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 봄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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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준비에 어머니의 병간호, 집안일까지 모두 도맡아 해야 하는 사죠. 그런 사죠를 보면서 쿠사카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둘 사이는 여전히 알콩달콩. 하지만 수험일이 다가온다는 건 고교 시절도 끝나간다는 것의 의미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교시절만큼 지루한 시절도 없었지만, 그만큼 즐겁고 기억에 남는 시절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 준비에 시달리며 보충수업이니 야간자율학습이니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 하지만 돌아 보면 그때가 제일 추억에 많이 남고, 그 시절 친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사죠와 쿠사카베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3말이란 수험 혹은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는 날들이 이어진다. 사죠의 경우 워낙 공부를 잘하지만 입시란 건 결과가 나와야만 안심할 수 있고, 또 합격한다손 치더라도 그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쿠사카베의 경우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뮤지션의 길을 걸어 가겠지만, 이 또한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기에 두려울 것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한단계 올라갈 무렵. 지나고 보면 한때의 추억으로 남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다. 사죠와 쿠사카베도 마찬가지일 듯. 늘 사이좋은 녀석들이지만 장래에 대해 생각을,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기에 트러블이 생겨날 수도 있는 시기가 이때쯤이다. 사죠가 교토대에 합격을 한다면 그리고 그후 대학원 진학까지 한다면 둘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니, 쿠사카베가 결혼 이야기를 운운하는 것이 엉뚱한 발언만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에 어머니의 병간호 등으로 혼란스러운 사죠에게 있어 쿠사카베의 이야기는 뜬구름잡는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건 차지하더라도, 남자끼리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나아가 양자결연까지 맺는 결혼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할 터. 좀더 현실적인 사죠와는 달리 쿠사카베는 자신들의 사랑만 있으면 거리낄게 없다는 입장이니 그런 쿠사카베와 사죠 사이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역시 쿠사카베도 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죠의 어머니와 만났을 때, 그리고 아버지와 만날 약속을 했을 때 등등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남녀 사이에도 결혼을 약속하고 상대의 부모을 만날 약속을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니 쿠사카베 역시 그런 걱정이 하나도 없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게 의견 차이로 사이가 데면데면해진 두 사람. 하지만 쿠사카베가 누구더냐. 교토까지 오토바이로 달려간 용기와 열정은 고스란히 사죠에게 전해졌다. 두근거리는 키스, 떨리는 손. 어린 녀석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어리지 않다. 아니 내가 이미 어른이기에 고교생쯤은 어리다고 치부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완벽한 자신은 없지만 - 이건 어른이라도 마찬가지이다 -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둘의 마음은 공고하다.

졸업식날 맺어진 두 사람. 2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말을 나누었고, 사랑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 교실에서 그들은 고교 시절을 마무리한다. 언제라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될때는 그 교실이 먼저 생각날테지....

동급생 - 졸업생 冬 - 졸업생 春 으로 이어진 사죠 X 쿠사카베 커플의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던 이야기, 눈빛, 몸짓 등은 여전히 따뜻한 느낌으로 내게 남아 있다. 또한 끝까지 삽질만 하다가 제 무덤을 파고야 말았던 하라쌤이나 독특한 포스를 자랑하는 타니 역시 내게 즐거움을 줬던 캐릭터로 남아 있다.

사죠와 쿠사카베, 두 사람에겐 앞으로 더 힘든 일도 더 벅찬 일도 더 아픈 일도 많을 것이지만,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를 잊지 않는한, 그런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거라 생각한다. 고교 시절의 추억, 사랑, 그리고 두 소년의 따스한 성장을 그린 이 시리즈는 내가 읽었던 학원물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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