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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간 -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김기헌.장근영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3월
평점 :


시험인간이라는 책의 부제와 책 소개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라는 부제 하에 ‘당신은 몇 등급입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장으로 씁쓸한 성과주의의 현재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학벌과 재산, 학구열이
뜨거운 학군 등 이미 우리의 등급은 초등학교 아니 빠르면 유치원시절부터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그 순간부터는 어느 기업에 입사를
했는가로 일생이 좌우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시험으로 인한 제도로 사람의 등급을 평가하고 그것이 곧 그 사람 자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이라면 명쾌한 해답과 함께 나름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시험인간’을
쓴 김기헌, 장근영 저자는 한국의 시험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의 방향을 정하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한다. 영유아기부터 영어유치원 선발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영재원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을 시작한다. 이는 내가 직접 겪은 사실이기도
하다.
이어서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부터 성적을 관리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 유출마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시험은 인생의
길목마다 자리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개인에게 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high stake exam)’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지배한
고부담 시험이, 선발과 경쟁에 익숙한 ‘시험인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려면 제도는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제도라는 것으로 인하여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들이 정도를 지나치기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선발과 경쟁을 가르는 시험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의견이 책에 수록되어있다.
시험인간의 저자들은 이대로 시험인간들의 세상이 계속될 경우, 승자독식으로
인한 갑질과 불평등 문제,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신 속에서 사회 제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는 측면을
책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에 대한 논리를 뒷바침하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 있어서 수록해본다.
우리가 시험 이외의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는 건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삶, 수험생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삶, 시험 결과에 인생이 결정되는 삶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시험 이외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터널비전은 시험에 투입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심해진다. 시험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등용 방법이고, 나머지는 모두 의심스럽거나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험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것이다.
이어서 학교라는 장소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건강한 인성을 쌓아올리고 사회력을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이 당연한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무조건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하여 경쟁심을 독려하는 곳이
되어 버린지 오래되어 버렸다.
그에 맞는 책의 내용이 있어 일부 발췌하였다. 실제 나 또한 느껴보았던
감정이고 더 심화될수밖에 없는 환경과 조건이기에 더 씁쓸한 느낌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학생이 과외를
통해 그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학교에 온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나머지 학생들보다
시험성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원래 능력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학생들이 이 학생의 배신을 알아차렸다. 이 배신에는 특별히 보복할 수단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제 모든 학생이 과외로 미리 한 학기 앞서 공부를 하고, 그러면
처음 배신한 학생의 이점이 사라진다.
그 다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배신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하게 배신한다. 모두 한 학기를 미리 공부하면 이번엔
다음 1년 치를 미리 공부한다. 물론 다른 학생들도 곧 이를
따라 한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2년 치 공부를 미리 한다. 배신이 배신을 낳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센 배신을 하는 배신의
증폭이 일어난다
하루하루 밥벌이를 위하여 직장에 몸을 담고 일하는 이 순간에도 시험인간의 삶을 계속된다.
분기마다 본인의 업무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하라는 공지를 받을 때 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성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였는데 역시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씁쓸함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선이 있다. 물론 그 적당한 선이 매우 지키기가
어렵다.
시험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아마도 시험인간-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에서는 이러한 사회의 제도에 대하여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일종의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