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합본판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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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작품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누가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난 토미에 시리즈와 소용돌이를 먼저 손에 꼽는다. 꽤나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했기에 요번에 소용돌이 시리즈가 합본판으로 나온 것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와우, 오랜만인데, 다시 두근두근...
배송을 받고 일단 책의 볼륨에 깜짝!
사실 3권 합본이다 보니 600페이지가 넘어 두꺼울 거란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두께다. 그래서 묵직한 느낌이 들고, 책을 손에 들고 읽는 건 좀 무리였달까.. 아무래도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우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좋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
조용한 시골마을 쿠로우즈. 그곳에 사는 여고생 고다마 키리에는 마을에 조금씩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남자 친구 슈이치의 아버지의 소용돌이 무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기이한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소용돌이란 소재 하나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소용돌이 무늬가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았던가, 혹은 소용돌이 형상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소용돌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슈이치의 부모님의 기이한 죽음, 전학생 아자미의 슈이치에 대한 집착과 그녀 이마의 소용돌이 무늬로 인한 소멸, 키리에 아버지가 굽는 도자기에 얽힌 비밀 등 소용돌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키리에 주면을 조금씩 잠식해 간다. 또한 키리에 역시 소용돌이의 저주의 영향을 받아 머리카락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리는가 하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학생이 죽은후 무덤에서 나와 그녀를 쫓아 다닌다. 솔직히 말해서 무덤속에서 튀어나오는 시체라,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건 역시 달팽이 인간 이야기일 것이다. 으.. 그 그림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조그마한 달팽이는 실제로 보면 정말 귀여운데, 이토 준지가 그려낸 달팽이 인간은 꿈에 볼까 두렵다. 또한 피를 먹고 사는 임부들과 그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소름끼치는데다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스스로 성장하는 태반들이라.. 어휴, 솔직히 말해서 고개가 설레설레~~

이런 이야기들은 정말 하나의 단편으로 완결되어도 될 만큼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다. 그러나 이것을 한권으로 묶어주는 건 역시 후반부의 이야기일 것이다. 쿠로우즈 마을에 차례차례 상륙하는 태풍. 그것은 마을을 파괴시키고, 마을을 외부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킨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기묘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마을 역시 기묘하게 변해간다.

전반부와 중반부는 기묘한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면, 후반부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해 공포를 안겨 준다. 궁지에 몰리게 되면 인간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게 된다. 한때는 인간이었던 달팽이 인간을 잡아 먹는가 하면, 안전한 연립주택에서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의 몸을 옭아 매기까지 한다. 

결말 부분은 잉카 문명이나 마야 문명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문명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쿠로우즈 마을은 그런 문명의 잔재라고 하기엔 영 아니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은 그것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기묘하나 현실적인 감각과도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이토 준지만의 공포. 소용돌이의 공포는 평범한 곳,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이란  것을 전제로 하기에 세상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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