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 푸른역사 주니어 2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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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적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100척의 배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했어요.

툰베리는 항해 전 기자회견에서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극도의 폭력적이고, 일상에 매몰된 국제 체계를 뒤흔들기 위한 임무이며, 이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조차 박탈당했다는 사실과 세계가 어떻게 침묵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어요. 지난달 유엔에서는, "50만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이 기근에 처해 있고 굶주림과 빈곤으로 죽음에 이를 위기"라고 밝혔어요. 툰베리는 지난 6월에도 구호품을 실은 배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추방되었으나, 7월에도, 8월에도 항해를 멈추지 않고 있네요.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 이러한 세계뉴스를 접할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요.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는 NGO 활동가 유정애 쌤이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편지 형식으로 쓴 책이에요. 푸른지식주니어 두 번째 책으로, 첫 번째 책인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차별이든 전쟁이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요. 첫 장에는 유정애 쌤이 NGO 활동을 했던 나라들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네 통의 편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라오스, 에리트레아, 시리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이 친구들에게 전하는 유정애 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지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폭력을 멈추라고 하고 있어. 이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 군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어떻게 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해봤어. 무엇이 먼저여야 할지 말이야.

종교와 인종,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언젠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르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미래를 위해 나아간다면, 평화가 오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움이나 편견을 버려야겠지. 평화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으니까." (35-36p)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미움과 편견을 버릴 수 있다면, 더 나아가 화해와 용서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획자가 보내는 편지에서, "안녕, 난 동화작가 김진이라고 해. 이 책을 기획했어. 즉 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지. 유정애 쌤의 여정을 많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거든. ···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지. 서로가 잘 몰라서 갖게 되는 오해와 편견, 거기에서 오는 차별, 국가 이기주의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전쟁, 위기를 겪고 있는 기후와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런 세상이 만들어질 거야.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말이야." (124-126p)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였네요. 우리 스스로 바꾸고 노력해야만 좋은 세상에서 다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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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 푸른역사 주니어 1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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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모르면 편견이 생기고, 차별은 편견에서 온다고 하잖아.

우리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대부분은 '모름'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 (47p)

아이들이 어릴수록 낯설고 이질적인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어른들이 친절하게 있는 그대로를 잘 설명해주면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어쩌면 편견은 몰라서 생기기도 하지만 잘못 알고 있어서 굳어진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평화와 평등"을 다룬 책이 나와서 읽게 되었네요.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푸른역사주니어 시리즈 첫 번째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차별과 평등에 대해서 사전적 의미나 개념 설명이 아니라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저자인 유정애 쌤은 오랫동안 국제 NGO에 소속되어 세계 28개 나라를 다니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베트남의 어린이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첫 장을 펼치면 세계 지도 위에 유정애 쌤이 NGO 활동을 했던 나라들이 표시되어 있어요. 첫 번째로 미국에서 온 편지는 체로키 부족의 박물관에 체험 학습을 갔다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처음 알게 된 친구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유럽 이주민들이 총부리를 들이대며 원주민들이 수천 년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그들을 쫓아내고 보호구역을 만들어 가둬버린 것은 부끄러운 역사라고, 원주민을 내쫓은 백인에게 마사소이트 추장이 건넨 말을 소개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하네요. 인종차별을 하는 쪽은 백인이고, 당하는 쪽은 유색인종인데, 역사를 살펴보면 남의 땅에 쳐들아가서 학살하고 내쫓은 가해자들이 여전히 차별이라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해요. 두 번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편지에서는, "차별을 딛고 평등한 민주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용서와 화해'는 꼭 필요한 것이었어. 하지만 '용서와 화해'에 치우친 나머지 '정의'에 소홀했다는 목소리들이 있는 거야. ... 잘못에 대해서 확실하고 정확하게 응징해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지 않까?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으니까." (73p)라는 내용에 공감했네요. 세 번째 이란에서 온 편지는 히잡 반대 시위에 희생된 여성들과 끔찍한 차별의 또다른 이름인 명예 살인을 통해 여성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네 번째 베트남에서 온 편지에서는 심한 탄압을 받고 있는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지도에서 아주 먼 나라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이 곧 우리들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세상은 따로인 것 같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들은 '세계 시민'으로서 평화롭고 평등한 지구 공동체를 가꿀 책임과 의무가 있닫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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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 : 나도 마티스처럼
가비노 김 지음 / 미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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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술가들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앙리 마티스의 어록과 드로잉을 통해 예술적 영감과 철학적 사유를 맛볼 수 있는 책이 나왔어요.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의 부제는 '나도 마티스처럼'이에요. 이 책을 엮어낸 가비노 김은 색채의 거장이자 현대 미술의 선구자인 앙리 마티스라는 예술가의 어록을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쓰는 행위는 기계적인 모사와 달리, 거장의 시선과 손길, 사유의 흐름을 내 안에 새기는 창조적 경험이라고 설명하네요.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천천히 쓰는 행위'를 통해 본래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거에요. 특히 마티스가 강조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눈을 감고 그저 손을 맡겨야 한다" (6p) 라는 창작의 자세를 필사에 적용하여 마티스의 예술 세계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데, 마티스가 말하는 예술은 지친 영혼에 편안한 안락의자와 같은 쉼을 주는 것인 동시에, 부단한 불안의 상태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찾아나서는 창조적 여정이라는 점에서 삶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창조의 상태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예술인 거예요.

