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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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읽기 전부터, 워낙 유명해서 많이 들었던 책이다. 너무 유명해서 대략적인 주제도 알 정도였다. 그래서 보기 전부터 이 유명한 책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글을 시작하기 전, 옮긴이의 말이 있었는데 이 책의 제목중 일부인 '앵무새'는 우리가 아는 앵무새와는 좀 다른 종이라는 것이다. 왜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일까 궁금했었는데, 의문이 좀 풀린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너 타협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아빠가 물으셨습니다.
"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것 말이에요?"
"아니, 서로 양보해 합의에 이르는 것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네가 학교에 가기로 양보한다면, 우리는 전처럼 늘 매일 밤마다 계속 글을 읽을 거야. 그러면 되는 거지?"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어린 여자 아이인 스카웃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 된다. 변호사인 아빠와 오빠인 젬, 방학마다 놀러오는 딜,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켈퍼니아, 이웃의 무서운 이야기가 있는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부 래들리 아저씨, 옆집의 모디 아줌마, 고모, 학교, 친구들 등등.

평범하고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백인과 흑인,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등등의 차이가 아이의 눈을 통해 자극적이지 않게 필터링 되어서 전해 온다.

 

 

이 사진은 아마 이 책에서 무척 유명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몸이 아닌 머리로 싸워라. 나는 이 쪽보다 이 다음 쪽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고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이번인 사정이 다르단다. 이번에는 우리가 북부 사람들과 싸우는 게 아니고 우리 친구들과 싸우는 거야.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하거라. 그 싸움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 친구들이고 이곳은 여전히 우리 고향이라는 걸 말이야."


동양인으로서 흑인 열등이나 백인 우월에 대한 감각은 거의 없어서 엄청난 공감은 되지 않지만, 전에 보았던 노예 12년이나 버틀리 같은 영화들이 많이 생각 났다. 수백년 간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고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이 말은 흑인들의 투쟁사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 같았다. 전에 버틀리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데, 백악관의 흑인 집사를 뜻하는 말이다. 많은 대통령을 모신 이 버틀리의 삶의 순간순간이 흑인의 투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백인을 모시는 일을 하던 버틀리 할아버지가 결국 흑인 해방운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떠한 감격이 있었던지!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을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난 이 문장들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왜 책의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가 되었는지 말해주는 구절들이랄까? 어치새를 쏘는 건 허용이 되지만, 앵무새를 쏘는 건 죄가 된다. 이 대비는 흑인 톰과 백인 유얼 아저씨의 대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누가 욕설이라고 생각하는 말로 불린다고 해서 모욕이 되는 건 절대 아니야. 욕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인간인가를 보여 줄 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해. 그러니까 듀보스 할머니가 뭐라 하시든 실망할 필요 없어. 할머니는 할머니 일만으로도 고통이 많으시단다."


"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어. 할머니는 세상일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계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아들아, 네가 그 때 만약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너에게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리도록 시켰을 거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가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이 책은 '스카웃'의 생각으로 필터링 된 '아빠'의 이야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아빠는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존재이다. 정의롭고, 지식인이며, 과하거나 치우침이 없음에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있고, 남을 동정할 줄 아는 동시에, 인간적인 아픔도 겪는. 멋지면서 다분히 인간적인.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내가 볼 때 다분히 영웅상인 것 같다. 아빠의 말들은 멋있다. 또 양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또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한다.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고.....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 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하지만 젬, 너도 나이를 먹으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다. 폭도들도 결국 사람이거든. 커닝햄 아저씨는 어젯밤 폭도들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한 명의 인간이야. 남부의 작은 읍내마다 폭도들은 하나같이 늘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 별것 아니란 말이야."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오빠가 대꾸했습니다.
"그래서 여덟 살짜리 꼬마가 그들에게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거냐?"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그걸 보면 뭔가 알 수 있어, 들짐승 같은 패거리들도 인간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걸. 흠, 어쩌면 우리에겐 어린이 경찰대가 필요한지도 모르지. 어젯밤 너희들은 비록 잠깐이지만 월터 커닝햄 아저씨를 아빠의 입장에 서게 만들었던 거야. 그걸로 충분하단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은 재판 전에 흑인 톰을 죽이러 온 폭도들을 어린 소녀 스카웃이 돌려 보낸 그 장면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지만, 유얼은 성악설, 커닝행은 성선설의 대표가 아닐까? 어쩌면 성무선악설일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폭도도 똑같은 인간이며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 하퍼리도 그런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고 더 아이러니 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야, 딜, 결국 그는 흑인이잖아."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러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너희들은 낯가죽이 두껍지 않아. 그래서 구역질이 나는 거지?"

