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라고 하면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작가로 유명하다. 회상이나 과거에서 연결된 현재, 수수께끼등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는 늘 사람을 매혹시킨다. 주로 미스터리 쪽의 이야기이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늘 두근거림과 설렘을 안고 그녀의 책을 펼치게 된다.

나비.
봄의 전령사이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유혹하는 나비.
책 표지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한마리 보인다.
언뜻 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답지고 환상적이지만 찬찬히 살펴 보면 왠지 괴이한 느낌이 드는 나비이다.
이 책의 분위기를 이 그림 하나가 보여준다고나 할까.

총 15편의 단편들은 장르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제까지 보아 왔던 온다 리쿠의 책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랄까. 물론 미스터리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단편이나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졌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작품들도 있지만, 판타지, 동화, SF, 호러 등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관광여행 ★★★★
마을의 땅에서 돌로된 거대한 손이 자라난다... 라.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속에서 나왔던 w시. 사실 옛날 이야기가 그저 이야기로 존재한다면 동화가 되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면 공포가 된다. 폐쇄적인 마을이 감추고 있던 진짜 비밀을 알게 되면 오싹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지막 반전이 좋았던 작품. (사실 예상 가능한 반전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이끼 ★★
한 여성의 불행하고 안타까운 삶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여전히 난 스페인 이끼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이해력 부족일까.

나비사의 봄, 그리고 여름 ★★★★★
나비는 흔히 영혼과 관계된 존재란 인식이 있다. 그래서 죽은 사람들이 나비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기도 하고. 환상적인 판타지의 느낌이 강했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영혼사와 영혼사가 가지고 있는 마음 속 비밀.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단편으로 기억된다.

다리 ★★
일본은 관동 지방과 관서 지방의 사이가 나쁘다고 한다. 그것을 소재로 삼은 이 단편은 한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대치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멋진 언니들의 포스는 좋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달까.  

이 단편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 하나. 십여년전 중국 여행길에서 마주한 북한과의 국경. 그것은 바로 다리위에 있었다. 다리 한가운데 있는 선 하나가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이젠 너무나도 넌 나라가 된 두 나라. 현재 우리의 현실이 눈에 밟혀 가슴이 아파온다.

뱀과 무지개 ★★★★
이건 온다 리쿠의 느낌이 아주 강했던 단편. 단편집 「도서실의 바다」에 수록된 <봄이여 오라>와 비슷한 설정.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순간 소름이 끼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설정. 이것은 인과의 이야기일지도.

저녁식사는 일곱시 ★★★★
누구나 어린 시절에 저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이 눈앞에 나타날 일은 없겠지만,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그 단어의 느낌만으로 하게 되는 묘한 상상들의 경험이.... 작가인 엄마의 말이 왠지 작가 온다 리쿠의 고뇌를 말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잠시 상상도 해봤다.

틈 ★★★
이건 흔한 괴담 소재같은 이야기. 하지만 이거 하나에는 동의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포 포인트가 있다는 것. 주인공 남자는 살짝 벌어진 틈새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좀 껄끄러웠다. 조금 억지스러웠기에.. 도대체 뭐가 튀어나왔을까? 갑자기 주온이 떠올랐다는...

당첨자 ★★★★
이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럴테지만, 역시 온다 리쿠만의 맛이 있다. 역시 사람의 욕심은 무서운 것이야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 단편. 특히 돈이 걸린 문제라면...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에게 배신당할 수도 있으니 항상 뒤를 조심하시길..

달팽이주의보 ★★★★★
한 작가의 작품 속 장소를 찾아 오게 된 한 마을. 그 마을에는 기묘한 하루가 있다. 그건 달팽이들이 출몰하는 날. 동화적인 판타지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실제로 눈앞에서 나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달까. 나도 그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인간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닌 선량한 존재들의 모습을...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
옛제자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그것은 기쁘고 감개무량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편지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인간으로서 선악의 기준을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인간 능력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왜곡된 선에 대한 생각. 그러나 그것을 절대적으로 악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마지막 단락부분에서 소름이 끼쳤던 단편.

엔드마크까지 함께 ★★★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뮤지컬로 바뀌었다? 우리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지만 그건 쉬이 허락되지 않는 것. 함부로 일탈을 꿈꾸면 좋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 ★★★★
인간들은 과오를 되풀이한다. 마치 끝과 끝이 연결된 레일 위를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인간 사회의 모습. 신생과 멸망을 되풀이하면서도 여전히 과오는 되풀이 된다.

주사위놀이 ★★★★
마치 보드 게임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주사위를 던져 앞으로 가거나 쉬거나 뒤로 가거나 처음 제자리로 돌아 가는. 여기서는 체스를 예로 들었던데, 난 그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체스는 쉬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처음 제자리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오직 전진, 그리고 체크 메이트뿐이이까. 과연 '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다'일까, '날다'일까. 책 내용으로 봐서는 둘 다에 해당할 것 같다.

생명의 퍼레이드 ★★★★
어찌 보면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 작품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던 시대는 끝나고, 인간들은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오만한 존재가 되었고, 그것은 스스로를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탈락시켜 버렸다.    


야상곡 ★★★★
SF 적 요소와 판타지적 요소가 혼합된 작품. AI나 아이로봇의 로봇이 연상되는 한 젊은이(사실은 로봇)이 만난 아주 특별한 존재들... 어쩌면 언젠가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잃어 버리고, 그 감정은 로봇들에게로 흘러들어가 버릴지도 모르지... 지금처럼 산다면..

독특하다. 환상적이다. 기묘하다. 기이하다. 섬뜩하다. 그리고 가끔의 반전도 즐겁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기분을 맛보는 건 너무나도 즐겁다.
잘못 편집한다면 뒤죽박죽 혼란한 느낌을 줄테지만, 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그 어울림이 어색하지 않다.  

온다 월드의 가려져 있던 뒷쪽 면을 엿본 느낌이랄까.
달의 뒷면을 살짝 엿본 느낌이랄까.
일상과 상식을 비트는 이야기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