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 은퇴와 노화 사이에서 시작하는 자기 돌봄
이병남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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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힘이 되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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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 은퇴와 노화 사이에서 시작하는 자기 돌봄
이병남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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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 늙었나봐."

슬그머니 핑계를 댔던 것 같아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면서.

어찌보면 몸의 성장이 멈춘 순간부터 노화는 시작되었으니 늙었다는 핑계는 좀 구차스럽긴 해요. 진짜 마음을 위축시키는 건 따로 있는 데 말이죠.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는 '은퇴와 노화 사이에서 시작하는 자기 돌봄'을 위한 자기계발서예요.

사실 '은퇴'와 '노화'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나름 젊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아직은 필요 없는 내용이라고 여길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 이 책은 '여전히 나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라고 말이에요. 인생의 수많은 고민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나의 쓸모'가 아닌가 싶어요. 어릴 때는 어른들의 칭찬으로, 커서는 일적인 성취를 통해서 항상 증명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애늙은이처럼 살다가 어느새 진짜 늙어버린 듯, 쪼글쪼글 쪼그라든 마음을 이제는 스스로 챙겨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짐했네요.

저자는 전 LG인화원 사장으로 예순한 살에 은퇴한 뒤 완전히 달라진 생활 환경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삶의 모드를 찾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하네요. 나를 세상에 드러내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좋은 평가를 받는 삶을 살다가 하루아침에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된다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나름 2년 전부터 마음으로는 은퇴를 준비했으면서도 막상 닥치니 당혹스러웠고, 급기야 무력감과 우울감이 깊어져서 상담실을 찾찾게 되었대요. "제가 왜 그 전 같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상담 선생님은 "다 지나갔어요!"(29p)라고 답했대요. 이 말이 마음에 와서 콱 꽂히더래요. 은퇴하고 노화라는 신체적 한계를 겪으면서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불편하고 초라한 마음을 그제서야 직면하게 된 거죠. 자신의 몸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데 생각은 저 먼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닫고 나니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바꾸었더니, 현재 일흔하나, 성장하기 딱 좋은 나이를 살고 있다는 거예요.

"느려짐은 노화에 따라오는 당연한 변화입니다. 게을러지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 느려짐을 받아들이고 느려짐 속에서 즐거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은퇴 후 노년을 느리게, 조용하게, 심심하게 지낸다는 것은 부드러워지기 위해서구나! 생명의 본질은 성장이고 성장은 변화를 뜻합니다. 변화의 본질은 곡선입니다. 젊었을 때는 시작점과 도착점 사이의 직선 이동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화 속의 성장이란 변화의 본질인 곡선에 다가가고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부드러워져야 하는 것입니다." (35-36p)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요. 물질적인 풍요로움, 사회적인 성공과 명예... 각자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듯이, 한 개인의 삶도 단계별, 연령에 따라 우선순위가 재조정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변화를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기돌봄이네요. 나 자신과 대면하고 나와 가까워질 때,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만의 고유한 삶의 목표와 지향점을 찾아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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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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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현대의학이 과거에는 손도 쓰지 못했던 환자들을 살릴 수 있게 되었지만, 모든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어요.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질병들이 많다 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비과학적인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네요. 왜 그럴까요.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관점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새로운 지식이나 견해와 충돌하며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합리적 판단과 생산적 결정을 내리려면 관점의 중요성이 내재화되어야 해요. 이러한 태도는 질병을 바라보는 방식뿐 아니라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라는 문제로 확장되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다양한 관점의 중요성을 질병 관점 대전환의 역사로 풀어낸 책이 나왔네요.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분자생리학자인 전주홍 교수님의 책이에요.

