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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평점 :
완전범죄는 없다, 아직 잡히지 않았을 뿐!
장기 미제사건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보는 범죄실화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그리 낯선 포맷은 아니에요. 국내외 유사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고, 장기 미제사건의 진짜 범인을 밝혀낸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관심 있게 시청하는 장르인데,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완전 색다르네요.
"놀라지 마십시오. 단언컨대 지금부터 아주 아찔한 일이 벌어집니다." ( 516p)
상투적인 홍보 문구라고요? 그럴 리가요, 일단 읽어봐야 그 충격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족 살인》은 영국 출신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인 카라 헌터의 신작 단행본이라고 하네요. 영국 내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카라 헌터의 작품이네요. 영국의 영화 제작사 닐 스트리트 프로덕션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무척 기대되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소설에서 이미 '글'로써 '영상'을 본 것 같은, 기막힌 연출을 해냈다는 점이에요. 과연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탄생할 것인가,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어요. 소설의 결말을 안다고 해도 독자들이 상상할 만한 여지까지 남겨뒀다는 점에서 참으로 치밀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소설에서는 20년간 미제로 남은 캠든 힐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OTT 리얼크라임 쇼 「인퍼머스」 가을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하여 전 세계 스트리밍되는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요. 우선 첫 장을 펼치면, 영국 「타임스」 2023년 11월 8일 기사 원문을 그대로 스캔한 듯 옮겨 놓았네요. 신문기사로 시작해 프로그램 제작 전부터 진행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사진이 포함된 출연진들의 이력서, 살인 사건의 유가족 간의 문자 메시지, 제작진들의 음성 메시지, 스트리밍되는 방송 대본, 방송에 출연하는 여섯 명의 인물들과 주변인들이 나누는 대화록, 여기에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들까지 실제 자료를 첨부한 것처럼 제공하는 방식이 무척 독특했네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숨겨진 단서를 찾기까지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리얼함을 최고조를 끌어낸 구성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네요. 전반적인 줄거리는 스포의 가능성이 있어서 언급할 수 없지만 최고의 빌런은 닉 빈센트가 아닌가 싶어요. 그가 누구냐고요, 리얼크라임 쇼 「인퍼머스」 일곱 번째 시즌 <누가 루크 라이더를 죽였나?> 를 제작한 드라이 라이저 필름 사의 제작자예요. 읽다 보면, "에잇, 방송국 놈들!"이란 반응이 나올 거예요. 앞서 예고한 대로 너무도 아찔한 충격을 준 범죄추리 소설이었네요.
「타임스」 2023년 10월 13일
방송프로그램 > 집은 상처가 있는 곳
: 가족 간의 이야기야말로 「인퍼머스」에서 얻는 알짜배기 통찰 - 로스 레슬리 작성함.
인퍼머스 : 누가 루크 라이더를 죽였나? (쇼러너)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말한 톨스토이는 틀렸다.
「인퍼머스」라는 이번 시리즈가 증명한 점이 있다면 불행한 가족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하게 와해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혜택받은 집안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새아버지 피살사건 이후 오랫동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캐럴라인 하워드 라이더의 자녀들 사진을 보면 돈이란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가리는 수단일 뿐임을 느낄 수 있다. 웅장한 캠든 힐 저택의 고립된 벽 뒤에서 아이들은 경미하지만 범죄의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말썽을 부렸고, 전문 상담 치료까지 받았다. 이런 폭로 내용은 일부 시청하기 거북한 부분도 있었지만,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쭉 이어질 심리적인 드라마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죽은 남자에 관한 새로운 정보들을 기반으로 펼여질 것이다. 어젯밤에 밝혀진 것처럼 그 남자의 진짜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2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