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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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암에 걸린 친구를 구하기 위한 순례' 이 모티브를 알자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내가 해럴드 프라이와 비슷한 입장이라 여겨졌다.

나도, 내 친구도 해럴드나 퀴니처럼 나이가 많진 않지만,

내 친구는 갑상선 암에 걸렸고

나는 '암'이란 녀석이 우리 사이에 낀다는 것에 절망했다.

그리고 너무나 오랜 시간 그녀에 대해 무관심 했음을.... 반성했다.


해럴드는 평생 처음 우체통이 예상보다 빨리 머리를 쑥 내미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해럴드는 맞닥뜨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길을 건너려고 했으나, 우체통은 이미 포스브리지 로 모퉁이에 우뚝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시작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 

 

위대한 것, 놀라운 것.... 이런 것은 모두 미약한 시작에서 비롯된다.

퀴니에게 답장을 보내기 위해 우체통을 찾아 나선 길에서 긴 여행의 길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해럴드이지만, 나는 모린도 이 책의 중요한 주인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린은 해럴드의 아내이다.

해럴드는 모린에게, 모린은 해럴드에게...

둘 사이의 벽은 높고 상처는 깊었다.

이 여행은, 이 순례는 어쩌면 둘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고름을 짜내고..치료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믿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약이니 뭐니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람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믿어야 돼요. 인간의 마음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주 많아요. 하지만, 있잖아요, 믿음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출발한다고요. 내가 걷는 동안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고. 이번에는 내가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처음엔 동네 우체국, 그 다음에는 좀 더 먼 우체국...

우체통을 찾아다던 해럴드는 주유소에서 알바하는 소녀의 믿음에 결국 퀴니를 찾아가기로 맘을 먹는다.


해럴드가 중간에 말을 끊었기 때문에, 마치 자기 자신을 찾으러 나갔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여행에서 가장 계획이 엉성한 부분은 바로 여행 자체였다. 그는 걷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가 걸을 것임을 알았다. 섬세하게 조율된 요소 같은 것들은 둘째 문제였다. 계획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는 데번의 도로는 잘 알았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서는 그냥 북쪽을 향해서 갈 생각이었다. 

뒤에 백랍같은 바다가 있었고, 앞은 모두 버윅에 이르는 땅이었다. 어쩌면 다시 바다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출발했다. 출발을 하니 이미 끝이 보였다. 


왜 이런 걸 기억해야 하는 거지? 그는 어깨를 웅크리고 발을 더 강하게 내디뎠다. 퀴니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것 처럼. 
 

이 책의 글 중에 의미심장한 말들이 있다. 자기 자신을 찾으러 갔다오고,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남으로 시작해서,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모린에게서 멀어지고, 자신의 죽은 아들에게서 멀어지고...

처음에는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책이 끝나고 남은 것은 찾음과 만남이다. 

이 여행이 어떻게 시작했든 그는 자신을 찾고, 아내를 찾고, 죽은 아들을 찾았다.


"우리 길이 다시 교차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렇게 만나서 기쁘구려. 이야기를 나누어서 기뻐요." 그들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작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마음 가득 경이감과 더불어 따뜻함을 느꼈다. 또 외로움도. 세상은 한 발 앞에 다음 발을 내딛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생이 평범해 보이는 것은 그저 그 인생을 사는 사람이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 뿐이었다. 헤럴드는 이제 낯선 사람을 지날 때마다 모두가 똑같은 동시에 단 하나뿐이라는 진리,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딜레마라는 진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너무 자신있게 걸어, 평생 의자에서 일어나기만 기다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길을 걸어가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사업가를 만나기도 하고, 의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종양학을 공부한 의사를 만나고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많은 사람을 지나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길을 지나친다.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에 그는 놀라운 순례자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퀴니를 응원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또는 주변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의 여행에 동참하고 싶어 했다.

 

그는 처음엔 얼떨떨하고 기뻐했고..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들이 다 떠나고는 홀가분했지만 외로웠다.

그의 길은 산보에서 시작해서 순례로 끝났다.

 

모린은 다시 바다로 고개를 돌렸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저 멀리 파도는 평평했고 금속 색깔이었다. 저 파도는 이제 곧 여행이 끝난다는 것을 알까?

