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사는 곳 -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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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란 회마다 거듭되는 짧은 사건과 단상만이 뒤섞인 드라마도, 2시간이 조금 넘는 스토리 안에 모든 생을 풀어 놓은 영화도 아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한 뜻밖의 운으로 크게 인생이 바뀌지도 혹은 극적 반전도 변화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생을 대하는 자세는 모두가 똑같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작가의 <그 여자가 사는 곳>책 속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데, 인간 탐험적인 작가의 글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 같이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를 떠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거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착하고 순수하며 정직하고 때론 순진해서 상처받고 고통을 받으며 삶의 함정에서 때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는 나약한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중편보다는 짧은 단편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남루한 일상들이 안스럽고 딱하게 그려져 있어도 결코 정도를 벗어난 패악을 부리거나 미망뿐인 트릭이 존재하는 건 아니며 긴 글보다 많은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정말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진하고 독한 여운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제 결혼으로 인한 다문화에 대한 '그녀가 사는 곳'과 '타인과의 시간', '블루하우스'는 많은 생각을 던지는 글이다. 특히 '그녀가 사는 곳'의 리엔은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인종적 문화적으로 차별을 겪으며 윤리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픈 글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또 다른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고 있을 인종적 차별성을 씁쓸하니 엿본다. 아마도 작가는 요즘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다문화 사회에 대해, 우리에게 국가에게 사회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보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종과 계급, 성별의 차별은 사라진 노예제도를 연상시키며 잘못된 자본주의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직도 인종적인 차별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기에 작가는 이들도 이제 우리 안의 가족임을 보듬고 같이 겪으며 나누자는 이야기를 한다.   

부산 출신의 정인 작가의 책<그 여자가 사는 곳>으로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이름난 유명 작가들 못지 않은 그녀의 섬세하고 긴장감 넘치지만 몸살을 앓는 듯 몸을 돌고 있는 미지근한 미열 같은 쌉싸름한 고통과 애환이 녹아있는 근원적인 삶을 잘 피력한 글들이 내 혈관의 핏속을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듯 따뜻한 느낌이다. 좀 더 표현하자면 인간의 실상을 좀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한 권으로 그녀의 팬이 되어 버렸다. 담담한 듯 아픈, 고단한 듯 따뜻한, 그러나 남루하기 이를데 없는 생 앞에서 번민하며 탐구하는 사실적인 고통 앞에서 반성하고 나아가는 진면목을 보여주는 그녀의 글에 뻐근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위력을 지닌 단단하고 힘있는 글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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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 Skinet 키위 스키너트 - 스킨케어와 다이어트를 한 번에
모토하시 노보루 지음, 김정환 옮김 / 비타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이라 그런지 몸매 관리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나부터도 견과류 다이어트로 5kg을 뺐지만, 아직 살과의 전쟁을 치루며 비키니를 입기 위한 몸부림을 하느라 더욱 다이어트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다이어트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몸매 관리를 하기 위함이 아닌 건강을 위한 자기관리의 형태로 변모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강 식이요법 키위 스키너트가 있다. 스키너트(Skinet)는 다이어트와 스킨케어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새로운 신조어다. 스킨케어(skin care)와 다이어트(diet)의 합성어로 책<키위 스키너트>에서는 레몬과 오렌지보다 높은 비타민 C 함율을 가지고 있는 키위의 효능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루에 대략 키위 1-3개를 먹으면 스킨케어와 다이어트 효과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단기 다이어트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계속하면 단순히 날씬해지는 것만이 아닌 몸속부터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어 피부와 날씬한 몸매를 요요현상없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보통 다이어트와 달리 키위 스키너트는 다이어트로 인한 피부 트러블 고민없이 키위의 좋은 성분이 장 속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변비를 개선하여 몸에 쌓여 있는 나쁜 독소를 제거해, 피부 재생과 미백효과를 도와 피부와 건강까지 한번에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키위가 좋은 이유는 GI(혈당지수) 수치가 35로 매우 낮은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GI란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때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어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GI가 낮은 식품일수록 혈당을 천천히 높이면서 지방을 쉽게 소모하도록 도와 체중 조절에 매우 큰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레몬과 오렌지(48.5%)보다 무려 2배 이상의 높은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는 키위(108.9%)의 효능을 간단하게 알아 보자.  