전작인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질병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10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생명과학 분야를 소개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질병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관점을 통해 '관점의 대전환'이 의학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가를 알려주고 있어요. 단순히 의학의 역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을 둘러싼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맥락이 무엇인지, 다섯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질병을 설명해주네요.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몸 내부를 들여다보는 해부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질병, 분자가 좌우하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으로 이해하게 된 질병,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의 착수를 계기로 정보적 관점에서 보는 질병을 다루고 있어요. 현재는 빅데이터 플랫폼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더해지면서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 임상적 정보, 질병의 분자병리학적 정보 사이의 연관성이 더욱 정밀하게 파악되면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접근 방식인 정밀의학의 시대가 되었네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맥락과 과정을 이해해야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정밀의학 시대에 어떠한 비판적 고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지식 축적과 기술 발전이라는 최종 산물을 올바르게 잘 활용하려면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인식과 사유의 틀을 갖춰야만 한다는 것, 이것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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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
R. F. 쿠앙 지음, 이재경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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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어에는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도 각자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더라고요. 그 미묘한 차이들이 오해와 다툼을 낳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인간이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차라리 말하지 못했다면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몸으로 진심을 전하려고 애썼을 테니 말이에요. 내뱉는 말들은 거짓일 수 있어도, 행동은 가짜로 꾸며내기가 어렵잖아요. 물론 행동에도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으나 천천히 지켜보면서 기다리면 되니까 성급하게 판단해서 오해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소설의 제목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쏟아졌네요. 구약 성서 창세기편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보면, 원래 세상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날리고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기 시작하자, 주님께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셨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버리셨다는 거예요. 그곳의 이름이 바벨이에요. 여기서 '이름을 날리자'는 말은 신보다 더 강력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고, '흩어지지 않게 하자'는 건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강제와 폭압으로 힘을 구축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늘까지 닿는 탑이란 신에게 가까이 갈수록 강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권력을 차지한 인간이 신이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볼 수 있어요. 마치 강대국의 제국주의처럼 폭력과 압제에 의한 일치가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가져오는가를 경고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하여 놀랍고도 흥미로운 소설로 탄생시킨 장본인이 R.F. 쿠앙 작가님이네요.

《바벨》은 R.F. 쿠앙의 대표작이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대체역사판타지 장편소설이에요. 2022년 출간된 이 작품의 원제는 《Babel : Or the Necessity of Violence , 바벨 : 또는 폭력의 필연성》 이며, 2023년 휴고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었으나 행사가 개최된 중국측에서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후보 명단에 제외시켜서 더욱 세계적 이슈가 된 문제작이네요. 가상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네요. 소설은 19세기 초반, 세계 최강대국이 된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를 무대로, 마법의 은막대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실제 역사와 가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첫 장면부터 강렬하네요. "리처드 러벌 교수가 광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수첩에 적어둔 빛바랜 주소지에 도착했을 때, 그 집에 살아 있는 사람은 그 소년이 유일했다." (17p)라면서 주요 인물인 러벌 교수와 소년의 첫 만남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병이 덮친 마을에서 겨우 숨이 붙어있는 소년의 눈앞에 나타난 러벌 교수는, 마치 해리 포터 속 마법사처럼 얇은 은막대를 꺼내 주문 같은 말로 소년을 깨웠고, 하코트호에 태워서 영국으로 데려갔어요. 왜 자신을 선택했느냐는 소년의 질문에 교수는 은막대를 가리키며, "넌 저것을 할 수 있으니까." (29p)라고 답해주네요. 리처드 러벌 교수는 소년에게 스스로 이름을 짓도록 했고, 소년은 어릴 적 영어 동요집에서 골랐던 로빈이라는 이름과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며 스위프트라는 성을 정했네요. "로빈 스위프트. 넌 실버워크의 비밀을 아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학자가 될 거야. 그게 내가 너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지." (45p)

낯선 나라의 이방인, 살아남기 위해 현지 언어를 배워야 했던 걸리버처럼 로빈 스위프트는 러벌 교수가 이끄는 대로 옥스퍼드대학교 왕립번역원(바벨)에 입학하여 언어학을 공부하며 실버워크의 비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왠지 작은 동양 소년 로빈의 모습에서 중국계 미국 이민자인 R.F. 쿠앙 작가가 겹쳐 보였네요.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대학에서 중국사를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중국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일대학에서 동아시아 어문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저자는 논문보다 더 강력한 소설을 통해 바벨이라는 폭력의 실체를 밝혀냈네요. 정의는 때로 더디고, 진실은 잠시 가려질 수 있으나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만 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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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wangmoo 2025-09-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네요.
 
