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서머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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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괴기스러운 첫 장면에 그 '이름'이 등장하네요.

"워싱턴 포, 당신을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지 않은 내용은 나중에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은 모두 증거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15p)

M.W. 크레이븐 작가의 《퍼핏 쇼 The Puppet Show》를 읽었다면 단박에 알아챘을 텐데, 이번에 《블랙 서머 Black Summer》를 처음 접하면서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네요.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퍼핏 쇼 The Puppet Show》는 2018년 출간되어, 이듬해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골드 대거상'을 수상했는데 우리나라에는 2023년 처음 소개되었으니, 약간 뒤늦은 감이 있네요. 이 시리즈는 2025년 현재 일곱 권이 출간되었고, 각 시리즈들이 스릴러 추리 범죄소설 분야에서 후보작, 수상작으로 뽑혔으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일단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앞으로 출간될 M.W. 크레이븐 작가의 시리즈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에요.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끝자락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커먼 여름의 공포를 만끽했네요. 주인공 워싱턴 포는 영국 경찰이에요. 6년 전, 엘리자베스 키튼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면서 범인은 체포되었어요. 근데 갑자기 죽었던 엘리자베스 키튼이 살아 돌아오면서, 워싱턴 포는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넣은, 파렴치한 경찰이 된 거예요. 더군다나 살인 혐의까지 누명을 쓰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데, 과연 워싱턴 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우리는 확실히 워싱턴 포의 무죄를 믿고 있지만 드러난 증거들은 포에게 너무나 불리한 것들이에요. 마치 치밀하게 준비된 덫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가 그랬는가는 이미 짐작 가는 인물이 있는데, 생각할수록 소름끼치게 무섭더라고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동시에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건 달랐다. 진정한 도전이었다." (350p)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학의 영역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네요. 무엇보다도 워싱턴 포 경사의 놀라운 촉,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나쁜 놈은 바로 알아채는 능력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아요. 현실에서 사이코패스를 만난다면 그들의 깜짝 같은 연기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자신의 민낯을 숨길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들통나고 만다는 것, 본색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 소설 말미에 "정의는 비록 신속하지는 않지만 구현되었다." (540p)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위안이 되었네요.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바라는 건 인과응보, 정의구현이네요. 죄책감,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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