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관한 에피소드 172
기류 미사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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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즐기는 나, 왜 그럴까?

오싹하고 잔인한 느낌은 굉장히 강렬해서 약간은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본다. 일단 영화라는 장르는 실제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면서도 극적인 느낌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서, 누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슬쩍 멜로 영화라고 말할 것 같다. 

이번엔 공포물 책이다. 아마도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끌릴 만한 내용이다.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욕망에 관한 에피소드 172

이럴 수가, 멜로와 공포의 완벽한 조합이다. 비록 짧은 에피소드를 모은 것이지만 소름 돋을 준비를 확실히 해야 될 것이다.

책 중간에 착실하게 그림 혹은 사진이 실려 있어서 작가가 들려주는 에피소드가 실화임을 상기시켜준다. 프랑스 문학과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찾아낸 끔찍한 사건들은 대부분 충격적이다. 어쩌면 그 동안 봤던 공포 영화는 거의 예고편 수준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단 한 가지 생각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잔인하게 미친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보다 더 잔인하고 사악한 짐승이 또 있을까? 없을 것 같다.

짐승에게는 생존본능이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이유겠지만 인간은 다르다. 단순히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상상을 초월할 만한 사악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책에서 설명한 대로 차라리 단숨에 목숨이 끊어지는 편이 행복하다고 여길 정도다.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인간으로서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서서히 죽이려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무섭다.

어떤 경우는 자신이 만든 처형 기구에 죽음을 당하는 인과응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철저하게 타인의 고통을 즐긴 경우라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 이야기로 봐야 한다.

그런 내용을 무엇 때문에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공포 영화의 법칙처럼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돌아보고 싶고,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하면 뜨고 싶은 주인공 덕분에 공포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무섭다고 하면서도 두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기어이 보는 심정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인간의 유구한 역사 속에 이토록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사악한 본능은 숨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것이 세상에 공포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역사가 말해주듯 악랄한 단두대 등장으로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있지만 그 장면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반응이 어떠하든 잔인한 역사는 인정하기 싫은 진실이다. 인간이 지닌 어두운 내면을 제대로 보고 나니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아니, 조금은 혼란스럽다. 인간답다는 것이 뭘까? 여전히 공포 영화 같은 범죄가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공포를 즐긴다는 자체가 악한 본성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걱정은 걱정일 뿐, 선택은 자유다.

소름 돋는 잔혹한 역사를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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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가 좋아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7
국지승 지음 / 시공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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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큰 애가 먼저 읽더군요. 6살인데 책을 좋아해서 새 책이라고 선수를 치네요.

그 다음에 저와 함께 책을 읽었지요. 역시나 아는 체를 하며 제게 설명까지 해주네요.

초록 바지를 입은 친구 이름은 오토예요. 빨강 치마을 입은 친구는 미미고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책인데 (특별한 사건이나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열심히 이야기해주는

아이를 보니 제가 아이한테 배우는 느낌이 들었네요.

미미와 오토가 나누는 짤막한 대화와 깔끔한 그림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군더더기 없는 그림과 대화 내용인지라 책 제목 "있는 그대로가 좋아!"라는 의미가

머리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네요.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애가 그림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너무나 재미있어 한다는 거죠.

미미가 오토에게 불평하는 대로 오토의 모습이 변하는데 그 모습이 우습다고 책을 보며

신나게 웃더군요.

이럴 땐 속으로 제 메마른 감성을 탓하게 되네요. 함께 웃기에는 너무 어색한 상황이라서. ^ ^

소극적으로 "아~ 그렇게 재미있어?"라고 물었죠.

세상을 반짝반짝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이야말로

멋진 친구인 것 같아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더욱 크게 키울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그 주제 때문이네요.

"있는 그대로가 좋아!"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비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꾸 누구처럼 되려고 하거나 반대로 친구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우가 생기네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원래 아이들이 좋고 싫은 이유가 단순하긴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나'와 '너'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뚱뚱한 친구든 빼빼 마른 친구든 그냥 그 친구라서 좋은 거라는 사실을 그냥 말로 설명해주려면

무척 힘들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아주 단순한 그림과 대화로 모든 것을 알려주네요.

