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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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님과 청구회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청구회는 무슨 단체 이름일까?

막연히 이름만을 보고 뜻을 같이 하던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중앙정보부에서 심문 받을 때, 청구회의 정체와 회원의 명단을 대라는 추궁을 당했다고 한다.

 

청구회 노래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처럼

우리는 주먹 쥐고 힘차게 자란다.

어깨동무 동무야 젊은 용사들아

동트는 새 아침 태양보다 빛나게

나가자 힘차게 청구용사들.

 

밟아도 솟아나는 보리 싹처럼

우리는 주먹 쥐고 힘차게 자란다.

배우며 일하는 젊은 용사들아

동트는 새 아침 태양보다 빛나게

나가자 힘차게 청구용사들.

 

이 노래 가사 속에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가?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존재인가 보다.

신영복님을 알게 된 것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으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이 왜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는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치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20년 간의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다.

이제 와서 ?라는 물음은 부질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은 알고 있을 진실 말이다.

이 책은 1966년 이른 봄날의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청구회의 정체는 영화 속 기막힌 반전처럼 드러난다. 아니, 반전이라고 느낀 것이 괜히 멋쩍은 기분이 든다. 색안경 낀 사람 중 하나가 된 듯하다. 빨갱이로 낙인 찍힌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온통 빨갛게 보이는 것처럼.

문화동에 사는 여섯 명의 꼬마들, 그 아이들은 자칭 독수리 용사들이다. 귀엽게 느껴지는 독수리 용사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살벌한 용사로 느껴질 수도 있다니 착잡한 기분이 든다. 이 모든 것이 분단된 조국을 가진 우리만의 비극인지도 모른다.

<청구회 추억>이 다른 어떤 이의 추억이었다면 흐믓한 미소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섯 명의 꼬마들을 떠올리면 유쾌하고 기특하니까. 각자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그 아이들은 정말 착한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이 세상이 청구용사들을 바로 보지 못하는데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청구회 일원이던 한 명의 어른은 이 모든 추억을 감옥 마룻바닥에 엎드려 기록하였다. 청구회 어린이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난 그 부분이 궁금하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들 나름의 믿음으로 지켜낸 청구회였는데, 그 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중단되고 말았다는 것이 왠지 아쉽기만 하다. 가난한 시절의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 주었던 사람은 감옥에 갇혀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희망을 찾은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희망이 되었건, 1968년 청구회는 사라졌다.

그 동안 잊혀졌던 청구회가 아련한 추억에서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 되었다.

그들의 추억 중에서 특히 서오릉에서 아이들이 준 진달래 한 묶음이 퍽 인상적이다. 수줍게 꽃을 건네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진실되고 거룩한 상징이다.

또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주는 느낌처럼 화사한 봄날이 문득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주년을 맞는 올해, <청구회 추억>은 영어로 동시에 번역된 글이 함께 실려 있다. 따뜻한 그림과 글을 우리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한 점은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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