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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회색인간 뒤 읽으면 좋을 책이다.

5개의 단편을 한 권으로 묶었다. 가독성이 좋아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며 어렵지않다.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하거나, 숨은 이야기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물귀신의 하루는 한가하고 지루하다. 찾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없는데 하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물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거나, 못생긴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p.43

세상에 물귀신과 숲귀신의 러브스토리라니! 싶다가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다가가거나, 안개 낀 날 고요한 표면 위로 희끄무레한 손목을 흔든다거나, 물장구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사람들은 매번 놀라 도망갔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 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p.44

우리가 흔히 물귀신이라고 하는 것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쓸 생각을 하다니! 신박하다. 하며 읽는다. 그러나, 이내 물과 숲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에 맘이 빼앗기게 된다.

물은 폭우를 기다렸다. 물귀신이 땅을 밟을 수 있을 때는 비가 와서 하천이 범람할 때뿐이었다.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날. 그런날에는 어차피 다들 뭔가 선을 넘으므로 물도 물에서 나갈 수가 있었다. 숲에게 가기 위해서는 비가 필요했다. 하천이 범람할 정도로 많은 비가.p58

그들의 썸에 맘을 졸이다가, 어떻게 될까.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슬며시 맺히는 눈물...

무엇보다 내가 제일 좋았던 것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다.

"기회는 세 번이야. 시간을 되돌려 줄까?"

딱 세 번의 기회! 내가 바꾸고 싶은 시간으로 돌아가 현재의 일어난 일을 바꾸어낸다. 그리고 세번의 기회. 두 개의 이야기가 한 장에 들어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는지! 놀라웁다!

물귀신의 하루는 한가하고 지루하다. 찾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없는데 하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물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거나, 못생긴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P43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다가가거나, 안개 낀 날 고요한 표면 위로 희끄무레한 손목을 흔든다거나, 물장구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사람들은 매번 놀라 도망갔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 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 P44

물은 폭우를 기다렸다. 물귀신이 땅을 밟을 수 있을 때는 비가 와서 하천이 범람할 때뿐이었다.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날. 그런날에는 어차피 다들 뭔가 선을 넘으므로 물도 물에서 나갈 수가 있었다. 숲에게 가기 위해서는 비가 필요했다. 하천이 범람할 정도로 많은 비가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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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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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만에 강화길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처음 강화길의 [손]을 읽고 강화길의 글에 매료되었다.

이번에 만난 으스스한 소설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가장 강화길 다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2020 젊은 작가상대상을 수상한 강화길의 음복에서도 강화길의 한 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화길의 작품은 하나하나 곶감을 빼 먹듯 읽어냈다.

올 여름 마지막 더위와 함께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스산한 느낌으로 오싹함을 느끼게 했다.
책 표지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하지만 색감과 그림또한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과 찰떡이다! 저 커튼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야기에 매료 되어 책을 덮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아무도 없는 밤 독서등 하나만 의지한 채 책장을 넘기면 내가 주인공인지, 독자인지를 헷갈리는 그 때가 오게 된다. 몰입.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잠자는 시간이 그만 큼 줄어버리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김진명의 소.설. 을 읽다가 혼돈이 왔다. 이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말이다. 그랬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이게 소설인지..아닌지.. 힘들어지게 된다. 이것은 소설에 불과하다.

조선최초의 호텔은 인천에 있는 대불호텔이다. 그 대불호텔을 소설 속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그 호텔은 청인인 차오, 뢰이한, 연주, 영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1,2,3부로 1부에서는 작가인 주인공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와 그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으스스하다. 곱씹으며 읽으면 읽을 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주인공은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들ㅇ릉 들으며 보며, 결국에는 쓰고자 하는 글 조차 쓰지 못한다.

소설을 쓰는 그녀가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절망, 분노, 원한, 배신감, 과 같은 단어가 줄줄이 나온다. 그 뜻을 차곡차곡 풀어낸다.

악의와 원한 같은 단어는 소설에서 이물감없이 등장하고, 소개되고, 풀어낸다. 읽는 순간순간 아.. 하고 맞장구 치게 된다.


 
 

 
 

드디어! 대불호텔과 연주, 영현, 이방인인 셜리가 대불호텔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오싹! 소름이 돋는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이야기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상태. 그 상태로 활자에 빠져든다.

