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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세계를 위한 공부 - 이기적인 세상에서 행복한 이타주의자로 사는 법
니콜 칼리스 지음, 유라영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 넷플OO 오징어게임 시즌3를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나는 순간이 있었어요.
감정이 먼저 올라왔고, 그 다음엔 먼저 봤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바로 그 장면이라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고, 본능적인 선택을 했는데, 일부 시청자들이 볼 때는 '이기심'을 본능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 같아요. 제 기준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선택이었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던 터라 그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었네요. 인간은 위기에 직면하면 반드시 최악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인데,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이타적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책, 《다정한 세계를 위한 공부》는 건강·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니콜 칼리스의 책이에요.
과학자들은 인간 진화에서 이타심, 협력, 친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려 노력해 왔고, 2006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의 사례 연구를 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도 타인의 문제 해결을 돕고자 하는 본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67p)라고 결론지었어요. 문제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즉 스마트폰이 불러온 '외로움 팬데믹' 시대의 위기인 거예요. 유전체학 연구자인 스티브 콜 박사는 분자 수준에서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려 개발된 앱과 기술들이 오히려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을 악화시키고, 인간을 상품화하면서 서서히 인간 존재의 가치를 폄하하며 멸시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콜은 신경가소성처럼 유전체도 가소성을 지닐 수 있다면서, 유전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지속 가능한 삶의 변화를 실천하고, 목적의식과 자신을 돌봐 주는 공동체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네요. 하지만 유전자 발현이 대물림되기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는 DNA는 단 두 가닥에 불과하므로, 돌봄과 더 선한 삶의 방식을 우리 문화의 중심 가치로 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문화를 바꾸는 일은 사회적 개입을 통해 가능하며, 친절을 습관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냐?"라고 반어법으로 말할 게 아니라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남에게 다정하고, 친절과 관대함을 실천하면 개인의 건강과 사회 전체의 건강이 증진되며, 우리 모두가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다"라고 알려줘야 해요. 지금 해야 할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할 거라는 신뢰를 구축하고 그 신뢰에 기대어 서로 협력하는 거예요. 수많은 친절과 다정함으로 위기에 직면한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다정한 세계를 위한 방법을 배웠네요.
"선한 일을 하세요. 선한 사람이 되세요." (34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