미미가 오토에게 눈이 작다고 불평하면 오토의 눈이 커지고 입이 작다고 불평하면 입이 커진답니다.

과연 오토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결국 미미가 원하는 대로 오토의 모습이 바뀌지만 미미는 깨닫게 되지요.

"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오토가 좋구나."라고요.

어쩌면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불평할 때가 있을 거예요.

"누구는 왜 저럴까?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겠어!"라고요. 하지만 상대방의 모습이 바뀐다고 한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되지요.

미미와 오토처럼 서로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은 온통 괴물 나라가 될 지도 몰라요.

아니면 모두가 쌍동이처럼 똑같은 모습이 될 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이겠어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이좋게 살 수 있으려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겠죠.

그 마음을 일깨워주는 참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쁘네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는 그대로가 좋아!"라고 말하고 싶어져요.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주면서 즐거운 웃음을 주는 책,

<있는 그대로가 좋아>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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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변화시키는 유태인 부모의 대화법 - 부모의 창의적인 대화법이 자녀의 두뇌를 깨운다!
문미화 지음 / 가야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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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란 인간에게 있어 잠을 자는 것과 같다.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시간의 흐름이 길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시기에는 늘 새로운 것을 대하게 되므로 자극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년이 지나면 일 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습관이 쌓이고 또 쌓였기 때문이다.   - 토마스 만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다.

부모로서 올바른 자녀 교육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상적인 면을 보고 배워나간다. 그래서 좋든 싫든 부모의 많은 면을 닮아간다. 습관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믿을 만한 부모의 언행을 통해 조금씩 아이들의 습관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처럼 아이가 잘 되려면 부모가 바뀌어야 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인지라 반성할 때는 고치겠다고 결심하고는 어느새 습관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 책은 유태인 교육법의 핵심인 대화법을 알려준다. 유태인들은 대화만큼 훌륭한 교육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부모가 자주 하는 말이 아이들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대화는 소통의 수단이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없다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요즘 가정 불화나 청소년 비행이 늘어나는 것도 대화법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부모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잔소리나 호통을 대화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모는 분명 아이와 대화를 한 것 같은데 도통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유태인 부모의 지혜로운 교육법을 살펴보면 권위를 함부로 남용하지 않는다. 아이를 대할 때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한다. 당연히 대화도 부모가 주도하기 보다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들어주는 입장이다.

반면, 나의 경우를 돌아보니 한숨이 나온다.

책에서 <화가 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7가지 말> (41p)을 보면 너무도 자주 쓰는 말이라 속이 뜨끔하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욕심을 부리면서 말로는 아이의 기를 죽이고 자존심을 뭉개고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엄마 바쁘니까 이따 이야기해.

빨리빨리 좀 해! 아이구 답답해.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넌 누굴 닮아 이 모양이니?  커서 뭐가 될래?

잘한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거봐, 내가 뭐랬니?

넌 그것밖에 못하니?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공부나 해!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엄마를 귀찮게 해?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말썽이야!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 말 중에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의 대화법을 참고하길 바란다. 습관 중에 가장 오래된 습관이 있다면 언어 습관일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머리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내뱉는 말 속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매일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는가?

부모가 먼저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쳐야 제대로 된 대화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쌓이고 쌓인 나의 습관들을 어떻게 고쳐야 될 지 고민스럽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못 할 일이 또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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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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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 앉아 있으면 조심스레 사람들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의 관찰 대상이 되겠지만. 관찰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보여지는 모습 1%를 가지고 혼자만의 상상을 즐기는 심심풀이 정도다. 바라보던 대상이 전철을 내리면 관심은 사라진다.

