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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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3개월째 퇴역 경주마를 일반 승마용으로 전환 훈련 중인데, 

지금까지 해본 일 중 제일 까다롭고 힘들어요."

"그냥 천천히만 걸으면 될 텐데 왜 훈련까지 필요해요?"

"하하하!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경주마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16-17p)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것에만 신경썼지, 느슨하게 푸는 방법은 배우질 못했으니 말이에요. 40년 차 베테랑 지구여행자 한비야님은 25년 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 비전에 들어가면서 오지여행가 이미지를 지우려 애썼다고 해요. 열심히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고, 그런데 지난해 네팔에서 또래 한국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마음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대요. 한 번 바람의 딸은 영원한 바람의 딸이니까, 여행 책을 써달라고 했대요. 그리하여 열한 번째 책인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대요. 이 책은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가 예전보다 한결 느긋해진 속도와 시선으로 본 세상과 아날로그식 여행 이야기라고 하네요. 역시 베테랑 지구여행자의 입담은 대단한 것 같아요. 단순히 이야기를 잘 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험의 깊이가 남다른 것 같아요. 대개 여행은 휴가 기간에 가성비 좋은 조건으로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서 역설적이게도 더 잘 놀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너무 피곤해서, '뭐니뭐니 해도 집이 최고다!'로 결론을 냈거든요. 근데 저자의 여행은 세상을 배우며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네요. 이게 진짜 여행이구나, 성숙한 어른의 인생 이야기구나라고 느꼈네요.

"혼자든, 둘이든, 여럿이든 여행의 본질은 같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고 진짜 나를 만나는 것, 그렇게 마주한 나를 다독이고 재충전하는 것, 그래서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되는 데 있으니까. 이것만 잘 챙겨올 수 있다면 혼자여도, 함께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기대하고 떠났는데 정작 이걸 챙기기가 어렵다면? 그럴 땐 눈 딱 감고, 과감하게 '따로 또 같이' 다니길 권한다. 필요하면 여정 중 일정 기간을 완전히 '따로따로' 지내도 좋다. 다툰 후에 홧김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성숙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면 그게 바로 관계를 지키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14p)

여행에 관한 팁을 보면서 장소만 바뀌었을 따름이지, 인간 관계의 기술은 똑같이 적용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사랑할수록 거리 유지를 잘 해야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진짜 나를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한비야님의 말에 공감했네요. 짧은 인생, 이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데에 집중해야죠. 행복하고 싶다면서 속으론 들들 볶아대고, 조급하게 굴면 있던 행복도 달아난다고요.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265p) 라는 말, 어쩐지 행복을 위한 주문 같아서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중얼거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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