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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1 ㅣ 진격의 거인 시리즈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초기 현생인류가 등장했을 때, 인류는 먹이 피라미드의 맨밑에 존재한 나약한 생명체였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보다 월등한 지능은 인류에게 방어와 공격의 기술을 발달시키도록 했고, 인류는 차츰 주변의 생명체들보다 월등한 지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은 맨몸으로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이지만 기술의 집약적인 발달은 인간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 가장 강한 그룹에 위치시켰다. 물론 자연재해와 같은 자연의 가공할 힘 앞에서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이지만, 자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 중에서는 더이상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의 인류는 자신들이 땅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이제는 우주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진격의 거인』의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은 모두 픽션인데다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아 언제 어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의 인류는 가공할 만한 적 앞에 속수무책 스러져가고 있다. 그 적은 바로 인간형체의 거대한 생물, 거인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은 인간을 먹이 정도로 생각하고 인간을 공격해 온다. 약 100여년전 처음 거인이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인류의 대부분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살아 남은 인류는 거인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을 쌓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100여년간 거인의 공격이 없었기에 모두들 안심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엘런과 미사카, 아르민은 언제 어디서 거인의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며 불안해 한다. 이름뿐만의 평화가 지속되던 어느 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초대형 거인이 등장한다. 초대형 거인은 인류가 쌓은 50m의 벽위로 머리가 올라올 만큼 거대한 체격을 가진데다, 다른 거인과는 달리 피부가 없어 근육이 그대로 내보이는 기형종이다. 이 초대형 거인은 가장자리 도시를 둘러싼 월 마리아의 문을 파괴한 후 사라진다. 그리고 드디어 거인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엘런은 자신의 어머니가 눈앞에서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면서 이 세상의 거인은 한마리도 남김없이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그후 5년이 지나 엘런과 미사카, 아르민은 군인이 되었다. 최고 성적을 거둔 10인안에 든 이들 셋은 비교적 안전한 헌병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조사병단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이것도 운명일까. 이들이 첫임무를 수행하는 날, 다시 초대형 거인이 등장하고, 또다시 거인과 인류의 전쟁이 시작된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라.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끔찍한 설정이 또 있을까 싶다. 동족포식도 아니고 - 물론 인간도 동족포식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원시 부족이라고 해서 인간만 먹는 건 아니다 - 말이지. 여기에 나오는 거인은 인간만을 먹는다. 다른 동물이 눈 앞에 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달까. 게다가 이들은 웬만한 무기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머리를 날려도 죽지않고 재생한다. 딱 하나 있는 약점은 목뒷덜미. 인간으로 따지면 숨골이 위치한 부분이랄까. 이곳을 공격하면 죽지만 워낙 거대하다 보니 군인들이 달려들기도 전에 거인의 손에 잡혀 먹혀 버린다.
엘런을 포함한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거인에게 잡히고 만다. 첫 전투에서 대부분의 동기생들이 잡아 먹히고 마는 것이다. 거인의 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나타나 거대한 몸으로 성문을 부수는 초대형 거인은 무엇이며, 왜 금세 사라지는 것일까. 그리고 거인에게 먹혀버린 엘런은 정말 죽어버린 것일까.
빙그레 웃고 있는 듯한 거인의 표정을 보면 소름이 오싹 끼친다. 사실 작화가 정말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공포스럽달까.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거인에게 계속 패하다 보면 결국 인류 앞에는 멸망이란 두 글자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에게 거인이란 새로운 재앙이 찾아온 잔혹한 시대,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