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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 겨울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4월
평점 :
동급생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졸업생 시리즈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내게 보답해 줬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즐거웠고, 웃었고, 안타까웠고, 귀여웠다. 그저 그런 학원물이 아니라 단지 동성에 대한 사랑을 그린 것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도 함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사카베 히카루, 사죠 리히토.
둘은 어느새 입시철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 수험 준비로 바쁜 사죠와는 달리 여유로운 쿠사카베. 둘은 늘 사죠의 학원 시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짧은 데이트를 한다. 사실 대학 수험을 앞둔 입장에서 마음의 여유라곤 없기에 잘 사귀어 온 커플도 이때즈음에 대부분 이별을 맞이하게 되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러브러브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의 요소가 전혀 없을수만은 없다. 늘 좋은 시간만을 가지는 커플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하라쌤의 이간질(?)로 때로는 입장 차이로 인해 약간의 트러블은 생기지만 둘은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 오고 있다.
졸업생을 읽으면서도 눈에 확 띄는 건 역시 등장 인물들의 속마음이랄까. 말로는 다하지 못하는 속마음들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사는 사람도 없거니와 특히 연인이라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자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선 그렇게 심각한 것 보다는 사소한 질투, 쑥스러움, 의문등이랄까. 특히 하라쌤의 타들어가는 속을 묘사하고 있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졸업생편에서 눈에 띄는 조연이 둘 있는데 - 하라쌤을 제외하고 - 그건 바로 쿠사카베의 친구 타니와 하라쌤의 동료인 하시모토 선생님이다. 타니는 뜬금없는 말로 사죠를 긴장시키고, 하시모토 선생님은 엉뚱한 오해로 하라쌤을 긴장시키는데, 그 순간이 실로 절묘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의 등장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조연이랄까.
게다가 하라쌤의 첫사랑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고교 시절. 화학 선생님과는 제대로 된 시작도 해보지 못한채 끝나버렸다. 여전히 그 일을 떠올리는 하라쌤을 보면 그 당시의 마음이 진심이었을 거란 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가볍고 변태같은 면은 분명히 있지만, 속으로 아픔을 삼키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은근히 매력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전유물이라고 쿠사카베가 리히토에게 준 라이터를 압수(?)한다거나, 리히토에게 선물을 줘서 쿠사카베를 바짝 긴장시키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생긴 건 절대 안귀여운데 말이지....)
쿠사카베는 하라쌤의 마음이 사죠에게 있다는 걸 알고 불안해 하지만, 하라쌤은 사죠가 자신에게 마음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사실 쿠사카베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른과 자신이 경쟁한다면 자신이 밀릴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쿠사카베를 보는 하라쌤의 마음은 질투 + 부러움이랄까.
이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낸 쿠사카베. 그에 비해 아직은 갈 길이 먼 사죠. 사실 사죠가 대학에 들어가는 건 또다른 시작일 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그런 사죠 입장에선 쿠사카베가 일찍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이 부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힘든 입시철, 사죠에게 찾아온 또다른 힘겨움. 쿠사카베는 자신의 힘으로 뭐든 해주고 싶지만, 자신의 힘의 한계를 알고 있다. 서로에게 충실한 두 사람은 그 과정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년들의 사랑과 성장통을 그린 졸업생 겨울편. 시리즈의 마지막인 졸업생 봄 이야기는 어떤 맺음으로 끝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