역시 강화길이라 가능 한 일이다. 여기저기 으스스한 소설추천 대불호텔의 유령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을 글 속에 들였다. 그리고 그 유령이 내 침대 밑에, 의자 밑에. 방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글을 읽는데 AR을 체험하는 느낌이다.


 
 

피가 튀고, 누가 누굴 죽이고, 찌르고, 베어내는 참혹함은 없다. 외려 그런 것들이 글로 나왔다면 혐오스러웠을 것이다.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심리적으로 으스스함을 배가 시킨다.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결국엔 책을 읽지만, AR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역시! 강화길이기에 가능하다.

한 여름 더위에 맞설 수 있는 으스스한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 아마 여름 집중하여 읽기 좋은 소설로 남지 않을까 싶다~!!


 




악의가 나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p.59

그 순간이었다. 쇠창살 사이로 누군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어? 나느 쇠창살 앞으로 다가섰다.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럴수가. 어떤 여자가 호텔 터 한가운데 서 있었다. 분명히 출입금지라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갔지? 관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녹색 재킷에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베이지색 치마를 입었고, 머리는 한 갈래로 묶고 있었다. 호리호리했지만 키는 별로 크지 않았다. 입술이 매우 붉고 도톰했는데, 내가 알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더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p.66-67

연주의 표정이 보기 좋았다. 그래. 저 당당한 얼굴 때문에 나는 늘 그녀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오고 싶은 것이다. 한 명당 백오십환,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연주를 대할 때는 당숙모를 마주하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옥죄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일을 맡겼고, 나는 그에 부응하면 됐으니까. 그래 ‘동등’p.103-104

폭탄이 떨어지던 날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가족들은 우왕좌왕했다. 추측이다.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 나는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도망쳤으니까. 나는 혼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서웠다. 나는 갯벌에 납작 엎드렸다. 축축한 진흙에 몸 전체가 젖었다. 난느 얼굴까지 땅에 처박았따. 진흙맛이 느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떨었다. 그 와중에도 젖은 몸에서 나는 축축한 느낌이 싫었다. 손 끝에 만져지는 미끌미끌한 진흙이 싫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연주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꿈을 꿔. 지금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 그때 일이 계속 반복되는 그런 꿈이야. 나는 갯벌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어. 숨이 막히고,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눈을 뜨면 아무도 없어.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봐.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아무도. 나는 몸을 떨며 옆을 바라봐. 그리고 시선을 멈추고 말지.

거기에는 내가 있어. 길게 옆으로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있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죽어가는 내가 있어.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흔들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봐. 아직 죽지 않은 거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몸이 떨리고 입에서는 침과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는 손을 뻗어 내 눈을 감기는데, 잘 안 돼. 눈꺼풀이 자꾸만 다시 위로 올라가.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결국 나는 손으로 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해. 나는 숨을 막고 울어. 제발 끝내주세요. 이런 마음을 그만 느끼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제발 중단하게 해주세요. 이 삶을. 이 마음을. 이 고통을……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흙맛이 나. 나는 살아 있어.p.128-129

살아 있는 것들은 기껏해야 똑같이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해를 끼칠 뿐이죠. 나는 살아있는 것들은 무서워하지 않아요. 살아 있는 것들이 남긴 것을 두려워하죠. 그건 무엇일까요. 원한, 고통, 절망 그런 것들일까요. 무엇에 원한이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죠. 그렇기에 두렵죠. 실체를 알 수 없으니까요. 자신이 왜 원한을 가졌는지조차 잊어버린 존재들. 그래서 오직 원한만 기억하는 존재들. 지우고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 p.141-142

네 증조할아버지는 세계를 유람한 뒤 각지에서 얻은 영감으로 독특한 건물들을 지었다. 그리고 그 건물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을 기묘한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단다. 조선이라 불리던, 일본의 식민지였던 나라의 작은 항구도시에 가셨을 때의 일이야. 그곳의 한 호텔에서 보낸 하룻밤이 얼마나 기이했던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날이 밝자마자 우마차를 불러 수도로 향했다고 하셨지. 네 증조할아버지는 말씀하셨어. 거기에는 악마가 있었다고! 너는 동양에 대해 잘 모를 테니 그 경험이 어떤 건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악으로 가득한 건물이라.... 덕분에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는 충분히 되었어요. 배신감과 미움, 질투와 실망, 그 감정들이 한데 뒤엉켜 내 안을 흔들었고, 이제 첫 문장을 쓰기만 하면되었죠. p.152

