈이였다. 그런데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이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마을에서 다시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범인으로 다시 주인공을 의심하게 되지만, 피아라는 여형사는 주인공이 예전의 사건에서도, 지금의 사건에서도 범인이 아닐 거라는 직감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40세의 주부다. 남편의 소세지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지명도 실제 독일에 있는 지명을 그대로 썼다고 한다. 글은 재미있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