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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존 그로건 지음, 황소연 옮김, 김서진 그림 / 청림아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말썽쟁이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웬만한 애정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인 말리는 이제까지 보아 온 강아지 중 최고 같다. 말썽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말리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저자 존 그로건과 말리의 이야기는 한 편의 따뜻한 가족 영화를 본 느낌이다. 만약 말리가 존 그로건이 아닌 나에게 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함께 지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들 가족들은 말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며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그들도 험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끝까지 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개를 너무나 예뻐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유별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애완동물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가족이니까 당연한 애정이었구나 싶다.
말리와 그들 가족이 특별한 건,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말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은 바로 가족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외식 소동이 벌어진 얼마 뒤, 나는 도서관에서 바바라 우드하우스가 쓴 <나쁜 개는 없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글쓴이는 개가 버릇이 없다면 그것은 개의 잘못이 아니라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했다.” (121p)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혼자 웃었다. ‘어쩜 육아서와 똑같을까?’하고 말이다. ‘문제아는 없다, 다만 문제부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나쁜 개가 없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나쁘다는 기준은 사람이 정한 거니까. 개가 버릇이 없다거나 말썽을 심하게 부리는 건 사람들에게 불편한 일이지, 개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말리가 저지른 숱한 말썽들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남의 일이라 태평하게 웃을 수 있는 건가?
사람이 한 살을 먹는 동안 개들은 일곱 살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처음에 강아지를 키울 때는 자녀를 돌보듯이, 그 뒤에 나이가 들면 노인을 돌보듯 해야 되는 것 같다. 사람보다 빠르게 인생을 사는 개들을 보며 인생을 배우게 된다.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개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친한 사람이 기르는 개도 사람 나이로 치면 할머니 수준인데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돌보는지 감탄한 적이 있다. 먹기가 힘들다고 죽을 만들어 떠 먹이고, 숨쉬기 힘들다고 산소통을 설치해 놓았다. 기운도 없고 힘들어하기는 해도 잘 견뎌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할 정도다.
개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리와 나>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할 것이다. 개를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바로 나)도 그랬으니까.
말리네 가족들이 보여준 사랑은 보는 이들까지 따스하게 만든다.
가족이란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
세상에 가족이 있기에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말리와 함께 웃으며 즐거웠던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가족들이 있기에 말리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한, 아무리 힘들어도 끄떡없다.
말리 덕분에 소중한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