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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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배웠던 서양 문명은 찬란하고 위대하게 묘사되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서양 문명이 타 문명에 대해 갖는 우월감이 오랜 세월 동안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았던 거죠. 그 서사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백인종의 지배 체제와 서양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면서 그릇된 역사관을 형성했고,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자를 추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만들어진 서양》는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니샤 맥 스위니의 책으로, 저자는 서양의 기원을 검증함으로써 거대 서사로서 서양 문명이 지닌 역사적 오류를 지적하고, 문화적으로 순수하고 온전한 선형적 족보라는 환상을 벗겨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다시 새롭게 쓰는 서양문명사라고 할 수 있어요. 서양 문명에 대한 기존의 이야기는 유럽이 르네상스기에 고전이라는 뿌리를 재발견하여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전통을 되살렸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르네상스기에 서양의 문화적 정체성의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고, 17세기에 이르러서야 그 틀을 갖추기 시작해 19세기를 거치면서 구성되고 대중화된 거예요. 서양의 기원에 대한 신화를 제공하여 과거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이념적 도구로 이용했던 거예요. 그 기원적 신화가 과거에는 중요했을지 몰라도 현재 서양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거죠. 저자는 고전학을 둘러싼 논쟁에서 서양 문명에 대한 낡은 거대 서사를 버리고 고대 그리스-로마가 서양의 단일하고도 순수한 기원이라는 착각을 그만두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거대 서사, 다시 쓰는 서양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매우 동의하는 바, 이제라도 진짜 서양 문명사를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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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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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알고 싶어질 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역사인 것 같아요.

음악은, 한때 거리를 둔 적이 있으나 어느 날 문득 심장을 가격당하는 바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네요. 배워야 할 대상으로만 보다가 이제는 삶과 함께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네요. 삶을 풍요롭게, 때로는 위로와 힘이 되는 음악에 관해 더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어요.

《음악의 역사》는 소소의책에서 나온 역사 교양서예요. 제목에 적힌대로 인류사 속 음악의 역사를 어떻게 한 권의 책에 담았을까요. 일단 연대표로 음악 및 예술사와 세계사를 나란히 정리해놓았네요. 기원전은 듬성듬성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 있고, 1500년대는 '오타비아노 페트루치가 세속 다성음악 모읍집 『오데카론』 출판, 1600년대는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인 페리의 「에우리디체」 가 피렌체에서 공연되고, 1700년대는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의 피아노 발명으로 클래식 음악가들이 대거 등장하며, 현대 음악은 비틀스의 첫 미국 투어 (1964년)로 마무리하고 있어요. 연대표를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본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면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아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유인원이 혀의 모양 변화와 두뇌의 발달로 발성 능력을 키웠고, 음악과 언어의 발전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매우 느린 과정으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해주네요. 인류학자들도 초창기 인류에게 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명확하게 밝혀내진 못했기 때문에 유물에서 발견된 악기와 기록으로 남은 내용들을 근거로 음악적 행위, 음악 기보법, 악기 연주와 노래, 공연 등 시대별 음악을 알려주고 있어요. 주류의 서양문화권에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는 음악사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팝 음악 산업과 세계의 음악에서는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의 음악을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한국은 1970년대 이후로 남한 음악가들은 서양 음악계에서 눈에 띄는 위치에 올라서기 시작했고, 특히 바이올리니스트를 필두로 한 뮤지션들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런가 하면 한국산 재즈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전통적인 음악과 서구 팝 음악을 혼합한 음악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에는 팝에서 레게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향이 뒤섞인 '케이팝 K-pop'이 한국 음악 클럽에서 생겨나 주요한 상업적 장르로 부상했다. 한국 팝 스타의 공연을 공들여 촬영한 영상물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2012년 한국 팝 스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비디오가 되면서 많은 패러디 영상을 낳았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의 고정관념 사이의 상호작용을 영리하게 이용한 「강남스타일」은 이미 그 자체로 케이팝의 의식적 패러디였다." (369-370p)라고 나와 있어요. 음악가이자 작가, BBC 예술 프로듀서, 선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필립의 견해라는 점, 아쉽게도 싸이 이후에 월드 스타가 된 K 팝 아티스트에 대한 후속 설명이 없기 때문에 2025년 기준, 음악의 역사를 쓴다면 꼭 추가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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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집 - 니 맘대로 내 맘대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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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갸거겨···" 한글을 처음 배웠을 때, 단어를 소리내어 말하는 기쁨이 있었죠.

단어마다 뜻이 있고, 모두가 그 뜻으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근데 내가 "아"라고 말해도, 저쪽은 "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을 겪으면서 누가 뭐래도, 나만의 "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대로 정리해본 적은 없지만 일기장에 끄적여 놓은 나만의 단어들...

《단어; 집》은 실키 작가님이 쓰고 그린 '니 맘대로 내 맘대로' 단어 사전이라고 하네요.