"아직 저 아이의 심장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 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 봐, 그렇게 될 테니."


"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다시 그럴 거야. 그럴 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그럼 잘 자거라."


하퍼 리는 아이의 순순함이 어른의 더러움을 덮거나 혹은 어른은 볼 수 없는 자신들의 더러움을 보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의 전반에 걸쳐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영악함이 나오다가도 그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순수함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단순함이 아쉽기도 했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 없어"
"그렇게 말하기는 쉽죠. 기독교를 믿는 어떤 판사들, 어떤 변호사들도 이교도적인 배심원들을 꺾을 순 없어요. 제가 자라는 대로-" 오빠가 나지막히 중얼거렸습니다,
'그게 바로 네가 네 아빠의 뒤를 이어 해야 할 일이야." 모디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크면 어릿광대가 될 거야." 딜이 말했습니다.
오빠랑 나는 발걸음을 갑자기 멈췄습니다.
"그래, 맞아. 광대가 되는 거야. 웃는 것 말고는 사람들에 대해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을 거야. 그래서 서커스단에 들어가 허파가 터지도록 실컷 웃을 거야."딜이 말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마침내 오빠가 입을 열었습니다. "네 나이 때는 말이야.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 있다면, 왜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까? 그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가 집 안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이야."


이 책은 스카웃과 젬이라는 두 남매를 통해 발현된 깨어있는 어른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정의로웠던 어린이 젬이 과연 커서는 어떻게 되었을지.... 새삼 하퍼리의 후속작 파수꾼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은 흑인 차별에 대한 글로 유명하지만, 난 솔직히 여성 차별에 대한 것도 마음이 불편했다. 여성은 배심원이 될 수 없고, 여성은 수다쟁이고, 여성은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사치만 부리고, 여성은 남자를 유혹하고..... 난 작가가 흑인과 백인의 차별에는 분노했지만,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당연시 넘어가는 모습이 불편했다. 또 여성 차별적 언사가 나올 때마다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그러나 뭐 결론은 언제나 이런 것이다. 좌절을 겪은 멋진 아빠의 가슴은 너덜해졌고, 어린 젬과 스카웃과 딜의 가슴에는 상처가 생겼다. 너무 갑자기 그러나 사건은 어느 정도 종결 된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결국 세 사람의 죽음으로 끝이난다. 듀보스 할머니의 죽음, 톰의 죽음, 그리고 유얼의 죽음. 세 죽음이 아빠와 젬과 스카웃과 딜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는 다음 이야기인 '파수꾼'을 보면 알 수 있을까?