그것은 내게 속사이기까지 했어요. 잘 들어, 제대로 들어, 이런 걸 듣고 싶어했잖아? 이런 걸 원했잖아? 이런 걸로 네 글을 완성하고 싶어했잖아? 모르겠어? 이런 소리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무엇도 쓸 수 없지. 이게 너를 작가로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이곳에서 절대 나갈 수 없어. 여기 박혀서 그 가짜들을 휘갈겨대기나 해! 나는 악의를 느꼈어요. 밖으로 나가려 할수록 그 감정은 더욱 깊어지며 나를 짓눌렀어요. 도저히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었어요.

이전에는 확신이 있었어요. 어떤 곳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사람은 나라고요. 내가 그것을 읽어내고, 그렇게 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진짜가 있어요. 여기서 무언가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에요. 다른 존재예요. 그가 나를 만들고 있어요.

당신들은 진짜인가요?-p154-155

이 건물은, 원한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사람들의 미움을, 증오를 자꾸만 집어삼키는 것 같아. 서로를 배반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p158

지영현과 그 강아지. 종숙이. 피투성이였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찌. 생각해보면 그래. 나는 그 애들을 늘 구분하지 못했어. 종숙이가 지영현과 어울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 그랬어. 그년, 지영현에게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거든. 되바라지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계집애가 하나에서 둘이 된거야. 그것들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어려운 말을 쓰고, 큰 소리로 웃고.....p.232

뢰이한- 저는 중국인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 고향은 람청인데, 저는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고향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지요. 대체 그 고향음식이란 뭘까요? 람청 음식일까요? 인천음식일까요? 어쨌든 저는 계속 그 음식을 먹고 싶어요. 그리고 만들고 싶어요. 아마 앞으로 제가 만드는 음식은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 되겠지요. 고향이 없지만 고향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 고향이 없기에 고향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p.284

결국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매일매일 할 수 잇는 일을 하면서 그냥 계속 살아나가는거. 삶은 그런 식으로 지속되는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 마음이 결국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p.301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소리들이 나를 쫓아왔기 때문이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는 복도에서 한 번 넘어졌고, 급히 일어났다. 울면서 마당으 ㄹ뛰었고, 문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서웠다. 그 소리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감정들이, 그 끔찍한 비명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후회하는가.


이제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말할 수 있다. 절대 풀리지 않는 원한.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망치고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마음.


악의. - P49

그전에는 이야기 속으로 도망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허구의 세계를 상상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요. 저는 그런 저를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해요. (중략)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게 돼요."


원한.

누군가에게 쏟아 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 - P56

그 악의를 향해 침을 밷어주고 싶었다. 그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이 개 같은 것들. 다 죽여버리겠어.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가. 안 그래? 나는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 나도 원한을 품겠다. 너희들에게. 바로 너에게. 그 역겨운 목소리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 어떻게든 소설을 쓰겠다. 반드시 쓰겠다. 아주 괴팍하게 쓰겠다. 잔인하고 못된 감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쓰겠다. 원한을 가득 품으리라. 그래서 나 역시 악의를 돌려주겠다. 나도 너희를 , 너를 얼마든지 죽이겠다. 그 목소리들을 낱낱이 찢어놓으리라. - P58

연주를 대할 때는 당숙모를 마주하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옥죄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일을 맡겼고, 나는 그에 부응하면 됐으니까. 그래 ‘동등’ - P104

폭탄이 떨어지던 날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가족들은 우왕좌왕했다. 추측이다.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 나는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도망쳤으니까. 나는 혼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서웠다. 나는 갯벌에 납작 엎드렸다. 축축한 진흙에 몸 전체가 젖었다. 난느 얼굴까지 땅에 처박았따. 진흙맛이 느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떨었다. 그 와중에도 젖은 몸에서 나는 축축한 느낌이 싫었다. 손 끝에 만져지는 미끌미끌한 진흙이 싫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연주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꿈을 꿔. 지금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 그때 일이 계속 반복되는 그런 꿈이야. 나는 갯벌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어. 숨이 막히고,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눈을 뜨면 아무도 없어.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봐.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 P128