1. 장 건강, 변비 해소
위장 등 소화기계에 도움을 주는 키위는 수분과 식물섬유가 풍부하고 장내의 노폐물 배출 작용을 돕는 클로로필(엽록소)과 올리고당도 들어 있어 장내의 선성 균을 증식시켜 해독효과를 높여 독소와 노페물이 쌓이는 심한 변비 개선에 효과가 높다. 

2. 피부 미용, 미백, 기미.주름 개선
키위에는 피부를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가 매우 많은데, 노화 방지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항산화 비타민 A, C, E를 비롯 피부 점막을 높여 거칠어진 피부를 개선하는 베타카로틴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베타카로틴과 면역력을 높이는 항산화 비타민 C, E는 새로운 피부 세포를 재생시키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베타카로틴, 비타민 A, C, E와 파이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이 서로 협력해 외부의 자극이나 세균 침투를 방지하며 멜라닌 합성을 억제하는 세라미드를 증가시켜 미백과 기미 생성을 막아 주며 콜라겐 생성과 피부세포를 만드는 아미노산도 들어 있어 피부의 신진대사를 높여 주름 없는 고운 피부를 만들어준다.

3. 여드름 퇴치, 여드름 흉터 제거
키위에 들어 있는 클로로필(엽록소)이 여드름의 염증이나 화농을 예방하고 살균작용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피부와 점막을 강화 여드름 흉터의 상처 받은 세포를 수복하여 윤기를 주는 비타민 A로 변한다.


4. 입냄새.몸냄새 예방

키위의 식물섬유는 장내 악성 균을 줄이고 선성 균을 늘려 장내 환경을 개선시켜 입 냄새나 몸 냄새를 예방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 가용성 식물섬유는 악성 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악성 콜레스테롤 등 유해성분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며 클로로필(엽록소)는 몸 속에서 부패하는 각종 악취성분이 혈액에 흐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피부의 땀샘으로 배출되는 몸 새와 폐를 통해 숨을 내쉴 때 배출되는 입냄새를 없애주는 것이다.

5. 스트레스 해소, 독소 해독
스트레스로 인한 혈액 흐름을 좋게 하는 비타민 A, C, E와 폴리페놀류 등의 파이토케미컬이 정상적인 혈액 흐름으로 되돌리는 작용을 한다. 심한 스트레스는 혈액 속의 '선성 효소'를 '악성 활성산소'로 바꾼다. 그리고 '악성 활성산소'는 혈액 속의 정상적인 콜레스테롤을 유해한 '악성 콜레스테롤'로 바꾼다. 그 결과 혈액 속에 유해한 악성 콜레스테롤이 늘어나 동맥경화증, 빈혈, 심부전증 등을 유발하는데 키위가 '악성 활성산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해독'작용을 해주는 것이다.

6. 어깨 결림 해소, 빈혈 예방
어깨 결림은 혈액 순환의 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것. 그러면 냉증에 걸리기도 쉽기 때문에 손발 끝까지 퍼져 있는 모세혈관을 넓혀 혈액이 세포 구석구석까지 운반되도록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하는데 그 성분이 키위에 들어 있다. 또한 키위의 비타민 C 철분의 흡수율을 높여 정상적인 적혈구량을 공급, '적혈구 조혈작용'을 높인다. 그 결과 혈액 속의 산소 운반이 정상으로 되돌아와 빈혈과 어깨 결림 등을 개선시켜 주는 것이다.

7. 암 예방
몸 속에서 과대하게 발생하는 '악성 활성산소'는 유전자 DNA에 손상을 입혀 암을 진행시킨다. 키위에 들어 있는 항산화 비타민 A, C, E나 안토시아닌 같은 '항암성 파이토케미컬'은 해로운 '악성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 바이러스나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 몸속에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해로운 활성산소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해독하는 기능을 하여 몸을 보호해 노화도 방지해준다.  



