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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 - 2025 아이스너상 수상작 ㅣ Wow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뻔한 동화책은 가라!
예쁘고 잘 생겨야만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니라고요. 외모보다 마음이 더 멋진 사람의 매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는 베라 브로스골 작가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그래픽노블이자 2025년 아이스너상 수상작이네요. 우선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쉐리던 칼리지에서 고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10여 년 동안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며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책을 쓸 때에도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슷하게 접근하다고, 스케치와 간단한 줄거리로 시작하여 대본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어쩐지 첫 장면부터 구도와 색감이 뛰어나더라니, 정말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네요. 제가 그래픽노블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목에서 짐작했듯이 우리의 주인공 제인은 작고 뚱뚱하고 못생겼어요. 뭐,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제인이 지금 처한 상황은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재산을 당숙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으니 암울하기 짝이 없네요. 유일한 방법은 일주일 안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뚱뚱하고 못생겨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제인, 심지어 부모님마저도 딸을 부끄럽게 여겼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네요. 제인은 용기를 내어 피터에게 청혼을 했어요.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피터는 가난한 아빠 밑에서 구박받으며 일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왜 나야?"
"지금까지 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 하지만 이번엔 내가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내가 지금까지 본 남자 중 가장 아름다워.
아마 나는 네가 바라는 신붓감이 아니겠지. 난 예쁘지 않잖아. 넌 예쁜데, 넌 정말, 진짜 진짜 예뻐. 하지만 우린 각자 곤란한 일을 겪고 있잖아. 이렇게 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자, 네 생각은 어때? 아냐, 너무 황당한 얘기였지. 나도 알아."
"아냐, 할게."
"정말?"
"응. 그 노인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아! 그럼 계약 성립이야."
"그럼 이제 그 징글징글한 생선은 만지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 대신 뭘 해야 해?"
"뭐든지 다 해! 원한다면 하루 종일 머리 손질만 해도 돼!"
"뭐라고?"
"그게···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치?"
"다른 것도 할 수 있거든! 엄청 많은 걸 할 수 있거든! 나 바보 아니야. 알아?"
"내가 언제 바보랬어!"
"너는 네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그저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잖아? 난 마음만 먹으면 이 마을의 어떤 여자애랑도 결혼할 수 있어. 내가 얼마나 좋은 신랑감인데."
"피터,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51-53p)
이럴 수가! 잘생긴 피터는 결코 좋은 신랑감이 아니라는 걸 본인 스스로 떠벌리고 있네요. 허영심 많고 꾸미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도리어 제인을 공격하는 말투가 몹시 실망스러웠네요. 급하게 신랑감을 구해야 하는 제인 입장에선 까탈스러운 피터를 맞추는 수밖에... 문제는 피터가 인어에게 납치됐다는 거예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고, 깊은 바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로워서 완전 몰입하고 말았네요. 아름다운 인어 로렐리가 피터를 데려간 것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기 때문이에요. 외모지상주의, 성차별, 온갖 편견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평범한, 아니 못생긴 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무력하게 울기만 하던 제인이 용기를 낸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고, 놀라운 바닷속 모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답답했던 마음이 마지막엔 시원하게 뻥 뚫렸고, 덩달아 행복해졌네요.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남자 형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잡지, 영화, 심지어 우리 어머니까지 모두가 젊음과 미모가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늙음과 추함은 나쁜 것이고요. 이는 내가 숨 쉬는 공기였고 내가 헤엄치는 물이었어요. 제인도 그 물에서 헤엄칩니다. ··· 평범한 외모의 소녀가 특별한 모험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특성 모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봐 왔던 온갖 아름다운 디즈니 공주로부터 해방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물론 완전히 해방되려면 멀었어요. 거울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무섭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일단은 수영강습부터 시작해 봐야겠어요!" _ 작가의 말 (35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