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감촉 #은희경은희경이 신간으로 돌아왔다. 새의 선물에서는 열광했었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작가도 나이가 들고 나도 나이가 들고 점점 멀어지게 됐다. 그래서 이번 신간 소식에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혼한 전남편이 ‘경선’에게 경선 이름으로 된 통장을 남겼다는 줄거리를 읽고 호기심이 일었다. 어? 이거 나이든 여자의 로망인가 싶었다. 젊은 여자들에게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한 로망 더 어린 나이에는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나이든 여자에게는 이혼한 남편이 정말 뼈저리게 싫고 원한이 맺혔더라도 죽어서 돈벼락이라도 맞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 로망인가 싶었다. 왜냐하면 이혼한 전남편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는 이혼 후의 남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지만 남편들은 절대 아내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아니 아내라는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니 외도를 하고 이혼도 하고 했겠지만. 남녀 성향 차이도 있겠고.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전남편의 유산 대목은 매우 짧게 처리되어 있었고 (나는 이 부분이 매우 궁금했는데 아쉽다. 예상 빗나감) 주로 육십대 여인들의 노화 이야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 자녀나 손주에 대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가방끈이 짧던 옛할머니들 이야기가 아닌 대졸 할머니들의 소회를 엿볼 수 있었다. 586? 386? 이런 말을 지세대들은 모른다고 하지만 암튼 그들의 이야기다. 아니 이제 그들은 686이 되었나. 박완서 박경리 작가 이후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이 드물게 느껴졌는데 그런 면에서 단비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