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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을 찾습니다 - 142명의 만남 168일의 여행
박도영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작년 가을로 기억한다. 두 명의 유명한 배우가 스페인에서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숙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매주 금요일에 방영을 하였는데 퇴근 후, 맥주한잔 마시며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했던 정말 행복한 기억이다.
많은 프로그램 중에 나는 왜 하필 스페인 하숙에 열광을 하였던 것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일종의 대리만족 이었던 것 같다. 훌쩍 배낭 하나 메고 떠나고 싶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신 떠나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를 즐기며 대리만족 했던 것이다.
프로그램은 종영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이따금씩 읽으며 먼타국에서 즐겁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나의 떠나고자 하는 욕망이 슬슬 올라온 것도 이 책을 만나고 나서부터 이다.
박도영 저자의 ‘ 오늘의 집을 찾습니다’ 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 박도영의 여행 에세이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길에서 만난 약 140여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다른 여행에세이와 다른 점은 보통 저자의 개인 이야기를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반면
이 책은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살아온 방식과 떠나온 이유 등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한 편의 스토리로 엮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이 책에 대하여 더 궁금하고 매력을 느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철학을 전공하였다는 저자는 그저 텍스트로만 철학을 배우는 방식이 아닌 길 위의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삶으로부터 투영된 철학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책장을 덮고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하는 버릇이 있다. 보통 여행 에세이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내용은 저자는 낯선 타국으로 떠나고 발을 디딘 첫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했을까 였다.
이 책의 저자는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여행지에서 처음 생각한 것이 “무엇 하고 싶지 않아”였다고 한다.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는 어떠한 계획을 세워서 시간에 맞추어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스케쥴이 짜여진 여행이 아닌 그저 주인이 없는 빈집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차를 마시고, 하루 종일 히치하이킹을 하며 길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인종과 개성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여행의 이점을 저자는 우리가 아는 유럽은 고대문화가 살아있는 숨쉬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유도
목적도 테마도 모르며, 건축가의 눈도, 숙달된 여행가의 감도, 미식가의 혀도 갖지 못한 덕에 시종 이방인으로서만 유럽을 볼
수 있었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말이 굉장히 공감 되었다.
이론적으로 많이 알았더라면 유럽의 황홀경에 빠져들었겠지만, 별고 관심도 없고 잘 몰랐기에 그의 눈은 발 딛고 있는 길과
마주한 사람에게 주로 머물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없던 순간들이 그의 삶을 더 빛나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기게 된 것이다.
여행지마다 만나온 사람들 마다 각 목차로 나누어져 있어서 상황에 따른 저자의 관찰과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는 점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행지와 사람들의 묘사도 생생하게 되어있어서 현장에 내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저자가 만난 소중한 인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프라하에서 만난 치프리 라는 숙소 지킴이었다.
많은 숙소를 다녀보았지만 여행자들에게 선뜻 잠을 잘 숙소를 내어주는 치프리에게 저자는 질문을 한다.
“치프리, 왜 여행자들은 집에서 재워주는 거야?” 그의 물음에, “나도 여행을 무척 좋아해. 그런데 삶의 여건상 여행을 다니기가 어려워졌거든.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대신 여행을 집으로 초대하는 거야.”
치프리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모인 여행자들과 잠깐이라도 함께 걸으며 여행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치프리의 마음이 어떠한지 너무나 공감되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일에 지치고 삶이 힘들 적에 박도영 저자의 책이 큰 힘일 될 것 같다.
만나보지 못했지만 친근한 느낌의 여행자들과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유럽의 모습은 일종의 힐링되는 느낌으로 다가았다.
책소개에 수록된 문장 “이 책을 읽는 일이 당신의 책상, 당신의 침대로 여행을 초대하는 일이 되길 바란다” 이 읽는 내내 현실로 느껴지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꼭 시간을 내어서 배낭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책으로 경험하였던 것들을 실제로 느끼며 감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