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사 이야기 1>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과학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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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라..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우리가 쉬이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도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린이 도서라고는 하지만, 책을 휘리릭 넘겨 보니 꽤나 세세한 내용인듯 보였기 떄문이다. 또한 인문학도의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과학이란 것에 알러지 반응이 있을 만큼 중고교 시절부터 멀리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는 계속 공부해 왔던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과학사라니. 내가 이해는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목차를 보니 하늘과 땅의 과학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늘과 관련한 과학이라면, 천문학?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천문학 이야기도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땅과 관련한 과학이라면, 지리학?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리학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하늘과 관련한 과학에 대해 알아 보자. 우리나라의 천문학은 언제부터 발달했을까.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나도 고인돌에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고인돌이라고 하면, 선사시대의 무덤이요, 북방형 고인돌과 남방형 고인돌이 있으며, 부족장들의 무덤이었다, 정도밖에 모른다. 그런데, 고인돌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구? 오호,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 그렇다면, 벌써 그 시대부터 천문학이란 게 발달한 것이로구나.

그후 삼국 시대로 들어가면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별자리 그림이야기가 나온다. 고분 벽화는 많이 봤지만, 별자리 이야기는 처음이다. 또다시 신기한 기분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는 한·중·일의 교류를 상징한다고 한다. 신라시대의 첨성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현존하는 천문대 중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는 천문학이 제도화되었음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고대의 사람들은 별을 왜 관찰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아는 바로는 고대는 왕권과 신권이 똑같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시기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별점을 통해 점치고 그것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대의 천문학이란 요즘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고려 시대의 천문학에 관한 내용은 <고려사>에 잘 나와 있다. 일식, 월식, 태양의 흑점, 신성의 폭발 장면을 비롯해 유성과 유성우의 기록, 화산 폭발과 지진에 관한 기록까지 남아 있다. 특히 태양의 이상과 흑점은 왕의 죽음을, 월식은 왕비의 죽음을, 혜성은 반란의 조짐으로 봤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고대, 중세 역사를 보면 천문과 기상은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 태조때에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란 것이 만들어졌고, 세종때에는 중국 북경의 하늘이 아닌 서울의 하늘을 천문의 기준으로 삼고 역법을 새로 만들었다. 세종때라고 하면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이다. 특히 장영실이 만든 다양한 기구들은 지금도 뛰어난 관측기구라 일컬어질 정도이다. 세종때에 만들어진 관측기구로 유명한 것은 절기와 시간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정말 뛰어난 기술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물시계인 자격루, 그리고 강수량을 측정하는 측우기와 수표등이 있다. 특히 자격루의 경우에는 자료가 없었다면 현대 기술로도 복원이 불가능했을 만큼 과학의 집적체라 할 수 있다.

또한 홍대용은 지전설을 주장했다. 서양에서도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특히 갈릴레오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홍대용이 지전설을 주장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지구는 멈춰 있을 수 없다. 둥글기 때문에 돌아야 한다. 그렇게 도는 해와 달, 천체 사이에는 고정된 중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땅 위의 모든 장소는 동등하다. 중국이나 조선이나." (126p)

홍대용이《의산문답》에 남긴 이 글은 중국을 세계 중심으로 생각하던 기존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홍대용은 무한 우주론, 외계인설 등 당시 상식으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외에도 우리나라의 최초 달력이랄 수 있는 칠정산은 관측지점을 중국 북경이 아니라 조선의 서울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이 역시 중국의 문화권에서 벗어나 우리의 자주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칠정산의 수학공식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지금, 그 공식을 도저히 풀어낼 수가 없다고 하니, 우리의 선조가 얼마나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금 감탄을 했다. 이외에도 책력은 농사를 중시하던 우리나라의 특징과 맞물리는 것으로, 농사에 이용되던 달력이다. 
수학과 관련한 다른 것으로는 산가지로 계산하는 계산법과 천원술의 발달이 조선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한다. 

재미있는 것은 음악 역시 과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박연이 황종음을 찾고 정확히 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도 과학 덕분이다. 황종율관의 길이와 무게, 부피는 도량형의 기본으로, 거기에서 나는 음들이 음악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땅과 관련한 과학 이야기는 풍수지리 및 지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수지리는 지금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지금도 조상님 무덤을 잘 써야 후손이 번창하지 않는다던가.  양택풍수는 도시, 특히 수도와 관련되어 있고, 음택풍수는 무덤 자리와 관련되어 있다. 경주는 1,000년, 서울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이다. 이 모든 것이 풍수지리에 의해 정해졌다고 하니 그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하지만, 풍수지리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풍수지리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고 그 조화가 생태적으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지리는 말그대로 지형에 관한 학문이다. 물론 지형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지형 자체에만 관심을 두는 학문은 아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한다는 말도 있듯, 지리학은 국가를 통치하는데에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따라서 조선 시대에 이르러 지도가 많이 만들어진 것도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국토에 관한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지리학이요,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도이니까. 조선초에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세계지도로 당시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진 것은 우리의 가치기준에 의해 그려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명혼일도>는 조선과 일본이 축소되거나 아예 배제되기도 하여 중국의 세계관을 단정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지리지로는 전국 328개 지방 군현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세종실록 지리지와 세종실록 지리지를 보완하고 문장과 시를 추가한 신증동국여지승람, 그리고 택리지가 있다. 조선시대의 지도라고 하면 우리는 누구를 먼저 떠올릴까. 그렇다. 바로 김정호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지형을 정확히 그리고,산, 강, 군현의 경계를 표시하고, 부호를 사용한 대동여지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얼마나 세세하고 자세한지 지금도 대동여지도를 이용해 큰길은 대부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니, 김정호의 지도 그리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그외에는 신경준의 <도로고>에 봉수길, 파발길, 역참길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고, 육로뿐만 아니라 당시 중시되었던 물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땅에서 나는 광물에 대한 이야기로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에도 연금술이란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짜 금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가짜 금을 판별하는 사람 등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외에도 서양에서 수입된 안경, 충안경(현미경), 망원경 등의 이야기도 나와 있다.

정말 하늘과 땅에 관련한 과학이야기를 총망라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하지 않을까 싶어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저자의 설명과 수많은 사진들은 이해를 더욱 돕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훌륭한 교양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껏 정치 사회 문화사에 대해서 주로 공부를 했고, 과학사에 대해서는 스쳐지나듯 공부를 해왔다. 이러한 것은 문(文)을 중시하던 사회적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늘 서양의 과학기술을 부러워만 하고, 우리의 과학기술은 천대해왔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서양의 것 못지 않음을, 아니 어떤 분야에서는 더 뛰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거인들의 어깨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뉴턴의 말대로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거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과학기술의 혜택을 맛볼 수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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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즈야 2010-09-08 22:47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군요. 근데 그런 느낌 전혀 없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얼른 지나가면 좋을텐데요..

전 첨에는 내용 파악정도로 읽고, 두번째는 체크해가면서 노트에 좀 적어 봤어요. 소설은 따로 필기를 안하고 리뷰를 작성하는데, 요런 책은 필기를 안하면 리뷰를 쓸수가 없더라구요... (아하하)(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