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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1 - 이외수 오감소설 '환상'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평점 :
이 외수 작가의 소설은 걸리는 게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듯 어려운 것이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무릉도원에 이른 기분이 든다.
주인공 동명이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 제 몫을 다한다. 괴롭히면 괴롭히는 대로, 애정을 주면 애정을 주는 대로…… 세상에서 인연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택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대하는 마음은 내 뜻대로 할 수 있다. 동명이는 키가 작아 땅콩이란 놀림 받을 때도 있었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고 넓은 것 같다.
“세상이 된장찌개라도 된다면 당장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아버지가 바라시는 대로 따스하게 만들어드릴 수가 있겠지만 세상은 결코 된장찌개가 아니었다.” (1권 70p)
태어난 지 이 개월 만에 어느 부잣집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는 동명이는 작고 왜소한 외모 때문에 양부모에게 선택 받지 못한다.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참지 못한 동명이는 보육원을 탈출하여 세상에 나온다. 험한 세상에서 동명이를 낚아 올린 그 사람은 동명이에게 아버지가 되어준다. 생면부지 남이었던 사람도 마음을 열고 껴안으면 가족이 되는 것이다. 상처뿐인 동명이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하고 사랑을 준 그 사람이 왠지 고맙다.
“대부분의 물고기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부모 곁을 떠나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나이를 열 살이나 더 먹은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2권 90p)
동명이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무 간선이라 불리는 백발노인을 통해 우리는 황금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나쁜 놈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나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있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사람들 모두가 나뿐인 놈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절로 나쁜 놈은 생기지 않게 되지.”
할아버지의 대답이었다.
“나뿐인 놈이라니오.”
나는 할아버지의 대답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을 나뿐인 놈이라고 하지.”
할아버지는 나뿐인 놈이라는 말이 변해서 나쁜 놈이라는 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우주만물은 어떤 것이든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느니라.” (2권 146p)
신비로운 황금물고기, 신선과 같은 백발노인은 썩어가는 세상을 정화시키기 위한 의지와 같다. 착하면 바보 되는 세상이라고 다들 독하게 살라고 충고하지만 세상에 독한 사람들뿐이라면 어찌 되겠는가?
주인공 동명이의 삶을 통해 희망을 본다. 인간이 지닌 탐욕은 끝이 없지만 문득 그 마음은 밑 빠진 독처럼 채울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생각에 기인해서 인생을 살아가면 번뇌 속에 흔들리게 되고, 마음에 기인해서 인생을 살아가면 평온 속에 안주하게 되느니라.” (2권 162p)
세상을 낚는 것은 낚시대가 아니라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