몇 번 사랑을 했고, 사랑을 잃었다.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삶을 어루만졌고, 삶과 잠깐 놀았다. 하지만 삶은 미끌미끌한 놈이지. 마침내 우리는 문을 닫고, 삶을 두고 떠나야 한다.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고, 모든 삶에도 끝은 있다. 삶과 잠깐 놀았으나 결국 문을 닫고...삶을 두고 떠나야 한다.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지!

 

이 책의 제목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이다.

이 책에서 미약한 시작을 봤고, 쏟아지는 관심을 보았고, 후엔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자아를 찾은 부부를 보았다.

 순례. 작가는 왜 이 여행에 순례라는 의미를 부여 했을까?

간절한 소원이 있기 때문에?

보통의 순례는 성직자 또는 신을 믿는 이들이 신의 발자취, 그러니까 신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장소를 돌아다닌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저 한 여인이 있는 장소로 길도 모르는 채 나갔을 뿐이다.

나는 이 여행이 믿음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순례라고 이름 붙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해럴드처럼 걸어가진 않았지만,

어린 나이에 암에 걸린 내 친구를 위한 순례를 가면서...

이런 순례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건강할 때 자주자주 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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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일 센티 플러스 -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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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의 것.

처음엔 '책이 참 예쁘다'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을 보면서 내 인생에, 내가 더하고 싶은 1cm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바다를 보고 싶으면 그저 뒤돌아 보면 되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때 말만 그렇게 하며 앞만 보고 있는지.

내게 충격을 준 첫 페이지.

 

고정관념을 깨는 첫 번째 순서는 그것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산다. 숫자의 시작은 0 또는 1,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

깨고 나면, 세상은 좀 다른 모습이려나? 이것마저 고정관념인가....?

고작 말장난같이 어순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왜 이리 가슴이 찌릿찌릿한지.

허나 바꿔도, 아니 바꾸니 더 맞는 말인걸.

어순이 바뀌니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달리 보이는 구나.


가지지 못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지 못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너의 불행에 핑계를 달지마라.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나의 불만족에는 불만족이 있기 때문이지 무언가가 없어서가 아니다.

인간은 얼마나 탐욕의 동물이던가. 이제 조금 자신을 탐욕에서 놓아주자.


완성된 것을 멀리하라. 미완성된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예상 답안이 아닌 소수만 알고 있는 뜻밖의 문제에서다. 그리고 그것은 시험장 밖 인생의 승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일지 모른다. 지뢰는 익숙한 풀밭에 숨어있고 보물은 의외의 장소에서 기다린다. 

세상에 불가능이라 불리는 수많은 것들은 단지 불가능하리라 믿는 고정관념이다. 

후회는 기회라는 도마뱀의 꼬리다. 붙잡고 있다고 해서 기회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연금술사'에서 처럼 보물은 우리집 마당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늘 의외의 장소에 묻혀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보물은 늘 의외의 장소에 있다. 예상답안이 아닌 의외의 것. 익숙함보다 의외를 찾아라.

음... 말이야 쉽지.


다음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한마디로 말하자면, 너여야만 한다. 사랑은 다른 말로 '대체 불가능'이다. 

 

너라서. 너라서. 너라서.

너라서 예뻤고, 너라서 귀여웠고, 너라서 좋아했고, 너라서 사랑했다.

예쁘고 잘생기고 돈 많고 나에게 잘 해줘서가 아닌.....

너.라.서.

진행 중인 사랑에서 당신은 주인공이지만 끝난 사랑에서 당신은 관객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러나 어찌된 것이 난 늘 관객으로 밀려나고 만다....

 

완벽한 당신에게는 경외를 느끼지만 서툰 당신에게는 호감을 느낍니다. 

 

어린 아이의 서툰 글씨체로 써 놓은, 이 한 문장의 글귀.

"완벽하면 좋지. 그러나 난 서툰 당신이어서 좋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완벽하지마. 내가 채울 틈이 없잖아. 내 옆에는 적당히 서툰 당신이 좋다.


외로운 질문에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는 것은, 인생의 답을 아는 척 틀린 길로 가지 않고 원하는 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뜻. 등대는 외롭다. 그러나 길을 보여준다. 외로운 질문도 그러하다. 

힘들 때 결국 힘이 되는 것은 당신이 살아온 모습입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안는다.
 

 

외로움마저, 힘듦마저 당신에게는 약이다.

