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대화 -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에 들어온 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들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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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서늘한대화

워낙 출간 도서가 많은 저자이지만 단독 저서는 몇 안 되는데, 오랜만에 단독 저서가 새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이, 세상, 어른, 행복의 네 섹션에 각각 다섯 개의 꼭지로, 총 20꼭지의 글이 담겨 있다.

의미심장한 구절이 많았다. 어른 섹션이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아이 섹션은 교육적 측면이 많이 담겨 있었고(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시리즈 출간을 통해 아이, 학부모와 많이 소통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듯 하다. ) 세상이나 행복은 인공 지능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을 차분히 짚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정재승은 알려진 대로 과학자, 연구자, 교수, 대중들에게 과학을 잘 전달하는 사람에서 그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는(이미 저 너머 어딘가로 나아간) 듯하다. 남들은 해보지 못하는 진기한 경험들(올리버 색스, 제인 구달, 대니얼 카더먼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눈 이야기 등등)을 의미심장하게 풀어놓는다.

1장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자신의 경험을 통과하게 하는 일이다. 26쪽
- 교실에서의 교육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

8장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을 이세돌의 입장에서도 들어보고(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장강명의 입장에서도 들어봤는데(먼저 온 미래) 정재승의 입장도 있었다. 그는 무려 그 때 사회를 보았고 이세돌과 대국 직전과 직후에 대화도 나누고 상황을 근접하게 직접 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정보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알지 못한 채 인공지능이 처리한 문서에 인간이 확인 도장을 찍고 거기에 책임을 지는 인간만이 남는 현 세태에 대한 경고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자동화 편향과 인간의 책임 문제. 매우 중요한 문제를 잘 짚어주었다.

11장
우리는 말을 건네는 모든 것에 마음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
인간은 말이 잘 통하면 상대를 쉽게 인간으로 여기는 존재..
인간은 말이 통하는 인공지능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가.. 224쪽

앞으로 컨설턴트는 기업 내부의 독점 데이터와 조직의 이해 관계를 읽어내면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고 위험과 불확실성은 높은 영역에 대해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 ..어느 분야든, 앞으로 일은 나뉘고, 깊어지며, 세분화될 것이다. 범용 지식은 인공지능을 통해 싸고 넓게 공급되지만,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암묵지와 신뢰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228-229쪽
-또 나왔다. 암묵지!!

인간 자신도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기계가 먼저 문장으로 만들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234쪽
-이런 깨달음이 우리에게 ‘서늘함‘을 준다. ‘서늘한‘ 대화.

12장
교육의 핵심 과제는 배우려는 의지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은 지식을 갖춘 사람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배우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에릭 호퍼, <인간의 조건>

The central task of education is to implant
a will and a facility for learning;
it should produce not learned but learning people.

13장
이기적이고 다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속하지 못하며,
결속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찰스 다윈,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Selfish and contentious people will not cohere,
and without coherence nothing can be effected.

‘약한 연결‘은 친하지 않은 동료와 옛 지인, 가끔 인사하는 이웃처럼 서로 다른 사회적 집단을 잇는 다리다. 새로운 일자리와 아이디어, 낯선 기회는 나와 같은 정보를 가진 친한 친구보다 다른 세계에 발을 걸친 지인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끈끈한 관계가 나를 지켜주는 담요라면, 약한 관계는 바깥 공기를 들이는 창문이다. 266쪽

인공지능은 낯선 분야의 지식을 찾아주고 대화의 초안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신뢰와 평판, 호혜성은 실제 관계 속에서 축적해야 한다. ...
사회성이야말로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하기 힘든, 우리가 장착해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367쪽

19장
오래 지속되는 안녕은 쾌락의 강도보다 안정적인 관계, 통제감, 삶의 의미, 그리고 몸이 안전하다는 감각에서 나옵니다. 401쪽

어쩌면 과학이 해야 할 일은 믿음을 조롱하지 않되 인간이 왜 믿는지를 이해하는 것이고,
종교가 해야 할 일은 위로를 제공하되 그 위로를 과학적 검증의 면죄부로 사용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403쪽

20장
불편의 감소가 곧 행복의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 415쪽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 쓸모와 존엄,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만든다. 422쪽

이 책은 서문에서 ‘서늘하다‘는 단어의 의미 풀이부터 시작한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서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으로 거칠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에서 과연 ‘서늘하‘다라는 단어가 얼마나 쓰였을까.

서늘한 깨달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밑줄 그으며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며 며칠 푹 빠져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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