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회색인간 뒤 읽으면 좋을 책이다.
5개의 단편을 한 권으로 묶었다. 가독성이 좋아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며 어렵지않다.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하거나, 숨은 이야기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물귀신의 하루는 한가하고 지루하다. 찾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없는데 하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물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거나, 못생긴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p.43
세상에 물귀신과 숲귀신의 러브스토리라니! 싶다가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다가가거나, 안개 낀 날 고요한 표면 위로 희끄무레한 손목을 흔든다거나, 물장구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사람들은 매번 놀라 도망갔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 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p.44
우리가 흔히 물귀신이라고 하는 것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쓸 생각을 하다니! 신박하다. 하며 읽는다. 그러나, 이내 물과 숲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에 맘이 빼앗기게 된다.
물은 폭우를 기다렸다. 물귀신이 땅을 밟을 수 있을 때는 비가 와서 하천이 범람할 때뿐이었다.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날. 그런날에는 어차피 다들 뭔가 선을 넘으므로 물도 물에서 나갈 수가 있었다. 숲에게 가기 위해서는 비가 필요했다. 하천이 범람할 정도로 많은 비가.p58
그들의 썸에 맘을 졸이다가, 어떻게 될까.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슬며시 맺히는 눈물...
무엇보다 내가 제일 좋았던 것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다.
"기회는 세 번이야. 시간을 되돌려 줄까?"
딱 세 번의 기회! 내가 바꾸고 싶은 시간으로 돌아가 현재의 일어난 일을 바꾸어낸다. 그리고 세번의 기회. 두 개의 이야기가 한 장에 들어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는지! 놀라웁다!
물귀신의 하루는 한가하고 지루하다. 찾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없는데 하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물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거나, 못생긴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P43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다가가거나, 안개 낀 날 고요한 표면 위로 희끄무레한 손목을 흔든다거나, 물장구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사람들은 매번 놀라 도망갔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 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 P44
물은 폭우를 기다렸다. 물귀신이 땅을 밟을 수 있을 때는 비가 와서 하천이 범람할 때뿐이었다.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날. 그런날에는 어차피 다들 뭔가 선을 넘으므로 물도 물에서 나갈 수가 있었다. 숲에게 가기 위해서는 비가 필요했다. 하천이 범람할 정도로 많은 비가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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