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시온의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의 원작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옮긴 야마다 유기의 만화『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 2』가 드디어 나왔다. 3월에 나왔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지만, 거의 1년만에 나온 것이라 반가운 마음뿐이다. 만약 소설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줄 몰랐겠지만, 일단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권 내용은 초등학생인 유라도련님을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데려다주게 된 다다와 교텐의 이야기와 다다의 숨겨진 아픈 과거, 그리고 교텐의 전처가 등장하면서 들려주는 교텐의 아픈 사연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또한 치와와 하나짱를 만나러 온 마리짱의 이야기와 콜롬비아 언니들 중 하이시를 따라 다니는 스토커 문제를 처리하는 교텐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로 따지면 <만신창이가 된 트럭>와 <달려라, 심부름집>의 이야기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다고 보면 될 듯.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달려라, 심부름집>의 뒷편 수록 내용은 뒷권(3권)으로 밀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라 도련님(만화에서는 유라公이라 나온다)의 이야기부터 보자면, 책을 읽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좀더 어린 모습의 유라 도련님을 만날 수 있었다. 건방지고 불손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꽤 귀여운 구석이 많다고 하면 딱일듯 싶다. 아이 공부에는 신경을 많이 쓰면서 오히려 아이들의 가정교육에는 신경쓰지 않는 부모를 둔 유라 도련님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실제로는 많이 외로운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유라의 엄마가 그 정도가 심한데, 아이가 열이 오르고 아파도 아이 먼저 들여다 보지 않는 모습에 울컥할 뻔 했다. (또다시) 자신들도 누군가의 아빠였던 다다와 교텐은 그런 유라가 가엽지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やり直せることなんかほとんどない。いくら期待してもおまえの親がおまえの望む形で愛してくれることはないだろう。だけどまだ誰かを愛するチャンスはある。与えられなかったものを今度はちゃんと望んだ形でおまえは新しく誰かに与えることができるんだ。そのチャンスは残されてる。生きていればいつだって。それを忘れないでくれ。(본문 中)
다시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거의 없어. 아무리 기대해도 네 부모님이 네가 바라는 모습대로 사랑해주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받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는 제대로 바라는 모습대로 너는 새롭게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거야.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그걸 잊지마.
이런 말이 어린 유라에게 있어서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잔인하다. 그걸 다다는 알고 있기 때문에 유라가 차라리 다른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앞으로의 몫은 유라에게 달려 있겠지만.
유라도련님의 알바 사건과 관련해서는 호시가 잠시 등장한다. 아직은 뒷모습이나 얼굴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어스나 다른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녀석 얼굴이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야마다 센세 그림이니까 멋질거라곤 생각하고 있지만. (푸힛) 어쨌거나 호시와 이상하게 얽히는 바람에 다다의 경트럭 앞유리가 박살나 그쪽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는. 이런 게 만화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거랑 그림으로 보는 건 확실히 차이점이 크다.
다다는 아이의 묘에 잠시 다녀왔고, 여전히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살고 있다. 교텐의 경우, 어린시절의 상처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만날 수 없는 상태이다. 유라라든지 마리하고는 제법 잘 어울리는 걸 봐서는 아이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지 않는데 말이지. 학창시절엔 거의 말이 없었던 교텐이 지금은 말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 다다는 교텐의 전처를 통해 교텐의 이야기를 듣고 겨우 교텐의 입장을 납득한 모양이다. 평소엔 반쯤 나사 빠진 얼굴을 하고 있어도 때때로 보이는 쓸쓸한 모습을 보면 교텐의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는 굉장히 깊어 보인다. 언젠가는 그걸 극복할 날이 오겠지.
한편 콜롬비아 언니인 루루와 함께 사는 하이시는 스토커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교텐은 하이시의 일에도 나서는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교텐이 휘두르는 폭력에 역시 난 움찔. 책으로 읽든 만화로 보든 폭력적인 장면은 역시 적응이 안된단 말야. 하여튼 이 일은 또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게 될테지만 일단은 만화의 내용이 여기에서 끝이기 때문에, 이야기도 여기에서 끝~~
아참, 잊어버릴뻔 했다. 만화판 특별 부록인 쇼트 스토리는 「行天の沈黙クッキング」라는 제목의 6페이지짜리 소설로, 교텐의 요리 과정과 교텐이 만든 요리를 먹는 다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 불쌍한 다다, 요리 과정을 보아 하니 도저히 사람이 먹을 요리가 아니었소. 그걸 다 먹는 당신의 모습에 경외를 표하오. 이런 걸 보면 다다는 겉으로만 말이 거칠지 속은 정말 보들보들한 남자라니까. 그런 반면, 교텐은 겉으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아도 속으론 은근히 음험한 기질을 숨기고 있다니까. 근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세로쓰기인데 글씨까지 너무 작아. 일본은 아직도 왜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
기본 스토리는 소설과 같지만 원작 소설과 만화 사이의 차이점을 들라면 장면 전환 부분의 구성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아무래도 만화에 더 적합한 구성으로 바꾸는 것에서 나온 듯 하다. 근데, 야마다 센세. 좀 피곤하신가요. 그림체가 약간 바뀐 듯한 느낌이.... 다른 작품은 약간 동글동글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주인공들의 얼굴이 약간 길쭉해지고 갸름해진 느낌이 든단 말이죠. 교텐과 다다도 조금 더 늙은 것 같고.. 서른이라고 하긴엔 좀..
또 1년쯤 기다려야 3권이 나올 듯 한데, 그사이에 또(?) 교텐과 다다가 늙는 건 아니겠지요? 야마다 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