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 다산어린이문학
도미야스 요코 지음, 이구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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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판타지 동화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와 《여기는 요괴 병원》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리 전래동화에도 빼놓을 수 없는 여우와 요괴들을 현실 세계로 소환하여 왁자지껄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인데 어찌나 흥미롭던지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들어간 느낌이었네요. 바로 그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감성 판타지 소설이 나왔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두 개의 달》은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네요.

책 표지의 두 소녀가 주인공이에요. 미즈키와 아키라, 둘 다 이름에 '달'이 들어가 있어요.

츠다 세츠코라는 일흔의 할머니가 보육원에 있는 미즈키와 선화사라는 작은 절의 주지 스님과 함께 살던 아키리를 입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이상한 조건을 걸고 그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수소문했다는 츠다 할머니, 똑같은 시점에 미즈키와 아키라가 입양되면서 두 소녀는 호숫가에 위치한 별장 '호월장'에서 만나게 돼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두 소녀에게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스터리한 전개 때문에 살짝 호러가 첨가되는가 싶었는데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드디어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네요. 역시나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이 그려낸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네요. 판타지 동화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넘쳤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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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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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실버타운을 홍보하는 영상들이 많아졌어요.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 1천만 명의 시대로 진입했네요.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니,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점점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들이 부각되면서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만약 아무도 겪어본 적 없는 미래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젊음의 나라》는 손원평 작가님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자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다룬 SF소설이에요.

저자는 2020년 발표한 단편 <아리아드네 정원>에서 미래의 노인 수용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고, 이번 소설에서는 그 세계관을 확장시켜서 보다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스물아홉 살의 주인공 유나라가 일기를 쓰는 형식이라서 독자들은 그녀의 일기를 엿보는 존재가 되었네요. 임시직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꿈은 낙원의 섬 '시카모어'에 들어가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거예요. 근데 현실은 그 청소일마저 해고되는 바람에 막막한 상황, 다행히 몇 달 전에 이력서를 넣었던 유카시엘에서 합격 통보가 오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데... 유카시엘은 노인 수용시설로, 최고 등급인 유닛 A부터 돈이 거의 없는 노인들이 머무는 유닛 F까지 나눠져 있고, 주인공이 그곳에서 하는 일은 상담 업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부유한 노인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거예요.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룸메이트 엘리야가 맨날 투덜대던 일을 주인공도 직접 겪게 된 거죠. 어쩌다 보니 유닛 A부터 유닛 F까지 모두 경험하게 되면서 노인 공화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미래 사회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해서, 진짜 이런 미래가 될까봐 소름이 끼쳤네요. 젊음의 나라는 젊음을 '욕망하는' 노인들의 나라는 어떤 지옥을 품고 있을지,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걸, 민아 이모의 입을 통해 들려주네요.

"살아낼 수 있는 데까진 살아낼 거야. 물론 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다시 무너지고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될지 모르지. 그러면 또다시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어두운 희망을 꿈꿀지도 몰라. 그런데 나라야, 그전까지 내겐 시간이 있어.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충분한 시간이. 그걸 알려준 게 너야. 그러니까 너도 네 마음이 이끄는 걸 끊임없이 찾고 좇으렴."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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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어른의 과학 취향 1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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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화학자 장홍제님의 '취향 과학서'라고 하네요.

이 책을 읽기 전, 궁금했어요. 화학자가 화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학책인데 왜 '취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라고, 근데 첫 장을 펼치자마자 바로 알겠더라고요. 아하, 화학을 마신다는 게 진짜로 마신다는 의미였구나!

"술은 화학에 더욱 각별하다. ... 과학적으로는 더욱 순도 높은 알코올을 만들기 위한, 사심으로 해석하자면 목이 타들어가는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더 독한 술을 얻기 위한 증류 distillation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실험 기법이기도 하다. 어릴 적에는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성인이 된 순간 청춘과 추억의 모든 순간에 함께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야 비로소 진정한 기호식품이라는 무게를 갖게 되는 술. 술이라는 물질의 모든 부분을 화학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되는 불편함이 아닌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1p)