회피하지 않고 나아갈 때 바른 길을 갈 수 있고, 바른 답을 알 수 있다.

보지 않고 회피할수록 내가 원하는 것에서 멀어질 뿐. 나아가지 못하고 맴돌 뿐.....

당신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 외로운 질문 하나를 들고 나아간다.

혼자만 억울할 필요 없다.

얼마나 슬픈 말인가. 나는 이 말이 위로의 말이라기 보다는...슬프게 와닿는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당한다는 것에 위로를 얻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는가?

나는 괴롭히지 않음으로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리시길...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결국엔 나를 살리는 것도, 나를 죽이는 것도 타인이 아닌 '나'이다. 

 

타인은 중요하다. 나를 볼 수 있는 누군가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에게 남보다 중요한 건 나이다.

남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안 들으면 끝. 내가 힘든 건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나에게 하고 있기에 힘든 것이다.


나는 오늘 어떤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를 힘들게 하기 보다 한 조각 행복을 선물하자.

오 갓.....모닝.ㅜㅜㅜㅜㅜㅜㅜ

매일 아침 나의 상태. 오 하나님... 오늘도 아침이네요.ㅠ

퇴근은 언제 하나요.ㅠㅠㅠ

키덜트. 아이어른, 어른아이.

당신은 아이어른인가 어른아이인가. 이 둘의 차이점은 뭔가.

애가 어른같고, 어른이 애같고....

지금은 이 둘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당신은 어른인가 애인가?

아니, 그보다 애인지 어른인지 누가 정하는 거야?


음식과 미련은 남기지 않을수록 좋다. 

 

내 경험도 그렇다. 음식과 미련은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미련 뚝뚝 남기지 말고, 있을 때 잘하자.

있을 때 잘하고, 그것이 끝났을 땐 쿨하게~


무엇이든, 창대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미약한 시작이 필요하다. 

 

미약한 시작이 없이는 창대한 마무리가 없다.

시작 없는 끝이 없고. 끝 없는 시작은 없다.

지금 당장, 롸잇 나우 go!!!

진정 주의 할 것은 '약간'이다.

미지근한, 중간, 그저 그런....

약간에서 벗어나 온전한 것을 향해 가보자.

그래, 약간에 위안을 받는 지금의 나부터 벗어나자.


당신이 글을 진정 사랑한다면 독서가 취미인 카페주인보다 소설가가 될 수 있기를........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온전히 당신이 될 수 있기를. 당신이 진저 사랑하는 것이 당신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용기와 끈기를 지닐 수 있기를. 꿈에 어떤 미련도 남겨두지 않기를. 그런 당신에게 삶은 기회를 주기를. 그러나 설령 당신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가시가 아닌 진주처럼 아름다운 삶의 한 부분으로 안을 수 있기를. 실패가 아닌 도전이었다 말할 수 있기를. 꿈을 가졌던 것을 후회하지 않기를. 지나간 꿈보다 다 아름다운 현재를 웃으며 살아가기를. 


아.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그림들도 참 예쁘고 멋졌지만, 내 가슴을 울린 건 이 글들이었다.

 

생각을 바꿔라. 바뀐 생각으로 행동을 하라.

작은 성과에 위안을 얻지 말고, 단지 하라, 하라, 하라.

내 등을 밀어주는 듯한 책이다.

 

내 인생에 더해야 할 1cm는 바로 행동이었나 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1cm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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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외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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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이 책은 7명이 각기 7개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세상에게 썼고, 어쩌면 스스로에게 이 일곱개의 이야기를 썼다.

7인이 각기 7개씩, 총 49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7인은 시인도 있고, 칼럼쓰는 기생충 박사도 있으며, 요리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하고 싶은 말이 뭘까?

시인 김용택의 이야기. 그는 시인이다. 교사였지만 시인이다.

그는 그의 일상이 시가 된 이야기를,

그리고 그 자신이 시인이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현실의 고민을 잠은 너무나 쉽게 덮어버린다.

눈을 뜬 순간 다시 고민에 빠질지라도... 눈 감은 그 순간만큼은 잠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어야 한다.

보면서 그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부러웠다.

 

소설의 규칙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 '자신'이 되기도 하니까.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기회라는 건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젊은이들이여. 칼럼리스트가 되어 보고 싶지 않은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 굉장히 보람있다. 