바벨 2
R. F. 쿠앙 지음, 이재경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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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어에는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도 각자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더라고요. 그 미묘한 차이들이 오해와 다툼을 낳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인간이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차라리 말하지 못했다면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몸으로 진심을 전하려고 애썼을 테니 말이에요. 내뱉는 말들은 거짓일 수 있어도, 행동은 가짜로 꾸며내기가 어렵잖아요. 물론 행동에도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으나 천천히 지켜보면서 기다리면 되니까 성급하게 판단해서 오해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소설의 제목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쏟아졌네요. 구약 성서 창세기편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보면, 원래 세상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날리고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기 시작하자, 주님께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셨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버리셨다는 거예요. 그곳의 이름이 바벨이에요. 여기서 '이름을 날리자'는 말은 신보다 더 강력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고, '흩어지지 않게 하자'는 건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강제와 폭압으로 힘을 구축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늘까지 닿는 탑이란 신에게 가까이 갈수록 강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권력을 차지한 인간이 신이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볼 수 있어요. 마치 강대국의 제국주의처럼 폭력과 압제에 의한 일치가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가져오는가를 경고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하여 놀랍고도 흥미로운 소설로 탄생시킨 장본인이 R.F. 쿠앙 작가님이네요.

《바벨》은 R.F. 쿠앙의 대표작이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대체역사판타지 장편소설이에요. 2022년 출간된 이 작품의 원제는 《Babel : Or the Necessity of Violence , 바벨 : 또는 폭력의 필연성》 이며, 2023년 휴고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었으나 행사가 개최된 중국측에서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후보 명단에 제외시켜서 더욱 세계적 이슈가 된 문제작이네요. 가상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네요. 소설은 19세기 초반, 세계 최강대국이 된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를 무대로, 마법의 은막대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실제 역사와 가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첫 장면부터 강렬하네요. "리처드 러벌 교수가 광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수첩에 적어둔 빛바랜 주소지에 도착했을 때, 그 집에 살아 있는 사람은 그 소년이 유일했다." (17p)라면서 주요 인물인 러벌 교수와 소년의 첫 만남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병이 덮친 마을에서 겨우 숨이 붙어있는 소년의 눈앞에 나타난 러벌 교수는, 마치 해리 포터 속 마법사처럼 얇은 은막대를 꺼내 주문 같은 말로 소년을 깨웠고, 하코트호에 태워서 영국으로 데려갔어요. 왜 자신을 선택했느냐는 소년의 질문에 교수는 은막대를 가리키며, "넌 저것을 할 수 있으니까." (29p)라고 답해주네요. 리처드 러벌 교수는 소년에게 스스로 이름을 짓도록 했고, 소년은 어릴 적 영어 동요집에서 골랐던 로빈이라는 이름과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며 스위프트라는 성을 정했네요. "로빈 스위프트. 넌 실버워크의 비밀을 아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학자가 될 거야. 그게 내가 너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지." (45p)

낯선 나라의 이방인, 살아남기 위해 현지 언어를 배워야 했던 걸리버처럼 로빈 스위프트는 러벌 교수가 이끄는 대로 옥스퍼드대학교 왕립번역원(바벨)에 입학하여 언어학을 공부하며 실버워크의 비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왠지 작은 동양 소년 로빈의 모습에서 중국계 미국 이민자인 R.F. 쿠앙 작가가 겹쳐 보였네요.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대학에서 중국사를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중국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일대학에서 동아시아 어문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저자는 논문보다 더 강력한 소설을 통해 바벨이라는 폭력의 실체를 밝혀냈네요. 정의는 때로 더디고, 진실은 잠시 가려질 수 있으나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만 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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