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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장르든 간에 가리지 않고 책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읽는 것도 좋아하는 일종의 활자중독인 셈이다.
많은 책 장르중에서 에세이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이유는 그 무엇보다 솔직해서이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통 등 느낀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써내려간 글 만큼 진실되고 솔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 또한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틈틈히 글을써가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앞서 이야기 하였지만 김설 작가님의 ‘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만큼 자신의 모든 민낯을 보여주는 책은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본인이야기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에 대한 주제라 조금은 비밀스럽고 알리고 싶지 않을 수 있는 주제여서 더 그러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글 하나하나, 한 문장씩 읽어나갈 적 마다 단순히 자신의 삶을 방관하는 것이 아닌 그 글쓰는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치유해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딸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씀으로써 작가 본인의 삶과 감정도 다스리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힘과 용기도 북돋아 주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책의 특징은 다른 우울증 극복 도서와 달리 우울증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우울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거나, 검색만 해도 흔히 알 수 있는 극복방안과 같은 내용을 담지 않았다. 오로지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더붙여 이 책을 더 공감했던 이유는 나 또한 학창시절 경도의 우울증을 겪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한 이유없이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다.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지만 당시의 나의 우울증은 단순한 청소년이 겪는 사춘기의 감정과는 확실히 달랐다.
학교에 가도 집에 있어도 그 어느한 곳 마음 편히 있을 곳 없는 그 당시의 나의 상황에서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다.
지금에야 우을증을 극복하여 사회생활도 하고 결혼도 하여 잘 살고 있지만 보다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고통을 준 것 같아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시의 나의 우울증에 가장 힘들어하셨을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 전까지는 그저 나의 학창시절에 겪은 감정만이 우선시되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본적이 없었는데 당시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왔다.
자신보다 더 없이 소중한 자녀의 우울증. 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 부모님도 엄청난 심적 고통과 걱정을 안고 사셨을 것이다.
우울증은 어디에도 속 시원하게 말할 곳이 없는 비밀스러운 고통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 덩달아 우울의 늪에 빠진다고 한다. 수십년 전 일이지만 실제 겪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우울의 늪을 안간힘을 쓰며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이에 김설 작가는 ‘우을증 환자의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부모나 가족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자 끝내는 통과할 수 있는 터널일 뿐이라고 말한다.
‘2년 전에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 중인 23살 딸의 엄마이자, 시시콜콜한 글쓰기가 취미인 평범한 사람입니다고’ 으로 시작하는 일 책의 프롤로그만 보더라도 그 평범한 안에 비범한 용기와 필히 극복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여 더욱 응원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모두 나에게는 특별하고 주옥 같은 글이었지만, 특히나 가슴을 울렸던 구절이 있어서 일부 발췌하여본다.
[나는 딸의 우울증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아니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다. 아이가 살려달라고 큰 소리로 아우성을 치는데 어떻게 숨길 수가 있나. 불행 중 다행히도 딸은 전쟁 중인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보여준다. 고통을 침묵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감안하면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치기 직전이라고,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아이는 온 마음과 온몸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인생이 어떻게 매일 맑은 날만 있을까. 조금 참고 지내다 보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김설 작가는 굉장히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강한 그리고 세상에 가장 특별의 딸을 다시 일으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말이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우리삶에 스며들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개척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힘들다고 지친다고 주저앉아 있지만 말고 좋은 책과 함께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김설 작가의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라는 책이 여러방면에서 특효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