이 건물은, 원한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사람들의 미움을, 증오를 자꾸만 집어삼키는 것 같아. 서로를 배반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 - P158

결국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매일매일 할 수 잇는 일을 하면서 그냥 계속 살아나가는거. 삶은 그런 식으로 지속되는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 마음이 결국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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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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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떠 있을 때 난 창원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업을 하여 업으로 삼았던 남동생은

“책상에만 앉아있던 누나 니는 이런 일 절대 몬한다. 하지마라. 그런 일을 와 하노? 하루종일 서 있어야 되고, 기계소리에 정신이 멍하고, 콘베어벨트 따라 내려오는 작업물량을 니가 하겠나? 하지마라 하다보면 머리가 멍 해진다. 말아라! “ 했고, 공장에서 일 할꺼라는 내 말을 들은 상고출신 친구들은

“아이고~ 공주처럼 자란 니가 공장이라고? 말아라~ 아서라~ 뭔 소리고. 니는 그른거 몬한다. 몬해.”

하며 단언하였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도 LG공장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했다. 장기간 일하는 사람을 찾지, 단기알바는 잘 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으로 모든 게 다 되는 나라가 아닌가..;; 작은 외삼촌께서는 LG전자의 하청업체를 하시고 계셨고, 그 작은 외삼촌의 회사에 들어가 처음 파견직이라는 것으로 LG전자 라인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 그 크기에 위압당하고, 윙윙거리는 기계소리에 다시 한 번 더 몸이 움츠러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라인에 들어가서 그 라인의 반장님에게 나를 데리고 외삼촌은 “어이~ 최반장님~!야가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하다가 사고가 나가 입원해 있었는데 다시 취업하기 전에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데 구지 여를 오고싶다 안하능교. 우리 아 잘 부탁하입시다~!” 하며 기계소리가 왕왕~ 울리는 큰 공장에 나를 두고 가셨었다. 잠시 공황상태..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듣기위해 집중을 해야 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주어질지.. 공장 공순이하며 얕잡아 부르고 보았던 그들이 너무 무섭고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그리고 반장은 조장님께 데려다 주었고, 나는 어느 조, 어느 라인의 QC(검수)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난 아주 잘 적응했다. 내가 간 곳에는 나와 동갑인 아이와 내 어릴적 짝꿍이였던 키가 큰 내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일을 하면서 흘린 진땀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검수를 해야 할 것은 냉장고였다. 완전히 조립이 된 냉장고에 불량은 없는지 외관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문짝에 찍힘이나, 문 안쪽 자석(가스켓)이 문에서 들뜨는 부분은 없는지, 냉장실과 냉동실에 있어야 할 부품들이 잘 들어있는지, 사용설명서가 제품과 맞는 것이 들어 있는지 등등을 보는 작업이었다. 큰 컨베어벨트 앞에 서서 이것저것을 살피자면 현기증이 일고, 새 가전제품의 냄새를 맡고 있자면 헛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외관을 보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나는 다른 조로 옮겨가서 냉장고 뒤편의 콤푸레샤라고 불리는 냉각기와 그 부위에 있는 기계들에서 전압이 흐르지는 앉는지, 냉매가 세고있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일이였다. 볼펜만한 작은 봉을 들고 여기저기를 누르며 뭐가 세지는 않는지, 고압전기를 흘려보고 전압이 흐르지는 않는지를 보고 난 뒤 이 냉장고는 큰 박스에 씌워져 내수와 수출을 하게 되었다.

냉장고에 그렇게나 많은 부품과 부품의 이름들을 외느라 아주 고생했다. 가스켓, 바스켓, 콤푸레샤... 이 부품들의 이름을 외느라 정신이 없었지 어디는 위험하니 들어가면 안된다. 뭐는 하지마라. ..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다만, 내 친구가 여기는 이렇게 해서 위험하다. 저긴 저렇다.. 라는 말을 해줘서 나는 나름 빨리 공장에 적응을 했었다.

공장에서는 주간, 야간을 번갈아 하며 난생처음 철야라는 것도 하며 아침에 눈뜨면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공장으로, 해가져서 어둑어둑 하면 야간 잔업까지 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다시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쪽잠을 자며 집에 오는 것이 일과였다.

