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 : 나도 마티스처럼
가비노 김 지음 / 미진사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술가들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앙리 마티스의 어록과 드로잉을 통해 예술적 영감과 철학적 사유를 맛볼 수 있는 책이 나왔어요.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의 부제는 '나도 마티스처럼'이에요. 이 책을 엮어낸 가비노 김은 색채의 거장이자 현대 미술의 선구자인 앙리 마티스라는 예술가의 어록을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쓰는 행위는 기계적인 모사와 달리, 거장의 시선과 손길, 사유의 흐름을 내 안에 새기는 창조적 경험이라고 설명하네요.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천천히 쓰는 행위'를 통해 본래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거에요. 특히 마티스가 강조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눈을 감고 그저 손을 맡겨야 한다" (6p) 라는 창작의 자세를 필사에 적용하여 마티스의 예술 세계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데, 마티스가 말하는 예술은 지친 영혼에 편안한 안락의자와 같은 쉼을 주는 것인 동시에, 부단한 불안의 상태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찾아나서는 창조적 여정이라는 점에서 삶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창조의 상태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예술인 거예요.
이 책은 마티스의 어록들을 다섯 가지 주제, '예술가의 소명과 창조적 시선', '창작의 철학과 방법론', '형태와 색채의 언어', '영성과 초월적 표현', '자연과의 관계 및 예술의 본질'로 나누어 소개하고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부록에는 앙리 마티스의 예술 세계와 작품들을 톺아볼 수 있도록 작품 사진과 함께 친절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네요. 단순히 글만 필사하는 게 아니라 마티스의 드로잉을 감상하며 나만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어서 진짜 나만의 창조와 영감의 노트로 만들 수 있네요. 실타래로 풀어놓은 듯한 그림 아래에, "나의 목표는 마음의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 풍경은 나를 에워싼 세계와 내 안의 깊숙한 울림이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나는 그곳에 깃든 존재들을, 하늘과 바다처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28p) 라는 글이 적혀 있어요. 마음의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는 거예요. 마티스의 그림처럼 얽힌 듯 풀어져 있으나 끊기지 않고 연결된 모습일 수도 있고, 굵은 붓으로 칠해져 있는 색 그 자체일 수도 있어요. 정해진 답이 없고, 나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일종의 해방감을 주네요. 마티스의 글과 드로잉이 영감이 되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부록 뒤에는 빈 노트가 있어서 자유롭게 마음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네요. 작지만 풍요로운 책, 《창조와 영감의 필사 노트》를 당분간 곁에 두고, 예술적 감각과 사유의 힘을 키워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