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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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는 명랑만화인줄 알았는데, 책 띠지를 보고는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인물들에 색감마저 알록달록했지만, 내용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잇타와 니타가 사는 마을은 무척이나 가난한 마을이다. 산과 바다 밖에 없고, 구석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데, 니타와 잇타가 사는 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곳이다. 잇타와 니타는 배다른 형제. 엄마는 가출했다 3년만에 누나 가노코를 데리고 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는 오래전에 가출한 상태였지만, 이제 잇타와 니타와 함께 산다. 대신 엄마가 또 가출.

니타네 누나는 매춘을 해서 니타와 잇타를 먹여 살리는데, 잇타는 그런 누나에게 미안해서 집을 나가 신나나 톨루엔을 파는 고이치 밑에서 일을 한다. 주위 사정이라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니타의 친구 사오리네 아빠는 약물중독자로 살고 어린 사오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사오리는 아빠가 쓰러지면 매일 죽으라고 기도를 하고 있다. 고철할배는 강가에 천막을 치고 살지만 큰비만 오면 집이 떠내려가기 일쑤다. 매춘을 하는 여자들은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또다시 기둥서방을 맞아들이고, 매를 맞고 산다. 고이치는 늘 싱글벙글 웃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나쁜 일로 돈을 번다. 중국집 주인아저씨는 메탄올을 마시고 장사를 하고 때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고양이 할매라 이름붙은 할매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게 아니라 자식을 십수명 낳고 모조리 버렸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보통 최고의 비참함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산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가노코의 말대로 웃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에 뭔가 하나 푹 박힌 듯한 느낌에 먹먹해지고 만다.

첨에는 이 마을엔 콩가루 집안만 존재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난함과 불행함을 등에 지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럼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었다. 맞다.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데,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도대체가 주변에는 제대로 된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사회적 인식으로는 쓰레기같은 삶을 사는 사람투성이인데 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이 하나도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해지고, 더나아가 그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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