공장에서 일하면 같이 근무하시는 아줌마들이 왜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공장일은 정말 몸이 너무 고되었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콘베어벨트와 쉴세없이 밀려드는 냉장고는 나중에는 내가 보는 것이 냉장고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기계적으로 눈이 검수를 해야 할 이곳저곳을 찍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간혹 공장에서 콘베어벨트가 멈추면 어느 공정이 밀려서 작업을 다 못 끝냈거나, 사고가 난 것이였다. 야간일을 할 때였다. 갑자기 라인이 섰고 막간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온 중국인 언니가 포장공정에서 기계에 사람이 깔려서 죽었다는 말을 했다. 끔찍했다. 무서웠다. 그렇게 그 날 밤 야간은 서너시간 전에 일이 끝났다. 아무도 어디가 어떻게 위험하며, 공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기에 정말 놀라고 무서웠다. 공장에서 두 달을 일을 하고 난 다시 중학교 도서관으로 취업을 했다. 똑같은 금액의 월급으로 앉아서 편안하게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책을 권하고, 독후활동을 하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그 공장에서 일한 시간들이 생각이 나고, 냉장고만 보면 그 때 외우던 부품들의 이름이 생생하다.

 

먼지없는 방을 보며 그 때의 일들이 다시 떠올랐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만화책은 삼성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리게 된 황민웅 유족 정애정씨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열 아홉 살에 처음으로 직업훈련생으로 기흥 반도체공장에 가게된 애정씨는 우주복같은 작업복을 입으며, 꿈을 키웠고 삼성인이 되고자하며 삼성에서 알려주는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작업률의 로스를 내지 않기위해 집중하고, 생산률을 높이기 위해 헌신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들을 외우고, 몸으로 익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남편 황민웅씨도 만났다.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으며 복귀하자마자 이런저런 유산소식과 어느 라인의 공정은 아들을 못 낳는 다는 풍문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행복에 젖어있었다.

 

반도체가 첨단산업인 줄 알지만 화학산업이야. 그러니깐 일상적인거지. 익숙해질 거다. 하하. 슬러리액 채우러 지하로 가자.p.58(슬러리액 : 고체와 액체의 혼합물, 웨이퍼 표면 연마제로 사용된다)

 

그림은 누런 색을 띄고있었다. 아무이유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섬뜩하게 된다.

 

반도체 공정에서 불필요한 빛이 결점을 만들까 봐 파장이 긴 노란색 형광등 앞 p.59

 

먽지 없는 그 방에는 생산물의 불량을 막기위해 노란색 형광등이 달려있었고, 책은 그것을 상기시키는 듯 노란빛의 색으로 그림이 칠해져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취업이 된 그녀와 그들은 집안에 보탬이 되고, 삼성제품은 무조건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삼성의 직원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뼛속까지 삼성인이 되고 싶어 한다.

 

작업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하니까 가스 같은 걸 감지하는 설비를 해제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설비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로스 없이 생한하냐 뿐이지. 냄새가 나네, 위험하네, 이런 질문은 있을 수가 없어. 알려 준 것만으로 적응해야 했고, 왜요? 왜요? 그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죠. 고기집에서 고기 냄새 난다고 왜 냄새나냐고 하나요? 우리는 연관시킬 생각을 못 해 봤어. 건강한 애들만 뽑았어. 내가 벌어서 우리 집에 보탬이 돼야지 하는 애들이 회사에서 찍히는 일을 하겠냐고. p.109

 

건강하고, 꽃다웠던 그녀들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 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식을 잃은 부보는 울지도 못하게, 부모를 잃은 자식은 부모의 사랑도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호흡장비가 따로 있는 보호장비는 바이어나 VIP만 쓰는…….

