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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집 - 니 맘대로 내 맘대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갸거겨···" 한글을 처음 배웠을 때, 단어를 소리내어 말하는 기쁨이 있었죠.
단어마다 뜻이 있고, 모두가 그 뜻으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근데 내가 "아"라고 말해도, 저쪽은 "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을 겪으면서 누가 뭐래도, 나만의 "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대로 정리해본 적은 없지만 일기장에 끄적여 놓은 나만의 단어들...
《단어; 집》은 실키 작가님이 쓰고 그린 '니 맘대로 내 맘대로' 단어 사전이라고 하네요.
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SNS에 만화를 연재했고, 첫 책 『나- 안 괜찮아』 와 『하하하이고』 로 사랑받아온 작가님이라는 건 이번에 알게 됐어요. 저자는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작품 활동 중인데, 이 책이 나오게 된 경위는 현암사에서 나만의 단어 사전을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프랑스에서 거주하다 보니 자신이 쓰는 프랑스 단어의 뜻과 상대가 알아듣는 의미가 달라 오해가 생겼던 터라, 이번 책에서는 자신이 쓰는 단어들을 마음대로 모아 단어집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귀여운 그림은 뽀-나스~
가장 처음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단어"예요.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나에게 이 단어는 특별하게 다가와. 너는 어떤 의미로 쓰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이 느끼는 무게감이 다른 것 같다. -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만의 사전을 만들면 되겠네." (14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짜 비어 있는 여백에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을 적어보기로 했네요. 빽빽하게 글자로 채워진 책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실키 작가님의 책은 글과 그림이 들어가고도 넉넉하게 여유가 있거든요. 그리고 단어 '집'이기 때문에 네모난 틀 위 뾰족한 삼각형으로 '집'이 그려져 있고, 현관 - 거실 - 주방 - 작업실 - 욕실 - 침실 - 테라스 - 다락방 순으로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 장소와 단어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각자의 판단을 따르면 돼요. 그래서 책을 쓴 작가 맘대로, 이 책을 읽는 독자 맘대로 자유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네요. 실키님의 단어, "이해하다"의 뜻은 "다시 묻지 않다." (162p)라고 나와 있는데, 과연 너와 나, 완전히 다른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노~~"예요.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한 척 묻지 않고 너의 말에 귀기울이는 건, 아마도 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거예요. 피식 웃게 되고,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