오, 그러네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의 측면에서 취향 저격이네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학의 세계로,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술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니 말이에요.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과학자보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저자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술과 화학의 세계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모두 열한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을 '잔'으로 표현하여, 첫 잔은 술을 마시는 이유로 시작하여 열 번째 잔은 술의 마법과 속임수를, 마지막 잔은 술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재미난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기에, 세헤라자드의 천일야화가 탄생한 게 아닐까요. 물론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은 웃음이 팡팡 터지는 재미와는 결이 다르지만 '와, 신기하다!'와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술이 몸을 파괴하는 독임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위험은 삶의 묘미이고, 가끔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라는 앤서니 홉킨스의 이야기처럼 술이 가진 매력은 의미 있다. 특히 물이 녹이지 못하는 물질을 균질한 액체 용액으로 만드는 알코올의 역할은 화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명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알코올이라는 하나의 성분 자체로는 간단하지만, 술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본다면 너무나 복잡한 이 혼합물은 하나씩 분해되어 완전히 해석되었으며, 인류는 이제 술이 만드는 작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139-140p)

어른의 과학 취향 시리즈 첫 번째 책답게, 술의 본질인 알코올 속에 숨겨진 화학지식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렸네요. 술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숙취가 없으니 좋네요. 평소 술보다는 술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다 보니,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적정한 선에서 제어가 되더라고요. 살짝 취기가 오르면 딱 거기까지, 더 이상 마실 이유가 없어서 기분 좋은 상태로 마무리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오랫동안 오늘 우리의 행복한 순간을 위한 건배를 외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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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
박경만 지음 / 책글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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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롭게 만년필을 장만했어요. 필기구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매일 쓰다 보니 만년필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잉크를 채우고 펜촉을 촉촉하게 만든 다음, 조심스레 종이 위에 써 내려가다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을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글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우선이지만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은 모두를 위한 명문장 필사책이에요.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 가운데 120권에서 120개의 보석 같은 문장들을 골랐다고 하네요. 원래 책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이 보이면 펜으로 밑줄 긋는 습관이 있어서 그 문장 하나하나를 소중히 간직하다 보니 '분더카머' 저장고가 되었고, 이 책은 그곳에서 꺼낸 물건들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분더카머(Wunderkammer)는 독일어로 '경이로운 방' 또는 '기적의 방'이라는 뜻으로, 16세기 유럽에서 귀족이나 부유층들이 희귀하고 진귀한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던 개인 박물관이나 수집 공간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책의 구성을 보면 각 문장마다 001부터 120까지 숫자가 표시되어 있어서, 매일 꾸준히 하나씩 명문장을 보고,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어요.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데에 무척 도움이 되는 필사책이네요. 여기에 소개된 명문장들은 거의 짧은 문장이라서 읽고 쓰는 데에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거창하게 도전할 필요가 없이 그냥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명문장 아래에 적혀 있는 저자의 소개글 혹은 소감이 흥미로운데 모든 문장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쉬웠네요. 예전에는 무조건 갓 나온 새책이 좋아서 읽을 때도 깨끗하게 보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신나서 밑줄을 긋고, 노트에 옮겨 적게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이미 나만의 분더카머가 있었네요. 한 권의 책속에 문학, 인문, 철학, 예술 등등 다양한 분야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어서, 나 자신과 삶을 돌아보는 값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만년필로 필사할 수 있어서 즐거웠네요.


003

물론 나 자신은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_ 베르톨트 브레이트 (독일 작가)

=> 그 당시 2차 세계대전이었단 사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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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키는 나라 -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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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올해는 4월 4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고, 국민 개개인의 일상도 겨우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네요.

"···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국민이 지키는 나라》는 122일 동안 진행되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에는 총 17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의 최종변론물과 정청래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탄핵소추요지가 실려 있어요. 지난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장순욱 변호사의 변론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에 그 변론을 포함하여 모든 법률 대리인단의 변론을 읽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전 국민이 지켜봤던 내란 사태, 아마 다들 밤을 꼬박 새웠을 그 날로부터 탄핵심판이 이뤄진 날까지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네요. 주권자가 헌법을 지켜낸 우리의 경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가를 다시금 새겨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오늘 뉴스에서 윤씨가 수의도 입지 않은 채 구치소 바닥에 누워 체포 영장 집행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며 불응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저것이 내란 수괴의 민낯이구나 싶었네요. 품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추태를 부린 윤씨와 그의 일당들이 제대로 처벌받을 때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과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을 다시 읽으면서 필사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내용이기에 모두가 함께 읽고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는 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문득 평온한 일상이 참으로 감사하다고, 국민이 지켜낸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느꼈네요.

"··· 피청구인은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언동을 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말했습니다.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헌법 수호를 말했습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헌법의 말, 헌법의 풍경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그 첫 단추가 권력자가 오염시킨 헌법의 말들을 그 말들이 가지는 원래의 숭고한 의미로 돌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과 함께한, 이 사건 탄핵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 장순욱 변호사, 최종변론문 중에서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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