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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ㅣ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떠 있을 때 난 창원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업을 하여 업으로 삼았던 남동생은
“책상에만 앉아있던 누나 니는 이런 일 절대 몬한다. 하지마라. 그런 일을 와 하노? 하루종일 서 있어야 되고, 기계소리에 정신이 멍하고, 콘베어벨트 따라 내려오는 작업물량을 니가 하겠나? 하지마라 하다보면 머리가 멍 해진다. 말아라! “ 했고, 공장에서 일 할꺼라는 내 말을 들은 상고출신 친구들은
“아이고~ 공주처럼 자란 니가 공장이라고? 말아라~ 아서라~ 뭔 소리고. 니는 그른거 몬한다. 몬해.”
하며 단언하였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도 LG공장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했다. 장기간 일하는 사람을 찾지, 단기알바는 잘 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으로 모든 게 다 되는 나라가 아닌가..;; 작은 외삼촌께서는 LG전자의 하청업체를 하시고 계셨고, 그 작은 외삼촌의 회사에 들어가 처음 파견직이라는 것으로 LG전자 라인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 그 크기에 위압당하고, 윙윙거리는 기계소리에 다시 한 번 더 몸이 움츠러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라인에 들어가서 그 라인의 반장님에게 나를 데리고 외삼촌은 “어이~ 최반장님~!야가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하다가 사고가 나가 입원해 있었는데 다시 취업하기 전에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데 구지 여를 오고싶다 안하능교. 우리 아 잘 부탁하입시다~!” 하며 기계소리가 왕왕~ 울리는 큰 공장에 나를 두고 가셨었다. 잠시 공황상태..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듣기위해 집중을 해야 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주어질지.. 공장 공순이하며 얕잡아 부르고 보았던 그들이 너무 무섭고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그리고 반장은 조장님께 데려다 주었고, 나는 어느 조, 어느 라인의 QC(검수)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난 아주 잘 적응했다. 내가 간 곳에는 나와 동갑인 아이와 내 어릴적 짝꿍이였던 키가 큰 내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일을 하면서 흘린 진땀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검수를 해야 할 것은 냉장고였다. 완전히 조립이 된 냉장고에 불량은 없는지 외관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문짝에 찍힘이나, 문 안쪽 자석(가스켓)이 문에서 들뜨는 부분은 없는지, 냉장실과 냉동실에 있어야 할 부품들이 잘 들어있는지, 사용설명서가 제품과 맞는 것이 들어 있는지 등등을 보는 작업이었다. 큰 컨베어벨트 앞에 서서 이것저것을 살피자면 현기증이 일고, 새 가전제품의 냄새를 맡고 있자면 헛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외관을 보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나는 다른 조로 옮겨가서 냉장고 뒤편의 콤푸레샤라고 불리는 냉각기와 그 부위에 있는 기계들에서 전압이 흐르지는 앉는지, 냉매가 세고있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일이였다. 볼펜만한 작은 봉을 들고 여기저기를 누르며 뭐가 세지는 않는지, 고압전기를 흘려보고 전압이 흐르지는 않는지를 보고 난 뒤 이 냉장고는 큰 박스에 씌워져 내수와 수출을 하게 되었다.
냉장고에 그렇게나 많은 부품과 부품의 이름들을 외느라 아주 고생했다. 가스켓, 바스켓, 콤푸레샤... 이 부품들의 이름을 외느라 정신이 없었지 어디는 위험하니 들어가면 안된다. 뭐는 하지마라. ..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다만, 내 친구가 여기는 이렇게 해서 위험하다. 저긴 저렇다.. 라는 말을 해줘서 나는 나름 빨리 공장에 적응을 했었다.
공장에서는 주간, 야간을 번갈아 하며 난생처음 철야라는 것도 하며 아침에 눈뜨면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공장으로, 해가져서 어둑어둑 하면 야간 잔업까지 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다시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쪽잠을 자며 집에 오는 것이 일과였다.
공장에서 일하면 같이 근무하시는 아줌마들이 왜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공장일은 정말 몸이 너무 고되었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콘베어벨트와 쉴세없이 밀려드는 냉장고는 나중에는 내가 보는 것이 냉장고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기계적으로 눈이 검수를 해야 할 이곳저곳을 찍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간혹 공장에서 콘베어벨트가 멈추면 어느 공정이 밀려서 작업을 다 못 끝냈거나, 사고가 난 것이였다. 야간일을 할 때였다. 갑자기 라인이 섰고 막간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온 중국인 언니가 포장공정에서 기계에 사람이 깔려서 죽었다는 말을 했다. 끔찍했다. 무서웠다. 그렇게 그 날 밤 야간은 서너시간 전에 일이 끝났다. 아무도 어디가 어떻게 위험하며, 공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기에 정말 놀라고 무서웠다. 공장에서 두 달을 일을 하고 난 다시 중학교 도서관으로 취업을 했다. 똑같은 금액의 월급으로 앉아서 편안하게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책을 권하고, 독후활동을 하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그 공장에서 일한 시간들이 생각이 나고, 냉장고만 보면 그 때 외우던 부품들의 이름이 생생하다.
먼지없는 방을 보며 그 때의 일들이 다시 떠올랐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만화책은 삼성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리게 된 황민웅 유족 정애정씨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열 아홉 살에 처음으로 직업훈련생으로 기흥 반도체공장에 가게된 애정씨는 우주복같은 작업복을 입으며, 꿈을 키웠고 삼성인이 되고자하며 삼성에서 알려주는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작업률의 로스를 내지 않기위해 집중하고, 생산률을 높이기 위해 헌신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들을 외우고, 몸으로 익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남편 황민웅씨도 만났다.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으며 복귀하자마자 이런저런 유산소식과 어느 라인의 공정은 아들을 못 낳는 다는 풍문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행복에 젖어있었다.
반도체가 첨단산업인 줄 알지만 화학산업이야. 그러니깐 일상적인거지. 익숙해질 거다. 하하. 슬러리액 채우러 지하로 가자.p.58(슬러리액 : 고체와 액체의 혼합물, 웨이퍼 표면 연마제로 사용된다)
그림은 누런 색을 띄고있었다. 아무이유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섬뜩하게 된다.
반도체 공정에서 불필요한 빛이 결점을 만들까 봐 파장이 긴 노란색 형광등 앞 p.59
먽지 없는 그 방에는 생산물의 불량을 막기위해 노란색 형광등이 달려있었고, 책은 그것을 상기시키는 듯 노란빛의 색으로 그림이 칠해져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취업이 된 그녀와 그들은 집안에 보탬이 되고, 삼성제품은 무조건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삼성의 직원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뼛속까지 삼성인이 되고 싶어 한다.
작업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하니까 가스 같은 걸 감지하는 설비를 해제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설비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로스 없이 생한하냐 뿐이지. 냄새가 나네, 위험하네, 이런 질문은 있을 수가 없어. 알려 준 것만으로 적응해야 했고, 왜요? 왜요? 그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죠. 고기집에서 고기 냄새 난다고 왜 냄새나냐고 하나요? 우리는 연관시킬 생각을 못 해 봤어. 건강한 애들만 뽑았어. 내가 벌어서 우리 집에 보탬이 돼야지 하는 애들이 회사에서 찍히는 일을 하겠냐고. p.109
건강하고, 꽃다웠던 그녀들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 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식을 잃은 부보는 울지도 못하게, 부모를 잃은 자식은 부모의 사랑도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호흡장비가 따로 있는 보호장비는 바이어나 VIP만 쓰는…….
또 하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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