다음 읽을 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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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시간 노트 - 3만 한국 독자가 선택한 시간 전략
야마모토 노리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책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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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 시간 노트


아침 한 시간 노트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의 메뉴얼인 것 같다. 쉽게 버리기 쉬운 집중 잘 되는 시간을 잡아서, 하루를, 일주일을, 매일의 숨은 시간을 잡음으로 미래까지 설계가 되는 그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도 굉장히 보기 쉽게 만들어져 있는데, 글씨도 매우 큰 편이고, 글 중간에 중요한 문장에는 파란색으로 표시를 해놔서 보기 좋고, 장의 마지막에 그림으로 압축된 설명이 있다. 글 내용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힌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담과 실패담, 그리고 성공담과 충고, 격려, 그리고 성공하는 비법이 들어있다. 총 8장으로 되어 있는데, 표시가 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찾아가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이 책은 1. 하루 하루의 실천이 인생을 바꾼다. 2. '아침 1시간'이 중요한 이유 3. '아침 1시간 노트' 활용법 4.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9가지 필승 전략 5. '아침 1시간'에 해야 할 일 6. '아침 1시간'을 더욱 알차게 활용하기 위한 도구 7. 업종,직종별 추천 '아침 1시간 노트' 8. '아침 1시간 노트'만들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첫 번째 장이었다.


-매일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먼 어떨까? 한 달이면 하루, 1년이면 2주의 시간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멋진 곳으로 가려면 한 줄기뿐인 길, 즉 외길을 지나야 한다. 그 길이 바로 '하루하루 쌓아가는 작은 실천'인 셈이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침 시간에 중요한 일을 끝마치면 정신적인 여유가 생겨 나머지 일도 한결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고,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조바심도 사라진다.

 

그는 아침시간의 유용성을 이야기 하면서 아침 1시간을 활용하면 좋은 점, 그리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또 아침 한 시간 노트를 이야기 하면서 노트의 작성법, 활용법등을 만한다. 실제로 그가 이렇 노트로 아침 시간을 활용하면서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세무사 자격증을 땄고, 또 지금도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나도 지금 직장인 생활을 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기에 무척이나 와닿았다. 직장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병행해야 할지 그리고 할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고민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이 책이 내 갈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도 계속 '이렇게 해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참 좋았던 점 두 번 째는 바로 이 노트이다. 예시 노트를 별책부록으로 줘서 이 노트로 먼저 실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은 제한과 계획성

 

그는 아침 1시간을 강조했지만, 아침 시간만 중요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밤 1시간이 편한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나 핵심은 제한과 계획성이며 습관이 되도록 계속적으로,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x에 좌절하지 말고, 해낸 ㅇ표에 희망을 얻으라고, 게임같이 생각해서 승리하는 매일을 지내라고 했다.

이제 모든 비법을 알고 노트까지 준비 되어 있다. 이제 최소 21일간, 이제는 습관이 되어야할 계획을 세워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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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 - 500만 리더들과 30년간 이어온 위대한 소통의 기록
존 맥스웰 지음, 김정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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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

인생에 많은 고민이 있고 많은 일들이 있다. 이 책을 보기 전 나는 먼저 제목에 꽂혔다. 인생에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이라니... 내가 지금 그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라 그런지 책을 보기 전부터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궁금했었다. 거기에 작가라 리더십에 관하여 유명한 사람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

-나의 지난 40년은 질문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되었다. 그 질문은 오직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질문은 하면 할수록 더욱 중요하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내가 쏟아낸 질문에 대한 현명한 조언과 통찰력이 담긴 대답을 듣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도, 현재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있다. 먼저 질문을 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어떻게' 질문하느냐도 중요하다.
 

이 책은 질문에 대한 책이고, 또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책이며, 동시에 하급자가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질문 한 번쯤 하고 살며, 리더는 하급자들을 더 잘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하급자는 또 좋은 리더를 만나고자 한다. 이 책은 어떤 부류의 사람이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난 그가 자주한다는 질문 중 "당신이 아는 사람 중 내가 꼭 알아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당신이 읽은 책 중에 내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나요?"하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 할수록 인맥의 중요성을 느낀다. '사람이 재산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정말 요즘 시대는 사람이 재산이 맞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냐에 인생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 관한 질문은 나도 꽤나 많이 했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선호나 그 사람의 어떠함이 조금은 보이기 때문이다. 뭐 새로운 책을 보거나 전에 봤던 책을 공유하는 기쁨도 더불어 얻고 말이다.

