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자전거여행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 / 미다스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삶이란 무엇일까?
문득 책 '메기와 만다라'를 반쯤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다시 든 생각이지만 학창시절 나도 삶을 생각하는 나름 철학적인 아이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를 읽고 혼자만의 생각에 깊이 빠져 고뇌와 번뇌를 번갈아 하며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하는 생이라는 삶을 고작 살아 온 몇 십 년의 세월 속에서 정의를 내리려고 무진장 고민한 적이 있었다.   

물론 결론적인 답을 얻지는 못했으나,(당연한 거다.) 그 이후 살아갈 날이 내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또, 삶이란 살아가는 생 속에서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적으로 자극과 변화, 갈등,욕망 등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가지 감정들의 융합으로 '나'라는 형식을 갖춰가고 형성되며 그 후에야 '나의 인생', '나의 삶'이라는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 속에서 진정한 내 마음과 몸과 나의 미래를 위해 가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나의 생명력을 때론 피부 깊숙이, 심장 밑바닥까지 진정으로 느끼는 경험을 받고 돌아올 때도 많다. 

여기 책 '메기와 만다라'의 저자 앤드류 팸 또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느 여행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 살 나이에 부모와 함께 고깃배로 미국에 망명한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흔히 2세대라는 이민 자녀들이 겪는 혼란의 정체성 속에서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메기와 만다라'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 앤드류 팸의 자전거 여행의 시작은 누이의 자살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동기는 전쟁으로 발발한 나라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인 저자가 '가해자'인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인종적인 차별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섬세하고 시적인 사색과 내면에서 표출된 저자의 철학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 자서전 형식의 여행 에세이는 자전거로 멕시코, 일본, 베트남 등 여행지 곳곳을 치열하게 페달을 밟고 찾아가 만난 세상은 기억과 상처를 끄집어내고, 베트남에서는 이방인이라는 편견을 받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하고 아파하며 때로는 두렵고 고통스러운 여정으로 인해 휘청거리지만 스스로 상처를 달래고 어루만지며 답을 찾아간다. 또 '인간'간의 진정한 소통과 화해, 더불어 '동포', '인종', '다른 민족' 이라는 편견 없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세계 속 모든 인간들의 삶의 애환과 통찰을 깊이 있는 여행기를 통해 보여주고 알려주고 생각하게 만들며 때로는 지혜와 해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러니 '메기와 만다라'는 단순한 여행책이 아닌 것이다. 

결국 저자는 여행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본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휘청거리던 내면의 시각을 회복하고 답을 찾아 1년 전 여행을 시작했던 다국적 다문화 다민족이 모여 있는 미국 속으로 돌아온다.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라는 여행은 실제 커다란 시련이라고 했다. 여행으로 인한 생의 무게를 겪고 부딪히고 깨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진다. 자전거 여행으로 인한 '나'를 찾기 위한 저자 앤드류 팸의 여행 또한 회복하여 담대하고 단단한 내실을 다지게 되었을 것이다. 전경린의 글에서 보면 '여행을 통해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내면의 훈련과 함께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놓인 삶 전체를 조망 할 수 있게' 되는 진정성을 깨닫는다고 했다.  

처음 '메기와 만다라' 라는 책의 제목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고 동양스러워 어려운 건 아닐까 생각했다. '메기'와 '만다라'의 연관성 또한 생소했기에 읽다보니, 베트남에서 흔하고 친숙한 생선인 메기가, 사람의 배설물을 먹고 자라서 다시 사람의 식탁 위로 오른다는 것으로 그것이 윤회와 같은 삶의 한 부분인 '만다라'의 의미라는 것이었다. 문장은 종교적일지 모르나 글은 종교도 인종도 민족도 나누고 가르지 않으며 여행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나 감정에 대한 섬세함 등이,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 없이 배려 깊은 글들이였다. 그러니 키리야마 상을 수상할만 하다.  

1996년 제정된 키리야마 상은 매년 태평양 지역을 알리는데 기여하면서 동시에 문학성을 가진 책에 수여하는 상으로 픽션과 논픽션 부분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 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각층의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덮으면서 '이 책 속의 여행은 너무나 필요하고 너무나 고귀해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은 한낱 소풍으로나 대역을 했던 것처럼 보인다.' 라는 한 부분처럼 정말 그의 여행에 동승한 시각적인 이야기와 사색, 철학 등은 가치있는 책 한권을 읽게 된 남다른 뿌듯함을 안겨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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