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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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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난 날, 조금은 두께에 부담을 느꼈다.

그냥도 철학 하면 머리 아픈 학문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과연 그 안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지 의심했다. 책이 사람이 아니길 천만 다행이다. 귀한 손님을 먼저 초대해놓고 , 제가 원하는 분이 아니군요. 죄송합니다.하는 경우니 말이다.

그러나 순전히 나의 불찰이다. 겨우 이름만 듣고,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오해한 것이다.

철학이란 학문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건 철학의 주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 가지 인생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생에 대해서 어떤 인생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판단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이 어설프고 부족하다면 인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철학의 즐거움>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 너무 길었다.

이렇게 책을 읽기 전에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일단 책을 읽게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건 타고르, 칼릴 지브란,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훌륭한 분들의 좋은 말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굳이 철학자로 불리지는 않았지만 철학자라 해도 손색없을 분들이 많다. 바로 인생, 삶의 깨달음을 얻은 이는 진정한 철학자라 할 것이다.

120편의 이야기는 120명의 인생 철학이다.

어떤 이는 한 순간에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살았고 좀더 현명했던 이들의 충고를 듣는 일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이 두껍다고 불평하지 말자. (이 부분에서 고개 숙이고 있음.)

한 편의 이야기만으로 삶을 변화시킬 자신이 있다면 전부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 같이 하나를 가르쳐 주면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은 전부 꼼꼼히 읽어야 된다. 그나마 하나를 배워서 하나라도 아는 것에 만족하면서 말이다.

인생에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 인생의 길이가 다른데 서로 견주어, 무엇 하겠는가?

철학의 즐거움을 놓고 무엇이 즐거우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고 싶다.

김상용 시인의 마음과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웃고 싶어진다.

학문 자체를 위한 철학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인생 조언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이 어제보다 나아지길 바란다.

내가 바라는 인생은 그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다. 남들보다 느려도 내 길을 간다는 믿음으로 살고 싶다. 나의 인생 길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좋은 책을 만나서 웃고 싶다.

 

()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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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공장의 기적 - 생각의 폭풍을 일으켜라
김은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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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에게 창의력을 교육하는 여자, 김은주 라는 책 띠 지의 문구가 강렬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교육에 자주 사용되는 창의력 개발이 다 큰 어른들도 가능하단 말인가?

우리 교육의 현실은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정해진 틀에 정해진 양만큼의 교육을 하는, 주입식 교육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교육에 익숙해진 어른들에게 창의력 개발은 다소 황당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창의력 개발서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우선 스토리 텔링 방식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편안하게 한 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창의력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게 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너무 쓰면 뱉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일 것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창의력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찾아서 개발할 수 있는지를 구구절절이 설명했다면 5분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신 도대체 감을 못 잡는 사람들에게, 잠시만 내 얘기 들어볼래? 괜찮아. 재미있는 얘기야.하며 들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야기 속 주인공 박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쓰러져 가는 와인 공장을 지키는 박스는 좋은 와인을 만들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서 폐지를 모은 돈으로 포도를 사고 와인을 만든다. 그러나 만든 와인은 창고에 쌓아둘 뿐이다.

다른 창고에는 일자리 없는 가난한 토굴민들이 살고 있다.

박스에게 나타난 외계인 뉴스는 통통 튀는 공 같다. 기발한 생각과 행동으로 와인 공장을 변화시켜 나간다. 박스와 토굴민들에게 없었던 것은 이 아니다. 바로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력이란 우리들이 바라는 의 또 다른 이름이란 것을 알게 됐다.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을 현실에서 이뤄냈겠다고 다짐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에게는 창의력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창의력은 우리가 꿈꾸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생각의 힘이다.

박스와 토굴민들은 와인 공장의 기적과 같은 성공이 외계인 뉴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작은 그렇다. 뉴스로 인해 사람들은 생각의 폭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어. 원래 그런 거야.라며 답답한 현실을 포기한 듯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변화시킬 힘이다. 바로 우리 내면에 자리잡은 창의력인 것이다.