 

-무언가 발견하고 현재의 상태를 깨뜨리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 방식을 찾고 싶을 때도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발견과 혁신을 위한 첫 번째 고리이다.

-우든 감독은 연습 시간에 100퍼센트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가 있으면 그를 불러 단단히 일렀다. "자네는 오늘 하지 않은 일을 내일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해. 오늘은 50퍼센트까지만 하고 내일은 150퍼센트를 할 수는 없다는 말일세. 한 번에 100퍼센트 이상 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어."


 


 

이 책을 보면서 '질문'에 대해 단순히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질문'이 답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그걸 넘어선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어떠함을 끌어낼 수 있는 '장치'로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질문'은 하는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질문을 묻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하루하루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 기적이다.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므로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 모든 오늘을 가치 있게 만들어라. 내일은 내일이고 내일 걱정은 내일 해도 된다.

-성공하는 리더는 단순히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경청하고 배우고, 그런 다음 사람들을 이끈다.

-"효과적으로 경청하려면 화자가 하는 말을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화자의 말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찾아야 한다. 결국 의미란 말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다."


이 인용구들이 다 새롭다. 많이 듣거나 본 말들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새롭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르고, 오늘 최선을 다하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 글이 새로운 건 아마도 첫번째 인용문 때문인 것 같아. 언제나 '아는 것과 행동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많은 질문이 있는데. 작가의 인생을 바꾼 질문들이 있고, 리더들이 작가에게 묻는 질문들이 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질문들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리더들이 그에게 묻는 질문들이 더 와닿았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잘 이끌 것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갈등을 해소하고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무능한 리더와는 어떻게 일 해야 할까, 변화에 맞춰 어떻게 나갈 것인가, 새로운 리더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각 질문들 속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여덟개에서 열 개 정도의 질문이 들어 있다.
 

 

흥미로운 건 무능한 리더와 일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냐,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하냐는 질문들이다. 리더 위의 리더, 리더 아래 리더. 리더 위이든 리더 아래든 결국 모든 사람이 해당 되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 하나를 꼽자면 아래와 같다.

-내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다.

 그는 이 질문으로 정보수집, 직관 확인, 판단 리더십 평가, 자신을 생각을 알려주기 위해, 의사결정 등 많은 것을 한다고 했다. 언뜻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묻는 듯하지만, 이 하나의 질문으로 자신이 판단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질문에 더 생각하고 더 성실하게 대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다."-프랑스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

-책임 위임과 책임 회피는 어떻게 다른가?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 -마틴루터킹jr

-우리는 생각보다 좀 더 많이 일하고 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미래가 있는 '직업'이란 없다. 오직 '사람'에게 미래가 있을 뿐이다.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동상은 없다. -줄스 엘린저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엘리너 루스벨트

-당신은 성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성장 여행을 시작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

-나는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

-개중에는 당신을 떠나려는 구성원도, 당신을 아프게 하는 구성원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나 한두 가지는 분명하게 약속할 수 있다. 모두가 당신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대답이 아무리 유익해도, 결코 질문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도움이된다면 그 이유는 딱 하나다. 질문들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것은 많은 명언들이다.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챕터에서 나왔던 명언들을 모아놨는데 책 내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뿐 아니라 좋은 명언들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어 좋았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는 없다. 이제 알았으니 써먹어 봐야 겠다.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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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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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이 책은 받았을 때부터 기대가 되었다. 공지영이라는 대작가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설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공지영작가가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레시피이다.
 
-많은 고양이 털의 개수보다 많은, 그런 날을 살아왔던 엄마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거야.
-하지만 명심해라. 우리가 회피하고, 무시하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이 실은 우리가 진정 풀어야 할 숙제이고 넘어야 할 언덕이며 결국은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시켜주는 열쇠임을 말이야.