그 밖에도 간기능 보조, 생활습관병 개선, 지방 연소 촉진, 면역력 상승, 눈의 건강과 남성력 증강에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정말 키위의 효능은 실로 대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몸매 관리뿐만 아니라 스킨케어에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당장 키위부터 사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식을 먹으면 특히 기름진 음식은 뇌에서 엔돌핀과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교감신경을 흥분하게 하여 기분을 좋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먹을 거 다 먹어가며(물론 운동은 언제나 필수다.) 살 뺄 수 있는 키위 스키너트라면 다이어트도 즐거울 것 같다.   

다이어트는 여자들에겐 영원한 숙제이며 살아 있는 한 짊어지고 가야할 무거운 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수고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예뻐지고 날씬해지기 위한 자기 만족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하고 활동적인 삶의 열정이 아닐까 나는 생각해 본다. 
혹 다이어트중이라면 아니 다이어트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먹을 거 다 먹어가며 할수 있는 키위 스키너트로 당장 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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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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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앋] 「명사」 남편의 첩.
 

처음 <시앗>책을 받아들었을때 불륜을 다룬 화제의 드라마 '내남자의 여자'가 생각났다. 2007년 당시 식을 줄 모르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면 그다음날 주부들의 열띤 공방전이 뜨거웠던 작품이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혹자도 도대체 왜들 난리인지 궁금해서 몇 번 시청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는, '내 남자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풍기듯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나는 불륜에 관한 스토리의 드라마는 보기 불편하다. 물론 드라마라는 장르가 허구에 의한 이야기 구조로 쓰여졌지만 그래도 우리네 일상의 단면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모든 것이 허구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기에 아무리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에도 그리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불륜에 대한 악감정도 반발심도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이상 불륜이라는 말이 그리 강렬하게 내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드라마라는 일상생활 속 불륜을 아름답고 때로는 순수하게 아가페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화하고 과장되게 또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둥 하물며 업보로 받아 들이라는 듯 메시지를 은연중 우리들 머리속에 세뇌하듯 무책임한 의도와 연출에서 즐겁지가 않은 것이다.  

하물며 드라마가 날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데 실제로 겪은, 아니 지금도 겪고 있는 주인공 김서영씨가 쓴 책은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책을 읽는 내내 '설마?' '거짓말이야.'라며 의심하면서도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단숨에 책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런데 난 <시앗>을 2009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벌써 3년이나 지난 2006년에 출간 된 책이었다. 그것도 책에 나와있는 설명을 보니, 아줌마닷컴(
www.azoomma.com)에서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출판을 하게 되었단다. 책 <시앗>은 그야말로 시앗, '첩'이라는 존재가 저자의 인생 앞에 나타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단상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씁쓸한 거의 절제된 언어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절제된, 아니 억눌릴 수 밖에 없었던 표현들이 내 심장을 아프게 짓누르는것만 같아서 눈물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근 25년이나 된 남편의 내연녀를 알게 된 순간 저자는 배신감을 느끼며 치를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숱한 좌절과 고통 속에서 '직무유기', '남편방조죄', '오만방자' 등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그들의 관계도 인정해주기로 했단다. 저자 김서영씨는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누굴 탓하고 누굴 까발리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아파서, 송곳으로 심장이 찔린 듯이 아파서, 어딘가에라도 풀어 놓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비난과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책을 출판하고 나서는 그녀를 격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혼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내 자리에서 한 치도 물러나 앉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늘의 식물은 그늘에서 살아야만 한다. 시작이 그늘이었으면 끝도 그늘이어야만 한다. 나는 햇빛 찬란한 양지에 앉아서 음지의 그들을 관조하기에 이른다. 나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로 한다. 

