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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도, 궂은 날도 모여 인생이 꽃 피리 - 마음에 쓰는 에세이 필사 노트
오유선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입니다."
삶의 태도와 마음, 욕심과 나눔, 질투와 기쁨, 그 모든 것이 표정과 몸짓에 새겨진다.
노년의 얼굴엔 시간이 만든 서사와 한 사람의 결이 담긴다.
지금, 나는 어떤 예술 작품을 완성해 가는 중일까. (136p)
한 해가 너무 짧게 느껴지네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숫자상의 변화만이 아니라 몸에서 보내는 신호로 알아채고 있으니 새삼 지나온 세월을 실감하게 되네요.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들이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고,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내가 이제는 아름답게 나이들고 싶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올해 1월은 오유선 작가님의 에세이 일력 《다정한장》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12월이 되어 다시 오유선 작가님의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를 만나게 되었네요. 《맑은 날도, 궂은 날도 모여 인생이 꽃 피리》는 오유선 작가님의 '마음에 쓰는 에세이 필사 노트'라고 하네요.
"지금 이 순간까지, 지금 이 나이가 되기까지 참 많이 애쓰고 살았습니다. 귀중한 나의 인생입니다. ··· 어제와 비슷한 날은 있어도, 똑같은 날은 없을 겁니다. 하늘빛, 구름 모양, 바람결도 세세히 다를 것이고, 오늘 읽은 책 한 줄, 오늘 쓴 글 한 줄이 다른 내일을 만듭니다. 작은 것 하나로도 충분히 어제와 다른 날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여러 걱정이 앞서지만,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야!'라는 어느 분의 말씀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봅니다. 인생의 후반전이야말로 진짜 인생을 살아볼 시간이라더군요." (3p)
저자는 인생의 후반으로 건너는 이들을 위하여 소중한 인생의 하루하루를 값지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1장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2장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3장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4장 그럼에도 다시 살아간다는 것. 각 장에는 인생, 인간관계, 깨달음, 인생 2막에 관하여 오유선 작가님이 쓴 다정하고 따뜻한 에세이가 나와 있고, 에세이의 일부 문장을 예쁜 시화처럼 필사문으로 만들어 직접 따라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앞서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입니다."라는 문장은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이라고 하네요. 어찌보면 젊음이나 늙음이나 인간이라면 겪어야 하는 과정일 뿐이지만 어떻게 그 삶을 채워가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인생은 아름답고, 어떤 인생은 추하고 비루하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네요. 그러니 우리는 얼마든지 인생을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나이 들어가는 육체를 젊게 만들 순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싱그럽게, 향기로운 꽃처럼 피어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매일 읽고 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펼쳐 봐도 충분할 것 같아요. 좋은 말과 글은 우리의 기분을 북돋아주는 힘을 지녔네요. 무엇보다도 필사하면서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참으로 귀하네요.
"한때는 '이것'만 가지면 행복할 것 같다 했다. 그러나 막상 가지고 나면 또 다른 욕심이 생겨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을 원하다 보면 늘 부족하고 모자랄 수밖에 없다. 있음과 없음! 무엇에 비중을 들 것인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있음에 집중하다 보면 어라, 가진 게 있다. 어라, 할 수 있는 게 있다. 어라, 잘하는 것이 있다! 없는 걸 불평하다 좋은 날 다 보내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인생은 유한하다." (196-197p)
화양연화(花樣年華), 꽃 화, 모양 양, 세월 년, 빛날 화, 이 말은 꽃처럼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을 의미하지요. 예쁜 꽃 그림으로 가득한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를 생각해봤네요. 때가 되면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꼭 언제라고 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전성기라고 느끼는 그때가 바로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모두의 화양연화를 위하여, 오유선 작가님이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