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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 서울올림픽이 만든 88년 체제의 등장과 커튼콜
박해남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정 시기를 되짚어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전과는 다른 분기점으로 바라본다는 뜻일 거예요. 무엇이 왜, 어떻게 바뀌었는가.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은 사회학자 박해남의 책이에요.
우선 왜 1988년인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1980년대를 이야기함에 있어 서울올림픽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연구 대상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1987년 6월로 이어지는 정치적 민주화의 여정, 1980년대 초반의 외채위기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 그리고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그 이후 이어진 실질임금의 대폭 상승 등의 변화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의 변화를, 한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사고와 습속의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서울올림픽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1981년 9월 30일부터 서울올림픽이 막을 내린 1988년 10월 2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경험한 변화는 오늘날의 도시적 삶과 그 기원을 이해함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18-19p)
저자는 서울올림픽이 서울과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으로써 공연론적 접근법, 그리고 게오르크 짐멜로부터 시작되는 문화사회학적 도시론을 채택했어요. 굉장히 학구적인 내용이지만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집중할 수 있었네요. 1988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억하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해이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거예요.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메가이벤트로서 서울올림픽을 하나의 '공연'이라는 관점에서 톺아보고 있어요. 그럴 듯한 공연을 펼쳐보이기 위해 사회구성원과 강제로 공연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을 공연에 동원하는 군인들의 드라마투르기가 1988년이라는 변곡점을 통해 일단락이 되었다는 점에서, '88년 체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군인을 대신해 외국인 또는 세계와 맺은 공연계약에 기초한다고 본 거예요. 한마디로 올림픽이 한국사회를 극장도시로 재구조화했다는 거예요. 올림픽 이후 신도시 주민들이 보여주는 드라마투르기는 공연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무대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의 갈라치기로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생존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차별과 혐오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88년 체제의 한계를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과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지금 시기가 공연계약을 사회계약으로 전환해가는 분기점이 아닐까 싶네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막고 연대와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들어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