<시앗>2권에서는 관계를 인정해준 시앗과 남편의 이야기를, 그리고 저자가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의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들려준다. 또 큰시아주버님이 있음에도 둘째인 남편이 한 가정(시댁 식구들)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써의 삶을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 온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설문 자료에서 20-30대는 이혼을 하라고 하고, 40-50대는 이혼은 절대 해주지 말라고 했단다. 난  30대이다. 통계에서처럼 처음엔 차라리 이혼하고 앞으로 남은 여생이라도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의 뒤로 갈수록 그녀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또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또한 그녀의 부처같은 인내를 옳고 그르다는 잣대를 휘두룰 만큼 환갑의 저자보다 내 인생은 너무도 짧아서 논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끝이 없는 여정을 여전히 감래해야하는 그녀의 고달픈 삶이 가슴을 싸늘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의 용기있고 지혜로운 대처법에 고마울 정도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래는 저자의 상황을 그나마 나타내 주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이
  이 년 전 결혼 후 며느리와 유학길에 오른 큰아들은 소식 한 번 없고, 처음엔 그 아들이 괘씸하고 다음엔 그립고 다음엔 기다리고, 그러고는 체념하고. 독립해나가 있는 작은아들에게는 다시 상처 받을 일이 생길까봐 조심스럽고. 그리고 남편. 그 사람에게 여자가 있음을 처음 알았던 사 년 전에는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가고, 잘못했다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믿고 속았음을 알고. 또 일 년 또 일 년 그리고 사 년이 지났다.
   이제 아무런 기대도 없고 욕심도 없이 예순이라는 나이가 되고 남편은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들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매고, 그 여자가 남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나도 인정하게 되고,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모자라는 것 투성이라는 것도 스스로 깨닫게 되고, 그들의 이십오 년의 역사 앞에서 맥 못 추는 삼십 년이라는것이 처음엔 가슴 아픔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다 내 나름대로의 자만에 불과하고,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다는 이론 앞에서 나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엇던 일. 엄밀히 따지자면 진실로 자기 것이란 자기 자신밖에 엇는 것이 아닌가.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내 것일 수 없는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편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기대와 욕심을 버리기까지 많이도 아팠지만, 그래도 가정을 버리지 않겠다고 버티는 남편에게 감사하고 나를 형님이라고 깍듯이 모시는 그 여자의 인생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가지기로 하고, 둘이 떠나는 미국 여행길에 공항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달라는 남편의 말대로 두 사람을 태워다 주었다.   



이렇게 덧없이 세월은 갔고 몸은 늙고 마음은 의욕상실이 되고 말았다. 빼앗긴 의욕이라고 생각지 않으려 한다. 피해의식은 금물이다. (1/p. 189)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형부와 언니의 이야기가 더 의문을 초래한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배움도 갖게 한다. 빈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깨달음도 갖게 한다. 상대가 아끼는 것을 함께 아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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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비치 -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곳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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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네! 즉각적인 거야!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변화는 순간적이네!" (p.174)

지구를 한 바퀴 반 돌아 다다른 해변 마을 오렌지 비치에 청바지와 흰 셔츠를 입고, 낡은 여행용 가방을 손에 쥔 노인 존스가 오렌지 비치에 나타났다. 그는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꺼렸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만들며 희망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사랑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달라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관점의 부족성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며 사랑의 네 가지 표현 방법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힌 한 남자에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물리치고 올바른 논리로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익혀 더 이상 쓸데없는 일로 슬퍼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또 삶의 마지막을 무료하게 살고 있는 노부인에게는 아직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심어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76세의 윌로 부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며 이제는 자신의 시대가 끝났고 삶을 떠날 마음의 준비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마음 속 한편이 꺼림칙하게 편치 않았다. 그런 부인 앞에 여과없이 나타난 존스는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나 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고 싶다는 윌로 할머니의 말에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쉰 번쯤 맞은 후부터 세는 걸 포기하고 살았다는 나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왜 우리가 숫자에 지배당해야 하지요? 아가씨, 제 나이를 생각하면 제 눈에 부인은 아가씨로 보이거든요. 대체 누가 아가씨한테 이제는 할 일도 없고, 아무것도 줄 게 없는 쓸데없는 노파가 됐다고 결정할 권리를 주었나요?" (p.108)

그래도 카드놀이 밖에 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윌로 부인에게 존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닭튀김 비법을 활용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예순다섯의 할란 샌더스와 일흔 여덟에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한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일흔여덟에 공직 활동을 하면서 쓴 책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 일흔다섯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 아흔에 첫 작품을 판 화가 그랜마 모제스, 일흔 둘에 베드로 성당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나이를 들먹이며 그녀의 말을 잠식시킨다.

