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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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국보》는 2025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국보>의 원작 소설이라고 하네요.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인 가부키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고 해서 궁금했네요. 일본의 역사와 문화는 잘 모르지만 가부키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근데 첫 장면이 야쿠자들의 신년회라서 어리둥절했다가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1964년, 전쟁 이전부터 이어진 명문 야쿠자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기업을 이끄는 회장님, 정치가, 공연 기획자로 변모하는 과도기였던 거예요. 가부키 배우가 무대 위가 아닌 영화에 등장하던 시절, 가부키의 인기가 한풀 꺾여버린 그때에 가부키 세계에 들어선 소년들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소설이 진행되는 방식이에요. 마치 연극처럼, 가부키를 본 적이 없으니 가부키 같다고 할 순 없지만, 암튼 우리나라 마당놀이에서 극을 이끄는 변사가 있듯이, 여기에서도 해설을 해주는 화자가 있어서 장면과 인물들에 대해 알려주네요.

"'오오, 그 토쿠짱이 돌아왔네. 얼마나 기다렸다고!' 이런 반응을 보이실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마 훗카이도에서 대성공을 거둔 장명을 기대하셨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분들께는 정말로 면목 없게 됐습니다. 그의 모험이 실패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꼭 다음 장에서 본인을 통한 변명을 조금이라도 들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188p)

가부키 문화에 대해서는 낯설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네요. 키쿠오와 슌스케, 두 사람의 관계처럼 인생에는 특별한 인연들이 존재하잖아요.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수많은 인연들이 엮이고 이어져서 운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가부키라는 예술을 통해 깊고 진한 인생의 면면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네요. 누군가의 성공이 결코 운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 마음에 머물러 있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지만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성취들은 많지만 예술의 세계는, 천재적인 재능만이 빛나는 영역이라서 때로는 잔혹하게 느껴져요. 예술을 하는 이들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묘한 감동이 있어요. 예술이 뭔지 몰라도 예술을 향한 그 마음만큼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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