 

인생의 선배로서, 엄마로서 공지영은 색다른 모습이었다. 작가인 공지영만 알던 나에겐 '엄마'로서의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정말 사적인 '여자'로서의 공지영, '엄마'로서의 공지영. 엄마로서의 그녀는 뭔가 낯설었지만, 인간적이었고 포근했다.


힘든 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 엄마는 딸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며, 레시피 하나 하나를 추천한다. "엄마는 이랬단다, 너는 어떠니? 이런 날, 이런 요리는 어떠니?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 모두 다 그래. 이런 요리 하나 먹으며 네 자신을, 네 인생을 요리해 보자." 하는 것 같다.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윽 음식이든.

-너는 네 인생의 주인이야. 길거리에 서서 네 인생을 구경하면 누가 너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러니 힘을 내자.

-그래, 우리가 성장했다는 표시 중 하나가 바로 그거야, '그래서'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엄마가 말하지만 어떤 일에든 하지 못할 이유는 9999가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이지. "하면 되니까".

-엄마가 늘 말하지만 너는 네가 버는 돈보다, 네가 겨우 얻은 커리어보다 중요하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야. 너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가끔은 네 자존심을 완전히 버릴 만큼 중요하단다.

-언제나 자신을 잘 살피고 물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네 영혼이 원하는 것을 살펴라. 그것을 선택할 때 너는 그것을 잘할 수 있어. 그리고 행복할 거야.


딸에게 남기는 레시피는 하나의 편지였고, 인생을 먼저 산 자의 충고였고, 딸의 인생에 대한 관심과 격려였고, 또 그녀의 자화상이었다. 한 챕터 당 하나의 요리 있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고, 하나의 충고와 격려가 있었다.



 

 

-위녕, 비록 네가 앉은 자리가 딱딱하고 너의 옷이 낡고 네가 사는 집이 남루하더라도 올리브 열매같은 아름다운 결실이 거기서 나올 거라 믿자. 그렇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보낸 오늘 하루는 네 꿈의 한자락이 되겠지.  

-네가 우울해하는 데는 수만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딱 한 가지야. 우선 몸을 움직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네 몸에 좋은 것, 살도 안 찌는 것 말이야) 따뜻하게 너를 감싸는 것. 그리고 좋은 말씀을 읽거나 듣고 밝은 생각을 하는 것.

-삶은 이렇게 다시 시작된다. 오늘이 그날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 그걸 잊지 마라.

-아름다운 나의 딸, 그래 하루씩 사는 거야. 오직 오늘이 있을 뿐이야. 그게 인생의 전부이다. 엄마를 만나러 오는 버스 안에서 네가 보는 풍경이 온통 봄빛이라면 네 인생은 전부 봄인 거야.

-한 사람도 고통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고통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 인생에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 이미지, 그 표상이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지도 몰라.

-내가 그런 사람을 발견할 수 없다면 남에게 그런 사람이라도 되어주자. 설사 현실은 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쫓기고 쫓겨 우리가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채로 흘러가버린다 해도, 인생의 어느 한 시기, 이런 꿈을 꾸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조금은 서글프지 않을까.

-언제나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힘들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힘들고, 잘 사는 것만큼 잘 죽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비워야 잘 내려오고, 잘 죽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우리의 누추한 삶은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단다.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충고와 위로와 격려 속에는 그녀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어, 정말 공지영이 아니라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 주는 이야기 같았다. '네 몸음 챙겨라', '오늘을 살되 최선을 다해서', '너만 그런 건 아니다', '누구나 외롭다', '항상 감사하자' 등등 나도 만약 딸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다.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네가 그렇게 살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 그러니 작은 실수들, 많은 실패들, 끝나지 않은 시련들은 너를 성숙하게 만들려는 신의 섭리로 생각해보렴. 오늘은 혼자서 따뜻한 된장차를 마시며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읽자.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성공한 날이고, 이보다 더한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할까?