 

또 하나의 가족…….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234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7241

 

http://www.kimsangsoo.com/g4/bbs/board.php?bo_table=gb&wr_id=10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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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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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부유해지는데 노동자는 노예처럼 되고,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위험에 노출되구요. p.109

 

소비 혈연을 맺은 국민들은 삼성화재에 가입하고, 삼성 텔레비전을 보고, 애니콜로 전화를 하면서, 이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물건을 만들고 있는 삼성의 노동자들이 버려지더라고 djEJf 수 없는……. 삼성이 잘돼야 국가도 잘된다는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며 조그만 희생쯤은 눈감고 살아갑니다. 삼성이 여러 가지 불법, 부당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지만, 삼성은 ‘삼성이 더욱 발전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삼성을 위한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다.’라고 거짓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우리 사회의 진실이라고 생각해요.p110

 

발렌벨리 가문은 유명한 자동차 회사등 스웨덴에 있는 대기업을 대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주식은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경영을 장악하지는 않습니다. 바깥에 빠져있지요. 국민으로부터 아주 존경받는 가문입니다. 삼성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소유권은 사회에 돌려주고 경영권 세습을 인정받음) 삼성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삼성이 정상적으로 외국과 경쟁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발렌베리가의 기업이나 상품에는 ‘발렌베리’라는 이름이 붙는 게 없다. 이름에서부터 자회사들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독립 경영을 위해 발렌베리가는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자회사의 경영권을 일임한다. 대신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뿐이다. p.111

 

우리 나라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해 주세요. 다섯 명만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 모두를 구하는 것입니다.

 

 

2011년 6월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행정소송 1심 선고.

황유미, 이숙영 씨의 백혈병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법원이 황상기 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황상기씨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였다.

“우리 유미뿐만 아니고, 이런 사람이 …… 신고 들어온 사람만 벌써 150명이 넘어 가는데 이런 사람들을 봐서 어떻게 안 싸울 수가 있겠어요?”

 

근로복지공단은 우수 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해마다 경영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과거에는 직업병으로 판정받는 비율이 60%이상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년 동안 이것을 5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뜨려 경영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http://cafe.daum.net/samsungla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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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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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북로드/2011.02.11

이 동네에서는 좀 오래 걷는다 싶으면 먼 친척 하나쯤은 만나게 돼 있고, 누구나가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누가 누구와 어떤 관계인지 훤히 다 알았다. 마을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나돌았고 사람들은 이웃의 실패, 불운, 지병에 대해 침을 튀기며 이야기했다. 알텐하인은 좁은 분지 지형 때문에 개발의 바람이 비껴간 지역이다. 이주해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대를 이으며 그대로 살고 있다. -p.78

 

이런 마을에서 여고생 두 명이 살해 되었다. 한 남학생에 의해 둘은 살해되고, 사체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말만 하는 남학생에게 들이밀어지는 증거와 증인들은 모두 불리하게만 되고 결국은 악랄한 살인자로 판결을 받아 우등생이였던 남학생은 10년간 살인죄로 복역하고 마을로 돌아온다. 


즉, 이 사건의 발단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였다. 토비아스는 스테파니 때문에 로라와 헤어졌고 스테파니는 다시 토비아스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 일로 토비아스는 피로 얼룩진 살인사건을 저질렀고 이때 엄청난 양의 술이 촉매로 작용했다.

 그는 재판 마지막 날까지도 두 여학생의 실종에 관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증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친구들은 토비아스에게 욱하는 성질이 있으며 때때로 분을 참지 못해 폭발하고 여자들이 항상 그를 떠받들었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스테파니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모두 토비아스에게 불리한 증언뿐이었다. -p.53 


  돌아온 마을엔 아버지는 늙고 노쇄해있고, 엄마와는 이혼을, 가지고 있던 문답은 마을의 가장 부자인 테를릴텐에게 헐값에 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때 번영을 이루던 황금 수탉이라는 가게는 창고처럼 변해있고 새로운 흑마라는 가게에 자신의 가게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 주인이 되어 황금수탉의 역활을 해내고 있다.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각기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고, 그 중 선머슴 같던 여자아인 유명한 배우가 되어있었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유일하게 곁을 지킨 선머슴같은 그녀는 출소하는 날에 맞춰서 멋진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

 "저도 아멜리가 거기 들어가는 거 봤어요.“다른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 자기 집이 자토리우스 농장 대각선상에 있어서 누가 드나드는지 아주 잘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동네 바보랑 죽고 못 사는 사이잖아?” 과일 코너에 서 있던 뚱뚱한 여자가 말했다.

“그래그래.” 여자 서넛이 서둘러 맞장구를 쳤다.

“그게 누구죠?”

“티스 테를린덴이요.” 미용사가 대답했다. “정신이 이상한 애예요. 한밤중에 동네로 숲으로 막 헤매고 다녀요. 실종된 애한테 무슨 짓을 하고도 남아요.”