편지에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흰 편지지 앞에선 왠지 솔직해지고픈 충도을 느끼게 마련이다. 내 젊은 시절은 편지의 시대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다들 책과 글쓰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바'들은 내가 태어날 땐 분명이 없던 것들이다. 삶의 지향을 규정하는 '나의 의식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묻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기 성찰의 물음이다. 이 물음 없이 지금 생각만 고집하며 살아간다며 자치 소중한 삶을 그르칠 위험이 크다. 

글을 쓰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그리고 그것이 책이 되고.

이 일련의 과정을 각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보태어 말하고 있었다.

 육체의 접촉 면적을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의 망막,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의 끝마디, 의자 위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엉덩이 발바닥으로 제한한다면 생의 경험은 매우 축소될 것이다. 생의 지평은 모니터와 언어의 굴레 너머로 확장되어 있으니까. 

 

처음에 난 이 책을 착각 했었다. '세상이 어쩌면 스스로에게'라고.

그러나 보면서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가 제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만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해 여러 분야의 글쟁이들과 대화를 나눈 것 같아 글쟁이를 소망하는 아마 글쟁이로서

가슴이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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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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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3"


정글만리의 마지막 권이다. 1권이 지나가고 2권이 지나가고...

이야기가 계속 될 수록 과연 어떻게 끝날까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가 바로 성형이고, 티비프로그램을 봐도 중국에는 성형 열품이 불고  있는 것 같다.

정글만리 1권의 시작에서 성형외과의사 서하원이 들어와 성형일을 하게 되고,

중심 주인공인 전대광의 아내도 성형이야기를 한다.

성형은 중국에서 하나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성형을 수출하고.. 성형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드는 우리나라는 좀 대단한 것 같다.


"사람이 귀해야 바뀌든 말든 하지요. 중국은 끝없이 런타이둬에요, 런타이둬! 그러니 바뀔 필요가 없지요."

 

이 책을 읽으며 충격적이었던 것 하나는 인부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공사판 복지가 안 좋지만..

한 사람이 분신자살을 했는데 다음 날 뉴스 한 줄도 없었다는 글은 정말 충격이었다.

런타이둬...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무서운 말이다.

중국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무섭게 밝히는가.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말아라"하지 않았는가. 그런 사람들이 "일본과 전쟁이 붙으면 전재산을 내놓겠다."고 하다니! 그 시퍼런 증오는 감동이었다. 

 

작가의 의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1, 2권에서는 그저 판단 정도였던 일본에 대한 감정이 3권에서는 명백한 증오가 되었다.

난징 대학살 박물관 관람 및 세미나로 시작한 증오는 반일 시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났다.

계란도 아까워서 가짜계란을 챙겨 왔다는 리옌링.

웃음이 나왔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제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중국도 일본을 증오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라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대책이 있다.'

"그래, 엉망인 것 같으면서 진지하고,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 질서가 있고, 짝퉁천국이면서 이런 진귀한 것도 만들어내고, 알다가도 모를 나라야."-도요토미 아라키

 

반일 시위와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이 더더 안 좋아짐에 따라 일본 상사원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책은 계속해서 다른 나라의 시각으로 본 다른 나라가 보인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일본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 중국, 일본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중국

 

이 시각에 이 책의 흥미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사업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의 한 가지지만, 술은 상대방을 취하게 하려고 사는 것이지 내가 취하려고 사는 게 아니오-전대광


상사원으로서 '장글만리'라는 이 책에서 주인공이자 중심화자인 전대광이 사업을 하기 위해 퇴직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후배를 키우는 모습이 나온다. 꽌시를 얻는 법, 중국인들을 대하는 법, 사회생활하는 법까지 꽤 많은 페이지를 쓰인다.

전대광의 교육은 상사원 강정규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많은 직딩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나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고, 외롭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더냐. 자기 인생은 자기 혼자서 갈 뿐이다. 남이 가르쳐 주는 건 그 사람이 겪은 과거일 뿐이고, 네가 해야 할 일은 혼자서 겪어 나아가야 하는 너의 미래이다.'-전대광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요.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려는 마음가짐이오. 그러면 공해도 별 문제 아니게 되고, 가래침 뱉고 지나가는 길바닥에서 1위안짜리 국수를 사 먹어도 맛있소. -전대광

 

진심으로 사랑하라. 흔한 이야기지만,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지.