인생은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어렵고, '잘' 올라가기보다 '잘' 내려오기가 어렵고, 욕심은 끝도 없고, 오늘도 애쓰지만 여전히 실패하고, 여전히 힘든 매일...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면 덜 아플까? 이 글을 보고 나는 된장차의 맛이 궁금해졌다.

책의 내용 하나 하나가 공감가고, '내' 엄마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내가 딸을 낳으면,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요리 레시피는 조금 바뀔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어딘가의 자식'에게 진솔하게 그리고 애정어리게 가리쳐 주는 인생 레시피 한 권 인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요리 될 지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야 알게 되겠지만, 요리의 완성도 만큼이나 중요한 건 요리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적어 놓은 레시피이다. 이 길은 절대 지름길이 없다. 살아가다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지 의문과 막막함과 좌절이 있을 때 펴 볼 수 있는 인생 레시피 하나쯤 내 책장에 꽂혀 있어도 좋겠다 싶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공지영의 어떠함을 봤다. 나는 소설가 공지영보다 엄마 공지영이 더 좋다. 인간적인 그녀의 여자로서의, 엄마로서의 이야기에 나도 한 번 그녀가 추천한 레시피를 따라 요리 하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봐야 겠다.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어. 다만 덜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살다 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어떤 것을 택할지는 네 몫이야.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이 순간을 깨어 있어라. 네 고민이 깊어지면 고민하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그 고민이 가리키는 바를 바라보아라. 깊은 고민은 네가 무엇에 얽매여 있는지를 말해줄거야. 거꾸로 거기서부터 매듭을 푸는 것도 인생의 한 지혜야.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서로 좋은 하루를 맞자. 멀리서 서로 그리워하는 것도 이런 초여름 밤에는 감미롭겠구나. 그래그래 오늘도 그렇게 좋은.

그래 오늘도 그렇게 좋은, 그런 하루가 모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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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밤바 - 1915 유가시마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나지윤 옮김 / 학고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 하면 데미안이 떠오른다. 나는 솔직히 성장소설을 몇 보지 않아서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정말 궁금했었다. 이 책은 '고사쿠'의 성장일기 같은 느낌이다. 어렸던 '고사쿠'가 세상을 알고, 여자를 알고, 죽음을 알고, 인생을 알아가는 느낌? 1915년 유가시마라는 부제에서 1915년의 유가시마라는 일본 지역은 어땠을까하는 물음이 아닌, 일제 강점기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난 역시 한국사람인가 보다.

 그러나 1915년의 유가시마는 순수했다. 아직 마차가 다녔고, 시골 마을에는 자연만이 놀이터였다. 한편 그 시대도 사랑이 사는 시대인 게 맞는 게,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뛰어 노는 걸 좋아하고 어느 집안이나 세상사 복잡했고 첫사랑이 있었고 죽음을 알게 되고 어른을 이해 못 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있다.

'백발의 할머니'라는 뜻의 시로밤바가 대체 어디서 날라오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이 내리면 시로밤바가 나타나는 건지, 시로밤바가 나타나면 어둠이 내리는지도 아리송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궁금해하지 않았다. 땅거미가 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희뿌연 곤충 무리를 아이들은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밤이 되면 산마루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달처럼.

 

 글은 생각보다 서정적이었다. 제목인 '시로밤바'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었는데, 백발의 할머니 라는 뜻이란다. 아마도 고사쿠의 어린 시절 모든 것이었던 할머니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였고, 선생이었고, 보호자였고, 할머니 였던 고사쿠의 할머니. 이 책에서는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본 복잡한 집안사와 순수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의문이 있고, 그 아이의 성장이 있다.

