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맛깔나는 음식 여행

<맛객의 맛있는 인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맛객의 맛있는 인생 -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김용철 글 사진 / 청림출판 / 2010년 9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라는 건 누구나 부러워할 일이다.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오직 맛있는 음식 하나만을 위해 떠난 여행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음식만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현실적으로 발목을 붙잡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 맛있는 음식 여행에 동참하는 것도 꽤 기분좋은 일이다. 배가 무척 고플때 보면 '혼자만 맛난 거 먹냐?'라고 특 쏘아 붙이고 싶겠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싫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요즘은 블로그가 활성화되어서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는 유저들이 꽤 많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이 아닌 다른 지방, 특히나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이야기들을 보면 즐겁기도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사진 위주의 포스트는 아무래도 시각만을 자극할 뿐이다. 맛객의 맛있는 인생에 소개된 음식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음식은 아닐지라도, 비싸고 특이한 음식은 아닐지라도 가슴속 향수를 자극한다. 여기에서는 어머니의 맛이라고 표현되어 있었지만, 내게는 할머니의 맛이랄까. 물론 우리 엄마의 요리 솜씨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은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음식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본문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뉘져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처음에 목차만을 훑어 봤을 때는 그게 그 책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본문을 읽어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각 지역의 정서, 작가의 추억, 그 당시의 분위기나 음식점 주인과의 대화 등 단지 음식 이야기만 풀어 놓은 것이 아니었기 떄문이다. 즉, 음식 사진과 음식 맛에 대한 이야기만 달랑 올려진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 가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짧은 코멘트 몇 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페이지를 넘어 가기도 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 자체보다는 그 음식점을 경영하는 주인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박한 경영을 하면서 맛집으로 남을 수 있었던,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들이 바로 그런 것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 중에서 변하지 않는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병이 많이 생기는 것 같어. 변하는 음식을 변하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 설탕, 조미료, 소주, 이런 것들을 먹으니까 ……." (35p)

그렇다. 요즘은 가공 식품이 너무나도 잘 나온다. 그런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까지 된다. 그렇게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방부제와 같은 첨가물 때문이 아닐까?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어 음식을 만들면 최단기간 내에 섭취했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요리 재료 역시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로 조리가 되었다. 요즘은 어떤가. 오래 두어도 변치 않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냉장고를 믿고 그곳에 요리 재료를 보관한다. 선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신선한 재료로 신선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요즘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신선한 재료로 신선한 요리를 해먹어 본 사람은 안다. 뭐가 더 맛있는지를...

내가 먹는 음식은 내가 만들어 먹는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너무나도 많은 음식들을 남에게 맡기고 있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는데도 말이다. 음식을 남에게 맡기는 것은 내 목숨을 남에게 맡기고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전통식단의 복원은 남에게 맡겨놓은 건강을 챙겨오는 것과 같다. (96p)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건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내가 먹을 것이니 꼼수를 부리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먹을 것이니 조미료 따위는 쓸 생각도 않을 것이다. 최고로 신선한 재료로 간결한 조리법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것은 참살이의 기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남이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일일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양심적으로 요리하는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집을 맛객 김용철은 찾아 다니는 것이다. 물론 그가 소개하는 요리가 모든 이의 입맛에 맞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직접 겪은 경험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일종의 길라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유명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집들이 늘 정답이란 보장은 없다. 겉모습에만 치중한 모습만을 볼 수 있기 떄문이다. 수수하지만 참맛을 가진 집을 찾기란 생각외로 참 어렵다. 그런 우리들에게 일종의 참고서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 맛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니 - 그런 건 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 주의한다면 즐겁게 맛있는 음식 여행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