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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평점 :
이토 준지라고 하면 호러 만화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뭐, 나도 이토 준지의 만화는 호러 만화밖에 본 기억이 없지만.. 그 유명한 소용돌이와 토모에 시리즈는 왠만한 사람도 다 알정도로 유명하다. 그런 이토 준지가 고양이 만화를 그렸다. 일단 표지를 봐서는 무척 귀엽고 예쁜 고양이 두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음.. 그러나 뒷 배경에 서 계신 분의 포스는~~~?!
욘과 무는 고양이 이름이다. 욘은 왼쪽에 보이는 토종 고양이, 무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이다. 이 만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토 준지가 지금의 부인과 약혼을 하고 함께 살던 당시 고양이들과 살던 때의 이야기이다.
욘은 부인이 친정에서 기르던 고양이로 친정 식구들은 모두 고양이를 좋아해 욘은 벌써 네번째의 고양이라 이름이 욘. 무는 이토 준지와 그의 부인이 함께 살면서 입양한 고양이로 다섯번째란 뜻을 가진 고양이이다.
![](http://cfile27.uf.tistory.com/image/1509FA184B8FA99C1F1A16)
<실제 욘과 무의 모습, 특히 욘의 쭉쭉이 장면과 등의 반점에 주목!>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사실 책을 배송받기 전까지 무척이나 궁금했던 건, 과연 호러 만화가가 평범한 고양이 만화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토 준지는 다르다. 개그와 호러가 절묘하게 섞인 고양이 만화를 탄생시키다니..
예전 이토 준지의 만화에서 소이치가 등장하는 만화를 보면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만화에서의 고양이는 외계 생명체(?) 같은 이상한 벌레를 잡아 먹고 괴물 고양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만화는 그런 판타지풍은 전혀 없다. 다만, 고양이에 익숙치 않았던 작가 자신이 고양이 욘과 문득 마주쳤을 때 느꼈던 무서움 - 그것도 착각에서 나온 - 을 그리고 있다. 욘은 특이하게도 등에 해골 문양(?)의 반점을 가진 젖소냥인지라 밤에 문득 그 모습을 보면 놀랐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고, 일상에서의 고양이의 모습과 그 매력을 잘 잡아내고 있다. 특히 오뎅 꼬치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나, 캣타워등에서 고양이들이 노는 장면등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작가는 부인을 호러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우린 이토 준지가 호러 만화가였던 걸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하다.
![](http://cfile29.uf.tistory.com/image/142F85174B8FA9128E853A)
그외에도 많은 그림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개그와 호러란 장르를 적절히 잘 섞어서 표현해 낸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기본은 고양이들과의 공동 생활이란 면에 충실하다. 게다가 고양이의 행동적 특징이나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생각등이 풍부하게 잘 살아있다. 특히 무가 중성화수술을 받고 작가를 외면하는 부분이라든지, 먹을 것만 싸악 해치우고 자신의 약혼자 곁으로 가는 모습에 허망해 하는 모습이라든지, 욘이 처음으로 작가에게 쭉쭉이를 허락했을때 기뻐하는 모습엔 연신 폭소가 터졌다. (쭉쭉이 : 일명 써킹. 어미 젖을 그리워하는 행동으로 보통 담요나 스웨터같은 것을 빠는 행동)
게다가 욘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에피소드에선 배꼽이 빠지라 웃었다.
![](http://cfile25.uf.tistory.com/image/132B0E194B8FAA90A1DE7D)
<욘이 미닫이 문을 여는 장면>
이 장면을 보고 믿지 않는 사람은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 고양이인 티거는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있는 중문 샤시도 밀어서 연다. (발이 들어갈 틈만 있으면) 이 장면을 보고 우리 티거가 생각나서 - 특히 발을 교묘하게 움직여서 무거운 샤시문을 여는 모습이 - 너무도 즐거웠다.
욘이 굉장히 특징있는 녀석이라 욘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무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무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라 털도 풍성하고 특히 목에 있는 털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http://cfile29.uf.tistory.com/image/16023F194B8FAB2F1B4D0B)
이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무.
고양이도 때로 사람을 문다. 보통 발을 이용해 할퀴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에게 물리면 진짜 아프다. 그러나 무가 무는 경우는 애교로 봐야 한다. 나도 이러다가 몇 번 물린 적이 있기에.
고양이와 함께 살면 다양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난 지금 개를 다섯마리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른 매력이 흘러 넘친다. 그러한 고양이의 매력을 가득 담아낸 욘&무. 비록 작화가 사실적이고 가끔은 공포스러운 느낌의 그림도 있으나 이토 준지만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다른 고양이 만화 중에는 지나치케 미묘(美猫)를 그리거나 고양이의 귀여움만을 살린 만화도 있지만(물론 그런 것도 너무나 좋아한다), 이토 준지의 만화는 최대한 자신의 고양이들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낸 점이 좋다.
나에게 제일 마음에 든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역시 마지막 에피소드. 바퀴 달린 의자에 기대어 잠드는 고양이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작가가 고안해낸 방법을 본다면, 작가의 고양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나고 싶은 사람,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사람, 그러면서도 가끔 모골이 송연한 무서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28P, 67~68P, 72P, 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