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SNS에 만화를 연재했고, 첫 책 『나- 안 괜찮아』 와 『하하하이고』 로 사랑받아온 작가님이라는 건 이번에 알게 됐어요. 저자는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작품 활동 중인데, 이 책이 나오게 된 경위는 현암사에서 나만의 단어 사전을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프랑스에서 거주하다 보니 자신이 쓰는 프랑스 단어의 뜻과 상대가 알아듣는 의미가 달라 오해가 생겼던 터라, 이번 책에서는 자신이 쓰는 단어들을 마음대로 모아 단어집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귀여운 그림은 뽀-나스~

가장 처음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단어"예요.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나에게 이 단어는 특별하게 다가와. 너는 어떤 의미로 쓰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이 느끼는 무게감이 다른 것 같다. -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만의 사전을 만들면 되겠네." (14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짜 비어 있는 여백에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을 적어보기로 했네요. 빽빽하게 글자로 채워진 책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실키 작가님의 책은 글과 그림이 들어가고도 넉넉하게 여유가 있거든요. 그리고 단어 '집'이기 때문에 네모난 틀 위 뾰족한 삼각형으로 '집'이 그려져 있고, 현관 - 거실 - 주방 - 작업실 - 욕실 - 침실 - 테라스 - 다락방 순으로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 장소와 단어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각자의 판단을 따르면 돼요. 그래서 책을 쓴 작가 맘대로, 이 책을 읽는 독자 맘대로 자유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네요. 실키님의 단어, "이해하다"의 뜻은 "다시 묻지 않다." (162p)라고 나와 있는데, 과연 너와 나, 완전히 다른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노~~"예요.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한 척 묻지 않고 너의 말에 귀기울이는 건, 아마도 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거예요. 피식 웃게 되고,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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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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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얼크라임 쇼 제작 현장의 안팎을 지켜보는 듯한 리얼함 그 자체, 여름 휴가철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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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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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아직 잡히지 않았을 뿐!

장기 미제사건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보는 범죄실화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그리 낯선 포맷은 아니에요. 국내외 유사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고, 장기 미제사건의 진짜 범인을 밝혀낸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관심 있게 시청하는 장르인데,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완전 색다르네요.

"놀라지 마십시오. 단언컨대 지금부터 아주 아찔한 일이 벌어집니다." ( 516p)

상투적인 홍보 문구라고요? 그럴 리가요, 일단 읽어봐야 그 충격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족 살인》은 영국 출신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인 카라 헌터의 신작 단행본이라고 하네요. 영국 내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카라 헌터의 작품이네요. 영국의 영화 제작사 닐 스트리트 프로덕션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무척 기대되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소설에서 이미 '글'로써 '영상'을 본 것 같은, 기막힌 연출을 해냈다는 점이에요. 과연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탄생할 것인가,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어요. 소설의 결말을 안다고 해도 독자들이 상상할 만한 여지까지 남겨뒀다는 점에서 참으로 치밀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소설에서는 20년간 미제로 남은 캠든 힐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OTT 리얼크라임 쇼 「인퍼머스」 가을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하여 전 세계 스트리밍되는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요. 우선 첫 장을 펼치면, 영국 「타임스」 2023년 11월 8일 기사 원문을 그대로 스캔한 듯 옮겨 놓았네요. 신문기사로 시작해 프로그램 제작 전부터 진행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사진이 포함된 출연진들의 이력서, 살인 사건의 유가족 간의 문자 메시지, 제작진들의 음성 메시지, 스트리밍되는 방송 대본, 방송에 출연하는 여섯 명의 인물들과 주변인들이 나누는 대화록, 여기에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들까지 실제 자료를 첨부한 것처럼 제공하는 방식이 무척 독특했네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숨겨진 단서를 찾기까지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리얼함을 최고조를 끌어낸 구성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네요. 전반적인 줄거리는 스포의 가능성이 있어서 언급할 수 없지만 최고의 빌런은 닉 빈센트가 아닌가 싶어요. 그가 누구냐고요, 리얼크라임 쇼 「인퍼머스」 일곱 번째 시즌 <누가 루크 라이더를 죽였나?> 를 제작한 드라이 라이저 필름 사의 제작자예요. 읽다 보면, "에잇, 방송국 놈들!"이란 반응이 나올 거예요. 앞서 예고한 대로 너무도 아찔한 충격을 준 범죄추리 소설이었네요.



「타임스」 2023년 10월 13일

방송프로그램 > 집은 상처가 있는 곳

: 가족 간의 이야기야말로 「인퍼머스」에서 얻는 알짜배기 통찰 - 로스 레슬리 작성함.

인퍼머스 : 누가 루크 라이더를 죽였나? (쇼러너)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말한 톨스토이는 틀렸다.

「인퍼머스」라는 이번 시리즈가 증명한 점이 있다면 불행한 가족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하게 와해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혜택받은 집안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새아버지 피살사건 이후 오랫동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캐럴라인 하워드 라이더의 자녀들 사진을 보면 돈이란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가리는 수단일 뿐임을 느낄 수 있다. 웅장한 캠든 힐 저택의 고립된 벽 뒤에서 아이들은 경미하지만 범죄의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말썽을 부렸고, 전문 상담 치료까지 받았다. 이런 폭로 내용은 일부 시청하기 거북한 부분도 있었지만,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쭉 이어질 심리적인 드라마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죽은 남자에 관한 새로운 정보들을 기반으로 펼여질 것이다. 어젯밤에 밝혀진 것처럼 그 남자의 진짜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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