이 책은 마티스의 어록들을 다섯 가지 주제, '예술가의 소명과 창조적 시선', '창작의 철학과 방법론', '형태와 색채의 언어', '영성과 초월적 표현', '자연과의 관계 및 예술의 본질'로 나누어 소개하고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부록에는 앙리 마티스의 예술 세계와 작품들을 톺아볼 수 있도록 작품 사진과 함께 친절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네요. 단순히 글만 필사하는 게 아니라 마티스의 드로잉을 감상하며 나만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어서 진짜 나만의 창조와 영감의 노트로 만들 수 있네요. 실타래로 풀어놓은 듯한 그림 아래에, "나의 목표는 마음의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 풍경은 나를 에워싼 세계와 내 안의 깊숙한 울림이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나는 그곳에 깃든 존재들을, 하늘과 바다처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28p) 라는 글이 적혀 있어요. 마음의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는 거예요. 마티스의 그림처럼 얽힌 듯 풀어져 있으나 끊기지 않고 연결된 모습일 수도 있고, 굵은 붓으로 칠해져 있는 색 그 자체일 수도 있어요. 정해진 답이 없고, 나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일종의 해방감을 주네요. 마티스의 글과 드로잉이 영감이 되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부록 뒤에는 빈 노트가 있어서 자유롭게 마음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네요. 작지만 풍요로운 책,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를 당분간 곁에 두고, 예술적 감각과 사유의 힘을 키워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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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 그림책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마법 같은 순간
조숙경 지음 / 예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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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는 너를 배 속에 품었을 때부터 그림책을 조금씩 사모으기 시작했어.

네가 태어나면 같이 볼 그림책들. 그땐 형편이 넉넉지 않아 책 한 권도 얼마나 신중하게 골랐는지 몰라.   ··· 자라면서 넌 그림책이 아닌 진짜 세상으로 나아갔고 엄마는 아직 그림책 세상에 머물러 있어.  너와 같이 본 그림책 덕분에 그림책 작가가 되었잖아." (6-7p)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책이에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는 그림책 작가 조숙경 작가님의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시간들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짓게 되었네요. 어찌보면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자녀를 키우는 모든 이들에겐 우리 이야기라고 느껴질 거예요.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무 살이 된 딸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을 위해서 어린 시절 딸이 사랑했던 그림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대요.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스무 살이 된 모든 이들을 위한 그림책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수많은 그림책들 가운데 유독 아이가 좋아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주는 책이 있어요. 무엇이 그렇게 좋은 건지, 읽다 보면 그 마음이 전해져서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물론 지칠 때도 있어요. 계속 또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그만!"을 외쳐야 하는 순간들,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었구나 싶네요. 아이와 함께 본 그림책들을 고이 잘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정리를 했는데, 그림책들마다 추억이 묻어 있더라고요. 상당수는 도저히 이별할 수 없다고 해서 도로 책장에 꽂혀졌네요. 가끔 그림책을 펼쳐보는데 신기하게 나 자신에게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면 그림책 자체가 마법 같기도 해요. 여기에 소개된 그림책들과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소한 일상 속 행복과 다친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 자신의 길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주네요.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 여전히 마음 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지닌 놀라운 힘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림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요.