다른 여자들이 서둘러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텐하인에서는 언제나 이렇게 일사천리로 의심이 퍼져나가는 걸까? 피아와 보데네슈타인은 여자들이 말하도록 내버려두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들은 소문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경찰의 존재도 잊은 채 실컷 수다를 떨었다.

“진즉에 정신병원에 집어넣었어야지”한 여자가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누가 테를린덴한테 그런 말을 해? 일언반구도 못하지.”

“직장에서 잘리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테를린덴한테 마지막으로 대들었던 사람이 누구야? 알베르트 슈네베르거였잖아. 그 사람 어떻게 됐어? 먼저 딸 실종됐지, 그다음엔 가족이 다 떠났잖아.”

“그래, 그러고 보면 테를린덴이 자토리우스네를 도와준 것도 참 이상해. 그 집 아들들이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닐까?”

“게다가 라르스도 그때 바로 사라졌잖아.”

“그거 들었어? 세상에 테를린덴이 그 살인자한테 자기 회사에서 일하라고 했대! 그게 말이 돼? 어서 마을에서 쫒아낼 생각은 않고!!”

 순간 수상한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방금 나온 말이 뭘 의미하는지 마음속으로 되새겨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모두 한꺼번에 입을 여는 바람에 가게는 시장 바닥이 되었다.

피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끼어들었다.“그 테를린덴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그제야 여자들은 가게에 자기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온갖 핑계를 대며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빈장바구니를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남은 사람은 계산대 뒤에 있는 마고트 리히터뿐이었다. 그녀는 점잖은 가게 주인들이 그러하듯이 손님들 대화에 끼어들ㄷ지 않았다. 그저 귀만 열어놓고 있었을 뿐이다.

“손님을 쫓아낼 생각은 아니었는데…….”피아가 미안한 듯 말했다. 가게 주인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요. 어차피 다시 올 거예요. 클라우디우스 테를린덴은 테를린덴 회사의 사장이에요. 저기 공단에 있는 큰 회사 있죠? 그게 다 그 사람 거예요. 테를린덴 집안은 수백 년 전부터 여기 살았어요. 그리고 그 집안이 아니면 이 마을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을걸요.”

“그게 무슨 뜻이죠?”

“테를린덴 사람들은 마을에 돈을 많이 써요. 청년회, 부녀회, 소방대, 교회, 초등학교, 도서관 모두 그 집안 후원을 받아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가문의 전통이죠. 그리고 아까 ‘동네바보’라고 불린 그 아들 있죠? 이름이 티스인데 아주 착한 청년이에요. 파리 한 마리 못 죽인다고요. 그 여학생한테 티스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볼게요. 아멜리 프뢸리히를 아시나요?”

“그럼요.” 그녀가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걔 모르면 간첩이죠. 화장을 그렇게 요란하게 하고 다니는데! 그리고 내 딸이 운영하는 흑마에서 일하니까, 잘 알죠.”

 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이번에도 반장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 멍하니 서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학생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마고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곧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피아는 즉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그녀가 서 있는 자리에서 황금 수탉이 아주 잘 보였기 때문이다. 테를린덴의 아들에 대한 수다는 의도된 것이었다. 사실은 모두가 하르트무트 자토리우스의 아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한 번 그런 짓을 한 사람이 두 번은 못하겠는가 하는 논리리라. -p.232~p.235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마을사람들은 쌀쌀맞기만 하다. 물론 환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죗값을 치룬 그에게 너무하다싶을 정도의 린치와 따돌림이 가해진다. 마을로 돌아오고 얼마 있지 않아 이혼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가 갑자기 강도를 당하게 된다. 마을은 철저히 살인자를 내몰려고 한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게 아니지.. 싶다. 그리고 읽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이기심에 몸서리치게된다. 마을의 모든 이는 다들 자신이, 가정이 다칠까봐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니 자신들의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마을에 발도 못 붙이게 하려는 속셈이였다. 그런데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이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마을에서 다시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범인으로 다시 주인공을 의심하게 되지만, 피아라는 여형사는 주인공이 예전의 사건에서도, 지금의 사건에서도 범인이 아닐 거라는 직감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40세의 주부다. 남편의 소세지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지명도 실제 독일에 있는 지명을 그대로 썼다고 한다.  글은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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