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에 확 끌렸다.
모던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을 보니 현대적 감각으로 씌어진 소설임에는 분명하고, 근데 팥쥐전?
콩쥐팥쥐가 아니라 팥쥐전? 왜?
그렇다면 콩쥐가 주인공이 아니라 팥쥐가 주인공이란 이야기일까?
아흑.. 궁금해..

목차를 보니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는 그 내용을 짐작하긴 힘들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첫이야기인 서리, 박지는 콩쥐팥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본문에 들어가기전 콩쥐팥쥐 이야기의 결말 부분이 실려 있다. 하지만...
어라라? 결말이 우리가 아는 전래 동화의 콩쥐팥쥐와는 좀 다르네? 그러나 이것이 진짜 결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아이들용이었을 뿐. 진짜 결말은 팥쥐가 죽어 젓갈이 된다는 것인데, 이거 동화라고 하기엔 섬뜩하다.

사실 동화란 것이 어린이용으로 개조(?)가 되면서 원래 결말과 다른 결말을 보이는 게 꽤 많다. 백설공주 역시, 왕자님과 백설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갖은 수작을 벌이던 계모 왕비는 펄펄 끓는 쇠신을 신고 춤을 추다 죽었다라는 게 원래 결말이다.

이렇듯 어린이용으로 결말이 달라진 동화중 하나인 콩쥐팥쥐 이야기는 권선징악이란 주제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동화이다. 하지만, 서리, 박지 이야기에서의 이야기 흐름은 사뭇 달라진다. 서리를 괴롭혀야함에 마땅한 박지 엄마는 서리를 박지보다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준다. 또한 박지 역시 언니에 대한 시샘도 별로 없고, 그다지 심술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언니인 서리를 닮고 싶어 용을 쓰는 사춘기 소녀로 묘사된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건 그 후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뒷통수를 치는 결말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그 결말에 당도했을때, 나의 반응은.. 허걱!
역시 박지 엄마는 계모였어!!!!

두번째 이야기인 자개함은 여우 누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이지만, 원래 이야기에서 가족을 몰살시키는 여우 누이와는 다른 착한 여우가 등장한다는 점이 하나의 또다른 재미일까. 한편으로는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라고 의붓자식을 자기 자식 돌보듯 사랑해온 운의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아플 정도로 애틋했던 작품.

세번째 이야기는 우렁각시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인데, 제목으로 등장하는 시시가 바로 우렁각시를 의미한다. 어찌보면 옛날에 있던 미신과도 결합되어 있는 이야기로도 보인다. 집에서 사람 손을 오래탄 물건은 언젠가 도깨비로 변한다는 믿음이랄까. 지금 세상이야 물건 귀한 줄 모르고 대충 쓰다 버리기 일쑤이지만, 몇십년전만 해도 물건은 대를 내리며 귀하게 썼었으니 물건에 혼이 깃드는 일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네번째 이야기인 개나리꽃은 제목그대로 개나리꽃에서 따온 이야기이다. 의식이 없는 사람들의 무의식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의식을 되찾게 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꿈 속이야기와 연결되면서 개나리꽃에 나오는 이야기와 맞물려진다. 꽃은 죽은 사람의 환생이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읽으니 꽃이 그냥 꽃으로 보이지 않고 공포스럽게 보일 정도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되지도 않는 상황. 타인의 의식속에 갇혀 버린 D는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죽이거나 살리거나는 선녀와 나뭇꾼을 바탕으로한 이야기이다. 선녀에게 날개옷을 보여주니 날개옷을 입고 천상으로 날아가 버렸다는 결말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날개옷이 아니라 한장의 흰 셔츠지만.... 남편의 불륜과 아내의 죽음. 그리고 그 뒤에 감춰져 있는 섬뜩한 진실.

마지막 작품인 지팡이는 십년 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 잠에서 깨니 자신의 한쪽 팔이 사라지고, 시간은 1년이나 지났으며, 얼굴은 10년치나 늙어 버렸다면? 현실공간이 미묘하게 비틀린 곳에 자리잡은 그곳. 그는 과연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6편의 이야기 모두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그것은 배경이 근현대로 바뀌었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이 뒤바뀌고, 결말이 뒤바뀐다. 또한 매혹적이지만 섬뜩한 새로운 설정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아이완 작가의 일러스트는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럽다. 사람들의 정면 모습보다는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많이 보여 주며, 약간은 변색된듯한 느낌을 주는 색조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이야기에 대한 반기,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니다.

잔혹함과 공포, 슬픔과 애틋함, 안타까움과 애처로움.
이 책은 한마디로 이런 분위기의 책이다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자극한다.  
금방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펼쳐 들고 읽고 싶어지는 책, 모던 팥쥐전은 바로 그런 책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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