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이민희 지음 / 푸른숲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내 몸은 전부 스파게티가 만들었다.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

여행 책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을 누비는 필자들의 경험담과 체험담을 들으며 또 이국적인 분위기와 눈길을 잡아 끄는 사진까지 합쳐져 내 맘은 이미 책 속 필자와 함께 그곳을 여행하고 있다. 비록 몸은 현실 속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이미 유체이탈을 한 '나'는 책 속을 바쁘게 여행 다니고 있다. 더불어 여행이 맛기행인 경우엔 입안에 고이는 달달한 침을 삼키지 못하고 뚝뚝 흘리며 빠져 들기도 한다.  

그런 책이 바로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이다. 다이어트 하는 나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 이 책은 스물여섯에 파리의 재래시장에서 맛본 치즈를 잊지 못하고 4년 뒤 유럽으로 치즈 장정을 떠났던 저자 이민희의 두번째 책이다. 치즈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지 한달이 겨우 지난 그녀는 무작정 떠난 치즈 여행의 고달픔을 잊지 않고 있었음에도 파스타에 홀릭해버린 후 온갖 종류의 파스타를 마주하고 요리해보며 점점 새로운 이야기로의 흥분에 시동을 걸었고 첫 여행의 고된 여정을 떠올리며 잠시 망설였으나, 뭐든 직접 보고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또 다시 여행길에 올라 두 번째 책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 내가 그녀의 글을 처음 본 건 2006년도로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가 책으로 나오기 전 블로그에 올려 놓은 기행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그녀의 치즈 사랑과 치즈를 향한 여행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이가 오지에 떨어져 혼자 버텨내는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나에게 충격요법을 선사했다.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자동차에 텐트를 실고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을 누비는 여행을 보며 외로웠겠다, 두려웠겠다, 힘들었겠다, 무엇보다 60일간의 긴 시간 동안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친구가 또 한국이 그리워서 슬프지 않았을까, 쓸쓸하지 않았을까 등의 염려를 낳으며 비록 글을 통한 교감이었지만 그녀를 토닥이고 또 부러워하며 그렇게 그녀의 고된 여행기를 체험했었다.

그러나 영혼의 비타민이라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성숙하고 내면을 다지고 생의 나아감을 배운다. 그녀 또한 부딪히고 맞서며 여려지는 마음을 강화하여 이번책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역시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단순히 밀가루 음식이 아닌 파스타를 찾아, 파스타 이야기를 듣기위해 75일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이번에도 자동차로 여행을 하며 들려준다. 지역별로 즐겨 먹는 파스타의 재료와 요리법을 알기 위해 입소문을 통한 식당과 레스토랑, 시골 농장 혹은 가정집을 기웃거리며 때론 여러번의 거절과 퇴짜로 촬영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많은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고집스러울만큼 진지한 태도와 용기, 진솔된 마음가짐으로 배짱좋게 노력하여 전통적인 파스타요리를 배운다. 그런 그녀의 파스타에 대한 열정을 느꼈는지 낯선 이방인에게 이탈리언인들은 아무 조건 없이 궁금해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즉석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맛보여 주었다. 우리네 시골 인심처럼 훈훈한 이들의 도움으로 직접 나무로 된 밀방망이로 반죽을 밀어 같이 파스타를 만들고, 급기야 가족모임에 동석해 전통인 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파스타로 추억과 따뜻함을 나누며 그녀의 파스타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낯선이를 경계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관광의 나라이기는하나, 전통 요리 비법까지 알려주는 그들의 무한한 친절과 나눔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미리 공휴일에 모여 가족모임을 하는 26명의 밀레나 가족이 저자를 위해 수고스럽게 다시 모여 가느다란 갈대 준코라는 도구로 마카로니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며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과 거의 전통이 사라져 포기해야만 했던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만드는 '피치'를 가르쳐주며 촬영에 응해준 다니엘라, 프란카 할머니. 프란카 할머니는 100년이 넘은 밀방망이까지 선물했다. 그야말로 그들의 격없는 따뜻함에 눈물바람을 보이는 저자와 함께 나도 눈물이 기분좋게 바람을 일으킨다. (역시 훈훈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책이 너무 좋다.)

목적 의식이 뚜렷한 여행엔 감성적인 넋두리와 센치함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사실적인 떨림과 전율이 있다. 나는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읽으면서 그녀의 글 속에 담겨진 마음을 알고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었고, 저자와 함께 목적을 달성하여 성취감에 젖어 뜨겁게 흥분하며 감탄했다. 또 끊임없이 파고 드는 도전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성격(!)에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고 배우며 계획 없이, 막연하기만한 충동적인 여행이 될지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을 구축하면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 피부 깊숙이 전달된 떨리는 전율이 불씨마냥 한동안 잦아들지 않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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