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만에 강화길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처음 강화길의 [손]을 읽고 강화길의 글에 매료되었다.

이번에 만난 으스스한 소설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가장 강화길 다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2020 젊은 작가상대상을 수상한 강화길의 음복에서도 강화길의 한 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화길의 작품은 하나하나 곶감을 빼 먹듯 읽어냈다.

올 여름 마지막 더위와 함께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스산한 느낌으로 오싹함을 느끼게 했다.
책 표지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하지만 색감과 그림또한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과 찰떡이다! 저 커튼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야기에 매료 되어 책을 덮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아무도 없는 밤 독서등 하나만 의지한 채 책장을 넘기면 내가 주인공인지, 독자인지를 헷갈리는 그 때가 오게 된다. 몰입.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잠자는 시간이 그만 큼 줄어버리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김진명의 소.설. 을 읽다가 혼돈이 왔다. 이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말이다. 그랬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이게 소설인지..아닌지.. 힘들어지게 된다. 이것은 소설에 불과하다.

조선최초의 호텔은 인천에 있는 대불호텔이다. 그 대불호텔을 소설 속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그 호텔은 청인인 차오, 뢰이한, 연주, 영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1,2,3부로 1부에서는 작가인 주인공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와 그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으스스하다. 곱씹으며 읽으면 읽을 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주인공은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들ㅇ릉 들으며 보며, 결국에는 쓰고자 하는 글 조차 쓰지 못한다.

소설을 쓰는 그녀가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절망, 분노, 원한, 배신감, 과 같은 단어가 줄줄이 나온다. 그 뜻을 차곡차곡 풀어낸다.

악의와 원한 같은 단어는 소설에서 이물감없이 등장하고, 소개되고, 풀어낸다. 읽는 순간순간 아.. 하고 맞장구 치게 된다.


 
 

 
 

드디어! 대불호텔과 연주, 영현, 이방인인 셜리가 대불호텔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오싹! 소름이 돋는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이야기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상태. 그 상태로 활자에 빠져든다.

역시 강화길이라 가능 한 일이다. 여기저기 으스스한 소설추천 대불호텔의 유령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을 글 속에 들였다. 그리고 그 유령이 내 침대 밑에, 의자 밑에. 방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글을 읽는데 AR을 체험하는 느낌이다.


 
 

피가 튀고, 누가 누굴 죽이고, 찌르고, 베어내는 참혹함은 없다. 외려 그런 것들이 글로 나왔다면 혐오스러웠을 것이다.

으스스한 소설 추천 대불호텔의 유령 은 심리적으로 으스스함을 배가 시킨다.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결국엔 책을 읽지만, AR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역시! 강화길이기에 가능하다.

한 여름 더위에 맞설 수 있는 으스스한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 아마 여름 집중하여 읽기 좋은 소설로 남지 않을까 싶다~!!


 




악의가 나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p.59

그 순간이었다. 쇠창살 사이로 누군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어? 나느 쇠창살 앞으로 다가섰다.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럴수가. 어떤 여자가 호텔 터 한가운데 서 있었다. 분명히 출입금지라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갔지? 관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녹색 재킷에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베이지색 치마를 입었고, 머리는 한 갈래로 묶고 있었다. 호리호리했지만 키는 별로 크지 않았다. 입술이 매우 붉고 도톰했는데, 내가 알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더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p.66-67

연주의 표정이 보기 좋았다. 그래. 저 당당한 얼굴 때문에 나는 늘 그녀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오고 싶은 것이다. 한 명당 백오십환,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연주를 대할 때는 당숙모를 마주하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옥죄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일을 맡겼고, 나는 그에 부응하면 됐으니까. 그래 ‘동등’p.103-104

폭탄이 떨어지던 날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가족들은 우왕좌왕했다. 추측이다.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 나는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도망쳤으니까. 나는 혼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서웠다. 나는 갯벌에 납작 엎드렸다. 축축한 진흙에 몸 전체가 젖었다. 난느 얼굴까지 땅에 처박았따. 진흙맛이 느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떨었다. 그 와중에도 젖은 몸에서 나는 축축한 느낌이 싫었다. 손 끝에 만져지는 미끌미끌한 진흙이 싫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연주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꿈을 꿔. 지금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 그때 일이 계속 반복되는 그런 꿈이야. 나는 갯벌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어. 숨이 막히고,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눈을 뜨면 아무도 없어.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봐.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아무도. 나는 몸을 떨며 옆을 바라봐. 그리고 시선을 멈추고 말지.

거기에는 내가 있어. 길게 옆으로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있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죽어가는 내가 있어.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흔들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봐. 아직 죽지 않은 거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몸이 떨리고 입에서는 침과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는 손을 뻗어 내 눈을 감기는데, 잘 안 돼. 눈꺼풀이 자꾸만 다시 위로 올라가.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결국 나는 손으로 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해. 나는 숨을 막고 울어. 제발 끝내주세요. 이런 마음을 그만 느끼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제발 중단하게 해주세요. 이 삶을. 이 마음을. 이 고통을……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흙맛이 나. 나는 살아 있어.p.128-129

살아 있는 것들은 기껏해야 똑같이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해를 끼칠 뿐이죠. 나는 살아있는 것들은 무서워하지 않아요. 살아 있는 것들이 남긴 것을 두려워하죠. 그건 무엇일까요. 원한, 고통, 절망 그런 것들일까요. 무엇에 원한이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죠. 그렇기에 두렵죠. 실체를 알 수 없으니까요. 자신이 왜 원한을 가졌는지조차 잊어버린 존재들. 그래서 오직 원한만 기억하는 존재들. 지우고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 p.141-142