이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책은 끝났지만, 이 먹고 먹히는 세계란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일은 계속된다.

정글이 만리다.

 

이 책을 보며 사회에 대해, 근처 이웃 나라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현대의 국제 정세를 알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역사 안에서의 삼국을 볼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역시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조정래님의 정글만리의 인기에도 이유가 있다.

 

책은 좋아하지만, 장편에는 약한 내가 이리 순식간에 결말을 아쉬워하고 있을 줄이야.

다시 한 번 조정래님의 필력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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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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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2권"

 

정글만리 2권은 김현곤과 전대광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1권에서 철강 산업 대주기가 실패하고 시안이라는 곳으로 일명 좌천 당한 김현곤에게

미안함을 느낀 전대광은, 골드그룹 건설에 필요한 철강을 그에게 대주려고 시안까지 내려온다.

시안은 참 멋진 도시인 것 같다. 2권에서는 시안에 대해 여러 부분이 나온다. 병마총도 나오고, 마오쩌뚱의 심원춘도 나온다.

"예에, 역사는 어느 나라 역사나 그런 통쾌한 대목이 있지요. 제 생각으로는, 진시황의 업적을 천하통일 외에도 문자 통일, 도량형 통일, 만리장성 등을 드는데, 제일 큰 업적은 폭정을 하면 백성들의 힘에 왕조는 반드시 망한다는 시범을 보인거라고 생각해요."-시안 병마총 '김현곤' 전대광 대화중

 

지시황, 모택동, 마오쩌둥 등 중국의 지배자들을 살펴 보며 그들에 대해 말을 한다.

그들은 지배자였다. 지배자였을뿐, 백성들을 위한 자는 아니었다.

 

'이 장성에 올라 무수한 사람들의 신음과 통곡을 듣지 못하면 참 된 대장부가 아니다.'

 

지배자라면, 꼭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중국인들은 결코 우리와 동화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 평화와 복지에 위험한 존재다."-미국 22, 24대 대통령 클리블랜드
공산당 정부는 과거 중국 왕조를 옮겨 놓은 것이며, 마오쩌둥은 새로운 왕조를 건설한 황제의 카리스마를 복원했던 사람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처럼 행동하고, 황제같은 대우를 받았다. 역사학자 왕저우의 말이었다.
 

 

클리블랜드의 말과 왕저우의 말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해주는 것 같다.

과거 중국의 왕조는 여전히 미국과 동화되지 않고, 마오쩌둥의 중국으로 남았다.

이 책은 중국인들이 한국과 일본을 이야기 하기도 한국이 한국, 일본, 중국을 말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각 나라 사람들이 다른 모습의 서로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본 중국과 한국 사람이 본 중국, 일본 사람이 본 중국, 서양 사람이 본 중국이 각기 다른 모습이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제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중국이 G2가 된 것은 제조업에 무한정 투입된 값싼 노동력의 힘이지 문화의 수준과는 아무 상관 없잔소. 서양 기자들이 자꾸 그 대목을 헛짚어요."

 

중국은 과소평가 되고 있을까 아니면 과대평가 되고 있을까?

중국은 어떤 면에선 과소평가 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

'런타이둬,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 말들이 부정적으로 다가 왔다.

 

과소든 과대든 중국은 지금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며, G2로서 위용을 발하고 있다.

또 희멀건하게 웃는 짐꾼을 김현곤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전형적인 중국인이었다. 삶의 고난과 고통스러움을 묵묵히 참아내고 끈질기게 견디어내는, 그 무서울 정도의 인내심. 그것이 중국 특유의 기질이었다. 

 

 

2권에서는 중국의 역사, 문화 등등 중국이 많이 드러나 있다.

 

2권을 읽으면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 문물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다.

중국은 땅떵이가 넓은 많큼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역사가 긴 만큼 많은 많은 왕조와 지배자들이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문화,역사 유적이 있다.

1권이 중국의 현대라면, 2권은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중국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작년에 중국에 갔었는데, 난 그 때 중국의 과거는 거의 보지 못하고, 현재의 중국만 보고 온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그 역사도 제대로 걸어보고 싶다.

"책을 읽고 또 읽어라. 학교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부족을 책을 읽어서 채워야 한다. 책이 가장 좋은 스승이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세상사를 통달할 수 있다."-왕링링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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