또한 아흔 한 살의 노먼 볼로그를 출발점으로 농림부 장관을 지낸 헨리 윌리스, 조지 워싱턴 카버, 미주리의 다이아몬드 마을의 모세스라는 농부까지 거슬러 올라 간 20억 인구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윌로 부인을 감동시킨다. (그녀 못지않게 나도 감동 받았다.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고 본보기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변화를 이루었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기껏 미미한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엄청난 파급효과를 냅니다."

누군가의 생각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며 큰 효과를 이루어냈다는 건 정말 우주의 넓이만큼 대단하고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말은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약간 다르게 보는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시작 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늘과 우주의 방대한 크기에 비하면 사람은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만큼 바다만큼 광활한 우주만큼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부인도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내일, 또 내일………어쩌면 부인의 결정과 행동으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삶까지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부인의 나이와 건강, 경제 상황과 피부색, 성, 감정이나 종교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부인이 한 행동과 결정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할 뿐입니다. 그건 영원히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시간은 소중한 겁니다. 부인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p. 122-123)


같은 맥락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업가 헨리에게 존스는 '성공하는 삶'의 참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순간의 선택과 실수로 인한 삶의 방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힘과 용기, 지혜와 깨달음을 일깨워준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예."
"'사소한 것'은 우리 삶에서 큰 그림을 이루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모두가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사소한 것'을 무시하지만, 그 큰 그림이 결국에는 '사소한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 코끼리한테 물려봤나?"
헨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모기한테는?"
"물론이죠."
"이쯤이면 내 말뜻 알겠지? 자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건 사소한 거야!" (p.164)

<오렌지 비치>는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로 유명한 앤디 앤드루스 작가의 4년만의 신작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과 낙관적인 이야기들을 위인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번 <오렌지 비치>에서는 한 노인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듣고 마음을 움직여 희망을 찾게 도와주며 후엔 그 특별한 한 사람의 힘이 오렌지 마을 전체에 기적을 일으킨다.  

요즘 본의 아니게 읽는 책마다 자기계발서가 많다. 삶에 대한 희망과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오렌지 비치>는 <기적의 양피지>처럼 사실적인 면과 허구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픽션(fiction)형식의 자기계발서와 닮아 있다. 실제 작가 앤디 앤드루스가 살고 있는 '오렌지 비치'는 그가 깊은 절망과 고난의 청년기를 이겨낸 곳으로 자신의 자전적인 실화를 <오렌지 비치>속에 적절하게 섞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 속 인물들이 실제로 오렌지 비치에 살고 있을 것 같아서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난 그가 코미디언이었는지 이제 알았다. 거기다 무려 네 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 앞에서 연설을 한 적도 있는 '조용한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작가로써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코미디언이라는 인생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미디가 세상을 향해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고.


그 도구로 인한 작가 앤디 앤드루스의 책 속에는 그의 탁월한 유머와 위트, 감각적인 표현과 진실된 감성들로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인생의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지혜의 말들을 단단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 앤디 앤드루스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일관되게 '관점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작가 한상복님의 <재미>에서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처럼 <오렌지 비치>에서도 노인 존스가 말하려 하는 것이 관점의 중요성이다. 같은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그 한 뼘의 관점이 삶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관점만 조금 바꾸면 희망의 빛을 찾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존스와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일관되게 전하는 오렌지 비치. 책을 덮어도 계속 들춰보게 되는 삶을 바꾸겠다는 결심의 자세는 결코 불꽃 놀이나 군악대처럼 요란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p.174) 라는 말이 뜨겁게 가슴에 와닿는 이유일 것이다.

p.s 한상복 작가님에 이어 앤디 앤드루스 작가의 글도 잘 읽킨다. 그들의 글은 그것도 머리보단 심장으로 스펀지처럼 달달하게 잘 흡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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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육체적 변화와 함께 감성이 고조되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과도기의 한 부분인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일중 하나이다. 심신 양면으로 정서와 감정이 불안정한 성장통이라고 말하는 시기를, 빨리 겪을 수도 있고 늦게 겪을 수도 있고, 또는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가기도 하며 때론 유난히 격하게 겪기도 하는 소년, 소녀들도 있다. 여기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에서 사춘기 시절을 호되게 겪은 주인공 디에나가 있다. 어항만큼 좁은 퍼시피카에서 '색골, 사이코, 자존심도 없는 애'로 낙인 찍혀버렸다.