소름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보조리와 횡포에 의연히 맞서는 인간을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커다란 돌을 내던지려는 행위는 무모하기 짝이 없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악을 처단하고자 했던 과묵한 동급생의 행동은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에 비해 비굴하기 이를 데 없던 자신의 모습은 어떤가. 코사쿠는 모닥불이라도 뒤집어쓴 듯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상에서 내려오는 나카가와 선생의 모습은 더없이 멋지고 남자다웠다. 그는 분명 사키코를 위해 희생한 것이리라. 사키코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이 학교를 떠난다, 희생이란 이런 것이다. 그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고사쿠는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이 그를 이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한편으로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고사쿠는 뼈저리게 실감했다. 사키코는 예전처런 자신을 귀여워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기가 자신에 대한 사키코의 애정을 몽땅 빼앗아가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자신도 아기를 귀여워하지 않으리라. 고사쿠는 몇 번이고 이렇게 다짐하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처음이라는 건 순수하면서도 충격이고 제멋대로이다. 어린 아이는 휙휙바뀌고 자신의 좁은 세계에 확신이 있어 그 세계의 깨짐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고사쿠에게 동경과 질투라는 감정은 어쩌면 유사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고사쿠는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묘한 슬픔에 사로잡혔다.……그것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못 견디게 지겹고 무기력해 보이는 그녀를 위해 자신은 아무것도 해 줄 게 없다는 데서 오는 막막한 슬픔이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지독하게 말라비틀어진 할머니의 모습은 고사쿠의 마음을 적잖이 헝클어 놓았다. 험악한 바람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서럽게 떠밀려 오는 불안하고 가냘픈 형체를 보며 고사쿠는 마음이 한없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고사쿠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할머니가 참 많이 늙어버렸음을. 마을의 어느 노인보다도.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때는 죽음이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키코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제 사키코와 만날 수 없으며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가리라. 이미 까마득히 멀어져 버렸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멀어지겠지.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이란 죽고 나면 점차 잊히다가 결국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과 '세월'이었다. 어린 '고사쿠'는 첫사랑같은 '사키코'의 죽음을 겪고, 큰 할머니의 죽음을 겪고, 가여울 정도로 늙은 '백발의 할머니' 시로밤바가 된 할머니를 보내게 된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는 글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나는 죽음이란 멈춰버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멈춰있고, 살아있는 나는 세월이라는 흐름에 떠밀려가고 있다고.. 같은 느낌은 멀어져 간다는 것 정도일까. 어렸던 그는 죽음을 알게 되고 이젠 여자를 알게 된다.


코사쿠는 생각했다. 여자란 동물은 알면 알수록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그해 봄은 고사쿠에게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껏 무심하게 접했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말하자면, 고사쿠는 사춘기에 들어선 것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무엇일까? 첫 사랑은 뭔가 다른 느낌이 난다. 뭐랄까 순수하고 순수하고 순수할 것만 같은 느낌. 고사쿠의 첫 사랑은 현실적인 느낌이다. 절대적이지 않고, 상처가득한? 뭔가 시작될 듯 시작인 것 같지 않은, 뭔가 정제되지 않고 흘러가는 그런 달콤 쌉사레한 느낌이다. 남자의 첫사랑은 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별나게 고즈넉한 그날 밤, 인생이라는 것이 너무도 서글픈 얼굴을 하고 고사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든지 하고 싶은 걸 해라. 인간의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리니까."

마지막으로 '인생'이라는 거... 마지막에 갈수록 이 글의 끝은 어떨지 무척 궁금해졌다. 고사쿠는 어떻게 컸을지, 그 끝은 어딜지.... 엔딩이 아닌 끝없는 이야기 일 것 같은, 우리네 이야기에 끝은 어딜까?

 

 

인생은 짧다. 인간의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이 책은 인생같았다. 어디에도 있을 법하면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이 책은 연작의 뒷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 이제는 쓸쓸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고사쿠의 앞으로의 성장이 궁금하다. 끝없는 이야기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이따금 잠에서 깨면, 조그만 창 너머로 다가가 밝은 햇살이 한 아름 쏟아지는 푸른 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이 시리도록 화창한 봄날이었다.

 

화창한 봄날은 지나갔지만... 다시올 봄을 그리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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