창의력 개발은 말 그대로 자기 안에 생각의 힘을 키우는 일이다.

<와인 공장의 기적>은 상자(박스) 속에 꽁꽁 갇힌 생각을 활짝 열어주는 멋진 이야기가 있다.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삶에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설레고 즐겁다.

놀라운 생각의 힘, 창의력으로 우리 삶의 기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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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남자 2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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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사람을 애태우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하필이면 그 이야기가 <죽는 남자>라니!

인생 뭐 있어?라며 대충 젊음을 소비하며 살던 남자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남자는 자신의 남은 생을 확인한다. 죽기 전, 아니 살 날은 100일이다.

1권에서는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내용이었고 2권은 그의 계획대로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모른다. 변화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100일이라는 시간은 참 묘한 시간이다. 길다고 하기엔 짧고, 짧다고 하기에는 긴 것 같은 시간이다. 죽는 남자 서영이 할 수 있는 일은 100일이라는 시간 내에서만 가능하다.

흔히 영화처럼 이 모든 상황이 꿈이거나, 의사의 오진이라면 좋을 텐데, 과연 서영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괜히 보고 있는 내가 더 조바심이 난다. 정말 곧 죽을 사람이 저렇게 한가해도 되는 건가?

서영이란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사랑하는 여자 친구 다희 이외에는 친구가 없는 건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 모질게 이별을 선언하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숨기고 나쁜 남자로 기억되는 것이 정말 그녀를 위한 일이라고? 나는 유행가 가사 같은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이 싫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고 살아 있는 순간을 함께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이 죽은 뒤에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면서 새 남자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원래 그다지 착하지도 않았으면서 갑자기 죽게 됐다고 착한 남자를 흉내 내려는 그가 맘에 안 든다.

죽음은 지금의 모든 것을 떠난다는 의미다.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 채 오직 나 홀로 떠나는 낯선 여행이다. 현재 살아 숨쉬는 사람이, 전혀 경험한 바 없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하는데 무엇을 준비하겠는가?

그렇다. 이 남자의 계획도 죽기 전까지, 살아 있는 순간뿐이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 하고 싶은 것이다.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사는 것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데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질문들이 튀어 나온다. 그만큼 죽음이란 소재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죽는 남자>는 몇 권까지 나올까?

하루가 한 권의 책 같을 때도 있고 겨우 한 칸의 그림 같을 때도 있다. 어쩌면 죽는 남자가 살고 있는 100일은 하루가 한 권의 책 같을 것 같다.

나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하루였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확실하다. 근엄하게 충고하는 대신 까칠한 그 남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느끼게 한다. 마치 <인간 극장- 죽는 남자 편>을 본 것 같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

단 하루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멸망시킬 수 있고

다시 소생시킬 수도 있다.

-         소포클레스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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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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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프로그램에서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나왔다. 젊고 유능한 여대생이 잘못된 성형 수술로 한 순간에 인생이 망가진 경우였다.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성형 수술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시크릿 쇼핑>은 성형 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형을 하면서도 비밀리에 하다 보니 정확한 지식보다는 입 소문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우려해서인지 거듭 이 책은 성형 수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성형을 막기 위해 현명한 성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성형했다는 사실이 흠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기회가 된다면 성형을 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성형을 하고 안하고의 선택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통해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솔직히 연예인들의 성형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속내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있다. 성형한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경우는 오히려 성형을 위한 모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이 성형을 통해 아름다움을 꿈꾼다.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성공적인 성형을 위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책에서 알려준 중요 핵심내용은 성형 쇼핑 5단계로 정리된다.

1단계- 성형에 대한 자기 발견, 나에게 맞는 성형은?

2단계- 성형 자료, 스스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3단계-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 찾기

4단계- 상담을 통해 병원 결정하기. 닥터 쇼핑은 NO!

