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과 책 띠지의 글에 혹해서 사긴 했지만, 이탈리아 소설이란 점이 좀 꺼려졌던 그날 밤의 거짓말. 난 일본 소설과 영미 소설은 많이 읽어 왔지만 사실 유럽이나 그외의 나라의 소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과연 읽으면서 그들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날밤의 거짓말은 픽션 역사 소설이다. 즉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결합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왕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하다 잡혀온 네명의 남자. 그들은 사형전날 그들의 과거와 추억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불멸의 신의 이름을 밝히고 사형을 면제받던지, 아니면 그대로 사형을 당해야 한다. 
삶이냐 죽음이냐의 선택.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일이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인가푸, 나르시스, 아제실라오, 살림베니. 이들은 각각 남작, 학생, 수도사,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때는 1800년대 초중반. 왕의 폭정으로 인해 민심은 일찌감치 왕에게서 돌아섰고, 왕정제를 폐지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왕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던 시기가 이 소설의 배경이지만, 정확한 왕의 이름도 시기도 지역도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에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또한 당시 학문, 예술, 정치 상황등에 대해서도 수없이 언급되기에 정말 있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당시의 학문이나 예술과 역사에 대한 언급이 많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르시스, 자신의 쌍둥이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인가푸, 어머니가 강간당해 태어나 수도원에서 자랐지만,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죽인 아제실라오, 한 미망인과 그녀의 의붓아들과의 이야기를 한 살림베니.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닌 듯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시쳇말로 영화같은 이야기랄까. 
그 이야기를 듣던 흉악한 산적이자 수도사라 불린 치릴로는 그들의 말속에서 거짓을 잡아 내고, 또한 그들의 숨기고 있는 비밀의 핵심까지 접근한다.  

치릴로의 정체,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총잡이가 유서에 남긴 고백.
극적이지만 서정적으로 다가온 그들의 이야기의 진행에 비해 마지막 결말로 치닫는 부분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전개를 보여 준다. 특히 총잡이의 유서를 통한 그 날밤의 이야기에 대한 진실이란 것은 쿵하는 충격을 안겨준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사형수들의 죽음과 함께 묻혀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이 네명의 사형수가 노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에서 꼬투리를 잡아 보려 했지만, 이내 난 그들의 드라마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의 말속에 섞여 인용되는 오페라나 문학, 철학, 음악, 시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의 시대 배경을 잘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작품의 서정성을 한껏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숨막히는 전개와 반전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놓게 한 후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반전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점은 많겠지만...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교묘한 결합, 각각의 주인공이 들려 주는 인생사,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주는 즐거움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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