나, 디에나 램버트는 아무에게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누구도 내게 소속되어 있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늘 치루는 의식 같은 일을 오빠 친구 토미와 자행하던 날, 그것도 아빠에게 들켜버렸다. 하지만 오빠의 친구인 토미의 주접에 사소한 부분까지 까발려지면서 소문은 순식간에 좁은 퍼시피카에 퍼져 가족 모두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로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디에나의 소문이 퍼시피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집안 분위기도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날 이후로 얼어붙은 듯 냉랭하기만 하다. 집에서 유일하게 디에나에게 잘 대해주는 오빠, 대런. 계획대로라면 대학을 갔어야 하는 오빠의 이른 결혼으로 함께 사는 그들의 가족과 함께 집을 나가는 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목표인 디에나는 방학을 맞아 피자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줄거리만 보면 평범한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어, 기존의 성장소설처럼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무언가를 하나씩 깨달아가며 커가고 성장한다는 그런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여느 성장소설과 다른 부분은 책의 주인공 디에나가 남들과 다른 어린 나이에 씻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면서 상처와 아픔을 홀로 당당히 맞서간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호소력 짙은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라는 제목 때문에 무언가를 기대하셨던 독자들은 다소 실망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어떤 사람이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고 있는 듯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는 막상 이야기하고 보면 별거 아닌 그런 심심한 느낌. 그래서 그 이후로 느끼는 절망감이 더한 김새는 기분. 나도 처음 책을 펼쳐 들면서 간절한 제목만큼 무언가 있을거라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잔잔한 이야기 구도에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는 가십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소녀 디에나가 자신도 어렸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다는 걸 마음 속으로 외치는 반어 기법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하고 미여지는 제목이며 그 느낌은 고스란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담담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어우러져 큰 복선없이 물 흐르듯 디에나의 감정 선상에 서서 쉽게 동화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여타 성장소설처럼 주인공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한단계 성숙해져간다는 걸로 우리에게 기대와 희망을 보여준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말하고, 용서한다고 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 되었다. 작디작은 선언이 차곡차곡 쌓여 발아래에 단단한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읽은 성장 소설이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퍼시피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작가 세라자르의 첫작품으로 2007년 내셔널 북 어워드 청소년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의 첫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세련된 문체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이면보다 내면의 미묘한 10대의 심리상태를 담대하리많치 평이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읽는 동안 주인공 디에나의 작은 부분적인 심리까지 직접 눈으로 보듯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할 때는 정말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발을 내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모습에서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주고 싶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는 디에나의 고군분투기 성장소설이지만 모든 10대와 이미 10대의 문턱을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나에게도 한번쯤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10대들을 생각하고 되새기며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국제적으로나 문화적, 정서적으로 다른 면모는 있겠지만은 디에나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요즘도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10대들의 방종에 그들과 같은 통로를 거쳐온 어른이 된 나로썬 무심코 궤도를 벗어난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우며 때론 절망적인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저 그 시기를 지혜롭게 때로는 주위의 보살핌과 다독임으로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텐데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나 늦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진흙탕 속에 빠질 수 있다. 스스로 빠져 나오느냐, 아니면 진흙탕 속에 그대로 빠져 있느냐는 스스로의 몫이다. 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진흙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의 할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자아 생성과 개선에 계속적인 지도와 가르침으로 감싸 안아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임을 우리 기성세대는 이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먼저 그들과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유난히 사춘기를 격하게 겪고 있을지 모를, 디에나처럼 아프고 외롭게 성장통을 겪고 있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 1차적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 되겠다. 소통의 단절을 만드는 세대차이를 극복하여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모,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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