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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오늘날 적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감지하기는 하나, 그런 사람은 보다 쉽게 죽어간다.
내가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뒤에 쉽게 죽을 수 있듯이.
... 어떤 인간도 아직까지 완전히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그것이 되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석은 각자가 각자에 관해서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9-10p)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신기하게도 일 년에 한 번 꼴로 《데미안》을 읽게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빠져 있던 사춘기 시절에 《데미안》을 읽고서 엄청난 뭔가를 깨달았다고 착각했더랬죠. 삶이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애쓰는 과정인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네요. 《데미안》을 독일어로 쓰여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번역에 따라 미묘하게 문장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본래 독일어 문장이 지닌 느낌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이번에 읽은 《데미안》은 전혜린 번역으로, 1964년 출간된 최초의 독일어 원문 번역본이라고 하네요. 전혜린 타계 60주기를 기념한 복원본 개정판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독문학자였던 전혜린의 <전통주의적 작가 헤세>와 <《데미안》에 대하여 - H. 헤세의 경우>라는 두 편의 해설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와 그의 작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헤세는 인간이 자기를 세계 내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 - 우리가 사춘기 때 갖게 되는 고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를 어느 작품에서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통틀어 테마는 언제나 '자아로부터의 해방'이었고, '참된 자기의 길'이었으며, 이 모토에 그는 끝까지 충실했었다. ... 그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단 한 사람이 세계와의 관계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관찰되는 것'이었고, 그의 방법은 '내성과 명상'이었다. 그의 정신의 외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지만, 그것은 문외한의 의식에서 하는 현상적인 비평이지 제현상의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연관을 철저히 분석해서 현장의 내부에서부터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열려는 리얼리즘을 취하지는 않는다. 이 점에 관해서 그는 어떤 애독자에게 작가의 과제는 독자에게 사회적인 일상적인 생활태도의 규범을 지어주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315-31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