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주은경 지음 / 플로베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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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캐나다의 마돈나하우스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남녀 평신도와 사제들로 이루어진 가톨릭 영성 공동체라고 하네요.  2007년, 방송 다큐멘터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심신이 지쳐 있던 그때 캐나다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고, 독서모임의 지인이 가톨릭 공동체에 2주일 동안 있으면서 엄청 좋았다는 말이 생각나서 마돈나하우스에 이메일을 보냈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에 담아냈다고 하네요. 처음엔 마돈나하우스에 관한 호기심이 컸는데 읽다 보니 저자가 던진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마돈나하우스 이야기를 왜 쓰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마돈나하우스에 머물면서 '왜 여기 마돈나하우스에 있는가?'로 이어지고, 서울에 돌아온 뒤에는 '여전히 일과 성취가 중요한 나에게 고독과 영성은 어디에 자리해야 하는가? 일상이 기도가 되는 삶, 가난하고 단순한 삶, 그리고 내가 희망하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다다르네요.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저자에게 주님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고, 그러한 경험에 대한 내용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네요. 만약 기적처럼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180도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면 굉장히 거리감을 느꼈을 거예요. 단순노동과 명상, 기도를 통해 충만감과 평화를 누리고 있는 마돈나하우스의 사람들처럼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세상은 천국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서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행동하며 사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마돈나하우스의 이야기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보여줄 뿐, 우리에겐 우리의 현실이 있으니까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성과 몰입의 시간, 저자는 우리들에게 살짝 힌트를 준 거예요. 저자의 오래된 순례 덕분에 새로운 순례의 길이 시작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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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대수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수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케이티 스텍클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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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면 단번에 이해되는 경우가 많아요.

똑같은 내용도 기왕이면 그림이 곁들여져야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바로 이 책처럼 말이죠.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대수》는 그림으로 정리하는 가장 과학적인 수학책이라고 하네요.

학창 시절에는 막말로 꼴도 보기 싫던 수학인데, 어른이 되고 난 뒤에 이야기로 풀어낸 수학책을 읽으면서 슬슬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이야기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그림인데, 이 책에서는 대수(대수학)의 개념들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어요. 수학적 사고의 핵심인 '수'로 시작해 물체의 수를 세는 범자연수, 자릿값, 분수, 무리수 순으로 차곡차곡 개념을 쌓아가는 방식이네요. 수, 산술, 수의 패턴, 표기법과 도표, 알고리즘과 함수, 그래프와 데이터, 논리와 증명에 대해 알려주고, 수학의 역사, 모형화, 동역학, 이산수학, 추상 구조까지 차례대로 개념을 익힐 수 있어요. 각 단원 말미에는 '다시 보기'가 있어서 마인드맵 형식으로 용어들 간의 관계와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어요. 이것이 그림으로 익히는 연상 기억법처럼 머릿속에 남는 이미지네요. 편견 없이 이미지를 보면서 개념에 대한 설명을 읽기 때문에 술술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수와 수의 연산 등 수학적 구조의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 대수학인데 학교에서 배우는 대수는 방정식 풀이, 식 계산, 연산, 지수, 로그, 수열, 다항식 등등 이라서 한 분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책을 통해서 대수에 관한 전반적인 그림이 그려지네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대수'라는 과목이 신설되었고, 이전에 배웠던 지수, 로그 함수, 삼각함수, 수열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미리 머릿속에 수학 개념을 정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교재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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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소리한자
한금수 지음 / 에디트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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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은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국한문 혼용일 때는 나름 한자 공부에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거의 한자를 볼 일이 없다보니 점점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근데 문.해.력 이슈가 등장하면서 새삼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한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네요. 우리말 어휘의 약 70%가 한자어라서 한자를 알면 단어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해력을 위한 한자 공부는 필수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한자 공부를 해야 할까요.