네 증조할아버지는 세계를 유람한 뒤 각지에서 얻은 영감으로 독특한 건물들을 지었다. 그리고 그 건물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을 기묘한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단다. 조선이라 불리던, 일본의 식민지였던 나라의 작은 항구도시에 가셨을 때의 일이야. 그곳의 한 호텔에서 보낸 하룻밤이 얼마나 기이했던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날이 밝자마자 우마차를 불러 수도로 향했다고 하셨지. 네 증조할아버지는 말씀하셨어. 거기에는 악마가 있었다고! 너는 동양에 대해 잘 모를 테니 그 경험이 어떤 건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악으로 가득한 건물이라.... 덕분에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는 충분히 되었어요. 배신감과 미움, 질투와 실망, 그 감정들이 한데 뒤엉켜 내 안을 흔들었고, 이제 첫 문장을 쓰기만 하면되었죠. p.152

그것은 내게 속사이기까지 했어요. 잘 들어, 제대로 들어, 이런 걸 듣고 싶어했잖아? 이런 걸 원했잖아? 이런 걸로 네 글을 완성하고 싶어했잖아? 모르겠어? 이런 소리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무엇도 쓸 수 없지. 이게 너를 작가로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이곳에서 절대 나갈 수 없어. 여기 박혀서 그 가짜들을 휘갈겨대기나 해! 나는 악의를 느꼈어요. 밖으로 나가려 할수록 그 감정은 더욱 깊어지며 나를 짓눌렀어요. 도저히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었어요.

이전에는 확신이 있었어요. 어떤 곳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사람은 나라고요. 내가 그것을 읽어내고, 그렇게 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진짜가 있어요. 여기서 무언가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에요. 다른 존재예요. 그가 나를 만들고 있어요.

당신들은 진짜인가요?-p154-155

이 건물은, 원한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사람들의 미움을, 증오를 자꾸만 집어삼키는 것 같아. 서로를 배반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p158

지영현과 그 강아지. 종숙이. 피투성이였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찌. 생각해보면 그래. 나는 그 애들을 늘 구분하지 못했어. 종숙이가 지영현과 어울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 그랬어. 그년, 지영현에게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거든. 되바라지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계집애가 하나에서 둘이 된거야. 그것들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어려운 말을 쓰고, 큰 소리로 웃고.....p.232

뢰이한- 저는 중국인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 고향은 람청인데, 저는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고향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지요. 대체 그 고향음식이란 뭘까요? 람청 음식일까요? 인천음식일까요? 어쨌든 저는 계속 그 음식을 먹고 싶어요. 그리고 만들고 싶어요. 아마 앞으로 제가 만드는 음식은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 되겠지요. 고향이 없지만 고향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 고향이 없기에 고향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p.284

결국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매일매일 할 수 잇는 일을 하면서 그냥 계속 살아나가는거. 삶은 그런 식으로 지속되는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 마음이 결국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p.301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소리들이 나를 쫓아왔기 때문이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는 복도에서 한 번 넘어졌고, 급히 일어났다. 울면서 마당으 ㄹ뛰었고, 문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서웠다. 그 소리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감정들이, 그 끔찍한 비명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후회하는가.


이제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말할 수 있다. 절대 풀리지 않는 원한.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망치고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마음.


악의. - P49

그전에는 이야기 속으로 도망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허구의 세계를 상상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요. 저는 그런 저를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해요. (중략)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게 돼요."


원한.

누군가에게 쏟아 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 - P56

그 악의를 향해 침을 밷어주고 싶었다. 그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이 개 같은 것들. 다 죽여버리겠어.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가. 안 그래? 나는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 나도 원한을 품겠다. 너희들에게. 바로 너에게. 그 역겨운 목소리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 어떻게든 소설을 쓰겠다. 반드시 쓰겠다. 아주 괴팍하게 쓰겠다. 잔인하고 못된 감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쓰겠다. 원한을 가득 품으리라. 그래서 나 역시 악의를 돌려주겠다. 나도 너희를 , 너를 얼마든지 죽이겠다. 그 목소리들을 낱낱이 찢어놓으리라. - P58

연주를 대할 때는 당숙모를 마주하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옥죄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일을 맡겼고, 나는 그에 부응하면 됐으니까. 그래 ‘동등’ - P104

폭탄이 떨어지던 날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가족들은 우왕좌왕했다. 추측이다.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 나는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도망쳤으니까. 나는 혼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서웠다. 나는 갯벌에 납작 엎드렸다. 축축한 진흙에 몸 전체가 젖었다. 난느 얼굴까지 땅에 처박았따. 진흙맛이 느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떨었다. 그 와중에도 젖은 몸에서 나는 축축한 느낌이 싫었다. 손 끝에 만져지는 미끌미끌한 진흙이 싫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연주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꿈을 꿔. 지금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 그때 일이 계속 반복되는 그런 꿈이야. 나는 갯벌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어. 숨이 막히고, 무서워서 온몸이 떨리고, 눈을 뜨면 아무도 없어.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봐.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 P128

이 건물은, 원한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사람들의 미움을, 증오를 자꾸만 집어삼키는 것 같아. 서로를 배반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 - P158

결국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매일매일 할 수 잇는 일을 하면서 그냥 계속 살아나가는거. 삶은 그런 식으로 지속되는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 마음이 결국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