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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
박경만 지음 / 책글터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롭게 만년필을 장만했어요. 필기구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매일 쓰다 보니 만년필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잉크를 채우고 펜촉을 촉촉하게 만든 다음, 조심스레 종이 위에 써 내려가다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을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글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우선이지만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은 모두를 위한 명문장 필사책이에요.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 가운데 120권에서 120개의 보석 같은 문장들을 골랐다고 하네요. 원래 책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이 보이면 펜으로 밑줄 긋는 습관이 있어서 그 문장 하나하나를 소중히 간직하다 보니 '분더카머' 저장고가 되었고, 이 책은 그곳에서 꺼낸 물건들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분더카머(Wunderkammer)는 독일어로 '경이로운 방' 또는 '기적의 방'이라는 뜻으로, 16세기 유럽에서 귀족이나 부유층들이 희귀하고 진귀한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던 개인 박물관이나 수집 공간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책의 구성을 보면 각 문장마다 001부터 120까지 숫자가 표시되어 있어서, 매일 꾸준히 하나씩 명문장을 보고,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어요.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데에 무척 도움이 되는 필사책이네요. 여기에 소개된 명문장들은 거의 짧은 문장이라서 읽고 쓰는 데에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거창하게 도전할 필요가 없이 그냥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명문장 아래에 적혀 있는 저자의 소개글 혹은 소감이 흥미로운데 모든 문장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쉬웠네요. 예전에는 무조건 갓 나온 새책이 좋아서 읽을 때도 깨끗하게 보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신나서 밑줄을 긋고, 노트에 옮겨 적게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이미 나만의 분더카머가 있었네요. 한 권의 책속에 문학, 인문, 철학, 예술 등등 다양한 분야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어서, 나 자신과 삶을 돌아보는 값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만년필로 필사할 수 있어서 즐거웠네요.
003
물론 나 자신은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_ 베르톨트 브레이트 (독일 작가)
=> 그 당시 2차 세계대전이었단 사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1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