"예전에 엄마는 행복을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너를 낳고 키우며 작고 소소한 순간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되었어. 네가 좋아했던 그림책 《넬리의 집》 (클라스 베르블랑크 글·그림, 느림보)에도 그런 행복이 담겨 있었어. 넬리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곳에 커다랗고 멋진 집을 지었거든. 그런데 집 안을 둘러보던 제비가 여기서는 숲이 안 보인다고 하지 뭐야. 넬리는 큰 벽을 하나 허물고 숲을 보게 됐어. 산이 안 보인다는 곰, 연못이 안 보인다는 오리, 목장이 안 보인다는 소를 위해 넬리는 벽을 계속 허물어. 결국 넬리의 집은 문과 지붕만 남고 말아. 친구들이 모두 모이고, 넬리는 마지막으로 문짝까지 떼어내 불을 피워. 지붕만 남은 집에서 다 함께 잠이 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지. ··· 엄마는 읽으면서 행복은 완벽한 집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어. 넬리의 집이 점점 사라져 지붕만 남게 되었지만, 그 자리에 숲과 산, 연못과 목장이 생기고, 친구들과 함께였잖아." (100-103p)

"엄마가 마음이 허전할 때 펼쳐 보는 책이 하나 있어. 《벤지의 선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두산동아) 이라는 책이야. 그 책엔 털이 수북한 양, 벤지가 나와. 뚱뚱하고 먹보라고 놀림받던 벤지, 항상 노력하지만 늘 실수투성이에,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하지만 마지막에 친구들은 벤지의 털로 만든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나서야 알게 돼. 벤지가 얼마나 좋은 양이었는지를···. 살다 보면 오해도 받고, 비난을 받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 실수할 때가 있어. 아무개 씨는 별을 만들다 실수하더라도 버리지 않아. 작은 파란 상자에 잘 보관하고, '실수 별 상자'라고 다정하게 이름까지 붙여 주지. 네 마음에다 '실수 별 상자'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했다면, 후회하고 자책하는 대신 실수를 받아들이고 가만 기다리는 거야.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진심은 언젠가 통하더라." (214-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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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서머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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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괴기스러운 첫 장면에 그 '이름'이 등장하네요.

"워싱턴 포, 당신을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지 않은 내용은 나중에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은 모두 증거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15p)

M.W. 크레이븐 작가의 《퍼핏 쇼 The Puppet Show》를 읽었다면 단박에 알아챘을 텐데, 이번에 《블랙 서머 Black Summer》를 처음 접하면서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네요.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퍼핏 쇼 The Puppet Show》는 2018년 출간되어, 이듬해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골드 대거상'을 수상했는데 우리나라에는 2023년 처음 소개되었으니, 약간 뒤늦은 감이 있네요. 이 시리즈는 2025년 현재 일곱 권이 출간되었고, 각 시리즈들이 스릴러 추리 범죄소설 분야에서 후보작, 수상작으로 뽑혔으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일단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앞으로 출간될 M.W. 크레이븐 작가의 시리즈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에요.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끝자락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커먼 여름의 공포를 만끽했네요. 주인공 워싱턴 포는 영국 경찰이에요. 6년 전, 엘리자베스 키튼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면서 범인은 체포되었어요. 근데 갑자기 죽었던 엘리자베스 키튼이 살아 돌아오면서, 워싱턴 포는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넣은, 파렴치한 경찰이 된 거예요. 더군다나 살인 혐의까지 누명을 쓰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데, 과연 워싱턴 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우리는 확실히 워싱턴 포의 무죄를 믿고 있지만 드러난 증거들은 포에게 너무나 불리한 것들이에요. 마치 치밀하게 준비된 덫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가 그랬는가는 이미 짐작 가는 인물이 있는데, 생각할수록 소름끼치게 무섭더라고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동시에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건 달랐다. 진정한 도전이었다." (350p)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학의 영역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네요. 무엇보다도 워싱턴 포 경사의 놀라운 촉,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나쁜 놈은 바로 알아채는 능력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아요. 현실에서 사이코패스를 만난다면 그들의 깜짝 같은 연기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자신의 민낯을 숨길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들통나고 만다는 것, 본색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 소설 말미에 "정의는 비록 신속하지는 않지만 구현되었다." (540p)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위안이 되었네요.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바라는 건 인과응보, 정의구현이네요. 죄책감,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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