《공식 소리한자》는 소리한자 창안자인 한금수님의 책이에요. 기존의 학습 방식과는 달리, 새롭게 고안된 공식으로 배우는 신개념 한자 학습서라고 하네요. 놀랍게도 저자는 한문이나 언어 전공자가 아니라 스스로 한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한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자 연구를 통해 체계화된 공식으로 소리한자를 창안했다고 하네요. 가장 효율적인 한자 학습 방법을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딱 봐도 백과사전 수준의 두꺼운 벽돌책이라서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네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사실 한자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냥 어렵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건 아마도 한자의 기본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는 한자의 기본 원리 및 공식을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고 알려주고 있어요. 한자를 만드는 원리 중 상형자(그림)와 지사자(상징, 부호)는 훈음 구분이 어렵고, 회의자는 뜻과 뜻이 모여져 만든 글자이며, 형성자는 뜻과 음이 모여져 만든 결합자로 뜻글자와 소리글자를 구분하는데, 저자는 형성한자의 80%를 차지하는 360개 핵심 소리한자를 그룹화하여 발음과 뜻을 동시에 기억하는 소리 중심 학습법을 만든 거예요. 214개 부수자의 의미와 형태 변화를 시각 자료로 제시하여 연상 기억법으로 학습할 수 있고, 부록에는 교육용 한자 3급 1800자, 부수 빈도순 한자, 약자 공식, 동자이음, 유의자/ 유의어, 상대자/ 상대어, 모양이 비슷한 한자, 표기가 혼동되는 한자, 잘못 읽기 쉬운 한자, 뜻이 혼동되는 한자, 사자성어, 우리말 같은 한자어 이외까지 꼼꼼하게 수록하여 심화학습까지 할 수 있어요.

첫 장부터 차근차근 펼쳐보면 한자라는 언어가 가진 특징을 이해할 수 있고, 수학공식처럼 구조화된 학습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체계적으로 한자를 익혀나갈 수 있어요. 교재의 모든 내용들이 저자의 노력과 열정의 결과물임을 느낄 수 있었네요. 한글과 한자가 만나 우리말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든든한 한자 학습서, 이 한 권의 교재만 있으면 한자 공부는 충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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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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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위한 필사책,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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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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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루 중 고요한 시간은 언제일까요.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인 것 같아요.

일상 속 크고 작은 소음에 익숙해지다 보면 오히려 적막한 순간이 어색할 때도 있더라고요. 근데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네요.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조미정 작가님의 고요를 위한 필사책이에요. 저자는 한국에서 방송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용감한 사람이 되려고 호주로 이주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고, 모국어가 그리워 책을 독파하다 보니 읽고 쓰는 삶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하네요. 저자가 필사를 시작한 건 2018년 9월이고, 유튜브 채널 <미료의 독서노트>도 그때 열었으며, 필사의 매력을 널리 나누고 싶어서 <재밌어서 씁니다>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필사 모임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좋은 건 나눠야 제맛, 저자는 그동안 필사 모임 외에도 온라인 글쓰기 코칭, 고전 읽기 모임을 진행하며 여러 사람들과 읽기와 쓰기의 기쁨을 나눠왔는데, 이번에는 필사책 출간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필사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네요.

이 책은 저자가 7년 동안 쓴 독서노트에서 길어올린 고요의 문장들과 그 문장에 관한 저자의 짧은 메모가 함께 실려 있는 필사노트예요. 사실 책을 읽고 감명 깊은 구절을 노트에 적는 일이 대단히 어렵거나 힘든 건 아니지만 처음 시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자전거를 탈 때 첫 발은 세게 내딛어야 앞으로 나아가듯,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페달 위에 발은 리듬을 타듯 자연스럽게 움직이잖아요. 아직 필사를 해본 적이 없는 경우라면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로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한 권의 책속에는 일흔일곱 권의 보석 같은 문장들과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다양한 작품을 맛보고, 필사하며 음미할 수 있거든요. 저자가 소개하는 마흔다섯 번째 작품은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4년, 97쪽)이라는 시집이며, 필사를 위한 문장은 「이별 2」라는 시의 한 구절이네요. "아직 그대는 행복하다 괴로움이 그대에게 있으므로 그러나 언젠가 그가 그대를 떠나려 하면 그대는 걷잡을 수 없이 불행해질 것이다 괴로움이 그에게로 옮아갈 것이므로" (200p) 이 시를 읽고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잡초도 쉴 새 없이 자란다. 잡초가 자라지 않게 약을 치는 방법도 있고 잔디 깎기 기계를 써도 되지만 손으로 뽑는 걸 좋아한다. 비에서 양분을 얻은 축축한 흙을 만지면서 신선한 초록 풀내음을 맡을 일이 이때 말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간신히 해방된 내 두 손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다. 손톱이 흙과 풀의 흔적으로 채워지는 게 좋다. 마음이 산란할 때는 한 시간쯤 잡초를 뽑으면 그만이다. 잡초 한 포기 뽑을 때마다 조금씩 편안한 내가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편안한 내가 된다." (199p)

심란할 때는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게 좋더라고요. 그 다음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좋은 문장을 노트에 정성껏 적는 거예요. 그럴 때 참말로 편안한 내가 될 수 있더라고요. 필사를 시작하고서 펜에 욕심이 생겨서 만년필을 장만했더니 점점 더 쓰는 것이 좋아졌어요. 좋은 책과 문장들, 그리고 펜과 노트가 있으면 언제든지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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