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비치 -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곳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네! 즉각적인 거야!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변화는 순간적이네!" (p.174)

지구를 한 바퀴 반 돌아 다다른 해변 마을 오렌지 비치에 청바지와 흰 셔츠를 입고, 낡은 여행용 가방을 손에 쥔 노인 존스가 오렌지 비치에 나타났다. 그는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꺼렸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만들며 희망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사랑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달라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관점의 부족성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며 사랑의 네 가지 표현 방법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힌 한 남자에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물리치고 올바른 논리로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익혀 더 이상 쓸데없는 일로 슬퍼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또 삶의 마지막을 무료하게 살고 있는 노부인에게는 아직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심어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76세의 윌로 부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며 이제는 자신의 시대가 끝났고 삶을 떠날 마음의 준비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마음 속 한편이 꺼림칙하게 편치 않았다. 그런 부인 앞에 여과없이 나타난 존스는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나 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고 싶다는 윌로 할머니의 말에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쉰 번쯤 맞은 후부터 세는 걸 포기하고 살았다는 나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왜 우리가 숫자에 지배당해야 하지요? 아가씨, 제 나이를 생각하면 제 눈에 부인은 아가씨로 보이거든요. 대체 누가 아가씨한테 이제는 할 일도 없고, 아무것도 줄 게 없는 쓸데없는 노파가 됐다고 결정할 권리를 주었나요?" (p.108)

그래도 카드놀이 밖에 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윌로 부인에게 존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닭튀김 비법을 활용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예순다섯의 할란 샌더스와 일흔 여덟에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한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일흔여덟에 공직 활동을 하면서 쓴 책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 일흔다섯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 아흔에 첫 작품을 판 화가 그랜마 모제스, 일흔 둘에 베드로 성당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나이를 들먹이며 그녀의 말을 잠식시킨다.

또한 아흔 한 살의 노먼 볼로그를 출발점으로 농림부 장관을 지낸 헨리 윌리스, 조지 워싱턴 카버, 미주리의 다이아몬드 마을의 모세스라는 농부까지 거슬러 올라 간 20억 인구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윌로 부인을 감동시킨다. (그녀 못지않게 나도 감동 받았다.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고 본보기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변화를 이루었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기껏 미미한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엄청난 파급효과를 냅니다."

누군가의 생각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며 큰 효과를 이루어냈다는 건 정말 우주의 넓이만큼 대단하고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말은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약간 다르게 보는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시작 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늘과 우주의 방대한 크기에 비하면 사람은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만큼 바다만큼 광활한 우주만큼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부인도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내일, 또 내일………어쩌면 부인의 결정과 행동으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삶까지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부인의 나이와 건강, 경제 상황과 피부색, 성, 감정이나 종교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부인이 한 행동과 결정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할 뿐입니다. 그건 영원히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시간은 소중한 겁니다. 부인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p. 122-123)


같은 맥락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업가 헨리에게 존스는 '성공하는 삶'의 참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순간의 선택과 실수로 인한 삶의 방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힘과 용기, 지혜와 깨달음을 일깨워준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예."
"'사소한 것'은 우리 삶에서 큰 그림을 이루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모두가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사소한 것'을 무시하지만, 그 큰 그림이 결국에는 '사소한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 코끼리한테 물려봤나?"
헨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모기한테는?"
"물론이죠."
"이쯤이면 내 말뜻 알겠지? 자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건 사소한 거야!" (p.164)

<오렌지 비치>는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로 유명한 앤디 앤드루스 작가의 4년만의 신작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과 낙관적인 이야기들을 위인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번 <오렌지 비치>에서는 한 노인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듣고 마음을 움직여 희망을 찾게 도와주며 후엔 그 특별한 한 사람의 힘이 오렌지 마을 전체에 기적을 일으킨다.  

요즘 본의 아니게 읽는 책마다 자기계발서가 많다. 삶에 대한 희망과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오렌지 비치>는 <기적의 양피지>처럼 사실적인 면과 허구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픽션(fiction)형식의 자기계발서와 닮아 있다. 실제 작가 앤디 앤드루스가 살고 있는 '오렌지 비치'는 그가 깊은 절망과 고난의 청년기를 이겨낸 곳으로 자신의 자전적인 실화를 <오렌지 비치>속에 적절하게 섞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 속 인물들이 실제로 오렌지 비치에 살고 있을 것 같아서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난 그가 코미디언이었는지 이제 알았다. 거기다 무려 네 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 앞에서 연설을 한 적도 있는 '조용한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작가로써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코미디언이라는 인생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미디가 세상을 향해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고.


그 도구로 인한 작가 앤디 앤드루스의 책 속에는 그의 탁월한 유머와 위트, 감각적인 표현과 진실된 감성들로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인생의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지혜의 말들을 단단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 앤디 앤드루스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일관되게 '관점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작가 한상복님의 <재미>에서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처럼 <오렌지 비치>에서도 노인 존스가 말하려 하는 것이 관점의 중요성이다. 같은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그 한 뼘의 관점이 삶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관점만 조금 바꾸면 희망의 빛을 찾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존스와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일관되게 전하는 오렌지 비치. 책을 덮어도 계속 들춰보게 되는 삶을 바꾸겠다는 결심의 자세는 결코 불꽃 놀이나 군악대처럼 요란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p.174) 라는 말이 뜨겁게 가슴에 와닿는 이유일 것이다.

p.s 한상복 작가님에 이어 앤디 앤드루스 작가의 글도 잘 읽킨다. 그들의 글은 그것도 머리보단 심장으로 스펀지처럼 달달하게 잘 흡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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