요시다 슈이치가 쓴 이 책은 여자에 관한 열 한 가지의 이야기다. 마치 전철에서 마주보게 되는 수많은 여자들 중 열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 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는 평범하게 느껴진다. 다만 그 평범함 속에 지극히 현실적인 예리함을 지니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다반사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우라면 특별한 사건이 될 것이다. 각 단편의 무슨 여자들은 모두 이별을 경험한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시시할 수도 있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삶의 사건들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특별한 것이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

그냥 떠난다고 하면 될 것을, 왜 두 번이라고 했을까?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상황이든 곁에 있던 남자를 떠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떠난다는 것이 여자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사랑이란 몸과 마음을 다해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이별은 그 반대일 것이다. 이미 멀어진 남자 곁을 떠나고, 그 남자를 사랑했던 자신의 마음을 떠나야 비로서 이별이 된다.

주인공 남자들은 하나 같이 여자들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여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별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여하튼 그 남자들은 여자를 몰랐다. 그런데 작가는 너무나 섬세하게 여자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있다.

<울지 않는 여자>를 보면 그녀는 정말 눈물이 많다. 작은 일에도 펑펑 울던 그녀가 둘 사이에 심각한 상황에서는 울지 않는다. 남자는 바보같이 묻는다. 오늘은 안 울어?라고.

너무나 울고 싶을 때는 눈으로 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운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더 바보는 그녀다.  그만둘 수가 없었나 봐.라고 말한다. 솔직히 자기 얘길 못하는 그녀는 다른 사람 얘길 하고 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들여다보는 남자와 여자, 그녀는 냄비 뚜껑을 거칠게 닫는다. 그걸로 끝이다. 과연 남자는 보글보글 끓는 냄비 같은 그녀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나 있을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아마도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길거리에서 혹은 전철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단순히 겉만 봐 왔다면 이 책을 통해 속마음을 본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볼 줄 알아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떠나 보낸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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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리고 시작
김명조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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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으로 갈라선지 반 세기가 지났다. 한 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대한민국이 바라보는 북한은 맞서야 될 적()이며 국가안보를 위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대상인 것이다.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민족애를 말하기에는 대립의 골이 너무나 깊은 것 같다. 물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과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금기시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탈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그 영향일 것이다.

<끝과 시작>은 대한민국의 양심적인 검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은밀한 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북한과 대북 정책의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 사건은 극동 국장 살인사건으로 피해자가 정보부의 국장급 신분이란 점에서 비공개 수사가 진행된다. 살해 혐의를 받은 사람은 피해자의 처로서 이미 범행을 자백했고 공범자는 자살한 상태다. 범인의 자백을 통해 일단락되려던 이 사건이 갑자기 혼란에 빠진 것은 고문과 성폭행에 의한 자백이라는 피의자의 발언 때문이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면 무죄인 것이 법이다. 검사로서 끝까지 범인 추적에 나선 그는 우연히 의문의 지문을 발견한다. 12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망자의 지문인 것이다. 지문의 흔적을 통해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비극 그 자체다.

실제 사건 속에 숨겨진 더 엄청난 진실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그러나 살아 있으면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분단된 조국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심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그 실상을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

십 몇 년을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미워한 부부 이야기나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선 현실이나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부부면 뭐하고, 한민족이면 뭐하나?

그러나 그들의 자녀 혹은 후손들은 어떠한가? 부모가 싸워서 등을 돌렸다고 해서 어느 한 쪽만 편을 들 수는 없다. 갈라선 부모보다 더 괴로운 것은 자녀들이다. 어느 편을 들든 효도와 불효를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부모가 떠나고 남겨진 자녀들은 여전히 나뉘어 싸우는 중이다. 언제쯤 평화가 찾아올까?

<끝과 시작>은 비극이다.

양심적인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분명히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고 누가 범인인지 알게 됐으니 법의 심판을 따르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진실은 법의 잣대로 잴 수가 없다. 조국을 위해 침묵했던 그 사람처럼 검사도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지킨다.

사건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지닌 분단이란 현실은 수많은 비극을 낳았다. 여전히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개인이 국가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국가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대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평화 의지를 지녔으면 좋겠다.

육군 대령 황인성,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어쩐지 실존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의 애국심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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