5단계- 수술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내가 만드는 것

책을 읽다 보니 여성 잡지에서 보았던 성형 관련내용이 한 권으로 정리된 느낌이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예뻐지고 싶은 욕구가 증가한 것 같다. 그만큼 요즘 세상은 잘 생기고 예뻐야지 대접받고 출세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고 해도 본인이 만족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성형 쇼핑의 마지막 단계가 중요한 것은 성형은 외모를 바꿀 뿐,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이다. 현명한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성형 노하우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행 따라 변하는 미의 기준에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형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성형도 쇼핑이다!

그러나 일반 쇼핑과 다른 점은 환불하고 교환해야 될 대상이 물건이 아닌 자기 자신이란 점이다.

성형 수술의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해도 계획이나 정보 없이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성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성형중독이 될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성형 수술에 대해 더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성형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수록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 책의 정보가 획일적인 미녀, 미남을 닮기 위해서가 아닌, 개성 있는 나를 찾기 위해 쓰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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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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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성석제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이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제목부터 묘한 매력을 풍긴다. 제목을 읽으면서 동시에 질문을 유발한다. 독자의 호기심을 잔뜩 부풀린 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소설집이다.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지극히 평범한 줄거리를 지녔으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주인공 황만근은 학식 높은 교수님도 아니고 매력이 철철 넘치는 꽃미남도 아니다. 황만근이 누구길래, 뭐라고 말했길래 이것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을까?

착하다 못해 너무 순박해서 동네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황만근의 훌륭한 면모를 알아본 사람은 오직 민 씨뿐이다. 그는 분명히 황만근, 황선생의 말을 들었다.

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 된다 카이. (36p)

내가 왜 빚을 안 졌니야고. 아무도 나한테 빚 준다고 안캐. 바보라고 아무도 보증 서라는 이야기도 안 했다. 나는 내 짓고 싶은 대로 농사지민서 안 망하고 백 년을 살 끼라.(38p)

약아빠진 사람들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바보라고 무시한다. 그래, 바보들 눈에는 바보만 보이는 거다. 세상에 보탬 되는 사람들은 죄다 바보다.

솔직히 일곱 편 모두, 주인공이 참 변변치 못하다. 세속적인 시각으로 보면, 별로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다. 그런데도 그들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매력 없는 인물에게 흥미와 관심이 쏠리게 하는 작가의 재주를 칭찬하는 수 밖에.

어쩌면 그들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 은밀한 면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참 찌질한 인생이다.라고 명쾌한 해석을 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겉보기에 찌질한 인생이지만 그러한 인생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거름 같다.

책을 가지고 너무 격이 떨어지는 비유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천하제일 남가이>에서 남가이는 똥을 모아다가 비료를 만든다. 똥 냄새 풀풀 풍기는 남가이지만 그는 특별하다. 남보다 수십 배 강력한 페로몬으로 사랑스런 냄새가 똥 냄새를 능가하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을 홀리는 그의 매력보다는 그가 모은 똥이 거름이 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남들이 우습게 여기고 피하는 더러운 똥이 농사꾼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거름이 된다.

아무리 멀리서 봐도 사람처럼 보이는 얼굴, 명백히 사람일 수 밖에 없는 얼굴, 이런 얼굴이 미남의 얼굴이야. 잘 생겼다는 건 사람답다는 걸 말하는 거지. 천하제일 미남은 천하에 짝이 없이 사람답다는 거야. 그런 사람이 흔할 것 같지. 하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렵다네. (172p)

냄새 나는 입으로 자신의 비밀인 것처럼 말하는 남가이, 그가 정말 천하제일 미남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미남에 대한 정의는 동의한다. 사람다운 얼굴이 잘 생긴 것이다.

세상을 잘 산다는 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똥처럼 하찮을지라도 제 몫을 다하며 자기답게 산다면 그것이 인생 성공이지 않을까?

, 황만근을 바보로 보는 사람은 그저 헛소리라 할 것이고 황선생으로 보는 사람은 건질만한 말씀이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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