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계획 - 맛 좀 아는 먹브로의 무계획 유랑기
MBN <전현무계획> 제작팀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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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떠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꼼꼼한 계획파도 아닌 것이 대략적인 계획대로 출발해서 나중엔 기분 따라 완전히 바뀔 때도 있거든요. J 와 P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편이라서 이 부분이 잘 맞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 물론 맞는 말인데 맛집 여행이라면 누구랑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 다른 것들을 다 상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제 경우지만 말이에요.

《전현무계획》은 방송 프로그램 MBN <전현무계획>의 제작팀이 만든 책이네요.

이 책은 2024년 겨울, 전현무와 곽준빈이 전국을 다니며 직접 찾아낸 맛집들을 각 지역별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 길바닥은 서울특별시, 두 번째 길바닥은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세 번째 길바닥은 부산광역시, 네 번째 길바닥은 전라도, 다섯 번째 길바닥은 강원특별자치도, 여섯 번째 길바닥은 경상도이며, 지도가 나와 있어서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요즘은 주소만 있으면 내비게이션으로 어디든지 착착, 바로 확인해서 찾아갈 수 있지만 지도를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방송에서는 제작팀이 기획한 맛집 여행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현무와 곽준빈이 발길 닿는 대로, 계획하지 않고 맛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이 발견한 현지 맛집들을 차근차근 알려주기 때문에 맛집 여행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메뉴를 먹을 것인가, 제 경우엔 오래 고민할 필요 없이, 몇 가지 최애 메뉴가 있지만 《전현무계획》을 보고 나니 기준이 명확해졌어요. 침샘이 폭발하느냐, 몸이 먼저 알려줘서 어디를 가야 할지 딱 정해졌네요. 가까운 지역부터 맛집 탐방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전현무계획》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나만의 맛집을 찾아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여행의 묘미, 어쩌면 J 에게는 너무 가혹한 도전일 수 있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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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 - 문구인이 사랑하는 전국 문구소품샵 35곳
모두의 도감 편집부 지음 / 모두의도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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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순수한 동심은 증발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있어요.

문구점에 가면 설레는 마음, 문구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아요.

이제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취미 생활이 되었네요. 그러니 이 책을 보고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요. 거의 보물섬 지도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은 서울에서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하고 있는 인기 문구소품샵 35곳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문구덕후들을 위한 성지순례라고 하면 너무 과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목처럼 취향과 영감을 더해주는 문구점을 찾아 전국을 여행한다고 상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네요. 이 책에서는 각자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도록 다음의 세 가지의 공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소소한 설렘과 아날로그 감성을 수집하는 공간, 두 번째는 브랜드의 철학과 무드를 느끼는 공간, 세 번째는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가장 처음 등장하는 '더 프렐류드 샵'은 매장 외관부터 내부까지 세련된 디자인과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네요. 문구 브랜드 '프렐류드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더 프렐류드 샵'은 대전에 위치해 있는데 문구인들 사이에서는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 여행을 떠날 정도라고 하네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문구점에 가면 꼭 한두 장씩 구입했던 엽서, 한창 모으다가 뜸해진 수집품인데 '성북동 엽서가게'를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요즘 세상에 엽서가게라니, 왠지 그곳에 가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성수동에 위치한 '포인트오브뷰'는 창작의 장면에 존재하는 모든 도구를 소개하는 문구 브랜드이자 도구 편집샵으로 1층은 연필, 펜, 지우개, 노트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문구류와 오브제를 다루고, 2층은 사고를 전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차분한 조명과 어두운 가구들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3층은 창작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 나만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년필, 프리미엄 노트 등 전문가용 문구와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채울 수 있는 도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네요.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문구점들을 둘러보니 특별히 더 관심이 가는 소품과 마음이 끌리는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취향을 재확인하게 됐네요. 개별적인 소개뿐 아니라 부록으로 문구소품샵의 주소록이 정리되어 있어서 문구점 탐방을 원하는 이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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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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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생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네요. 오,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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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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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가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소설 《모비 딕》을 읽고서야 허먼 멜빌의 생애를 알게 됐어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난한 예술가의 고군분투기였네요. 포경선을 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소설을 발표했으나 대중들은 외면했고, 작품 활동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세관 감독관으로 20여 년을 일했기 때문에 멜빌의 부고 기사에는 '문단 활동을 했던 시민'이라고만 적혀 있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어릴 때 읽었던 《모비 딕》은 크게 와닿는 내용이 없었는데, 한참 시간이 흘러 다시 읽을 때는 뭔가 달랐어요.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만한 나이가 되었나봐요. 그래서 명작 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의 생애를 함께 봐야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필경사 바틀비》는 허먼 멜빌의 중단편집으로, 각 작품 속에서 외롭고 고단한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말년에 쓰기 시작해 미완성으로 남긴 <빌리 버드>를 제외하면 모두 <모비 딕> 실패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멜빌이 생계를 위해 여러 잡지사에 투고했던 작품들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바틀비의 행동이 조금 납득되는 측면이 있네요. 변호사인 '나'는 바틀비에게 필사본 대조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바틀비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29p)라고 답했고, "대체 왜, 왜 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라고 물으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라면서 똑같은 답변을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어요. 이 작품에서는 끝끝내 바틀비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본인의 입으로는 들을 수 없었네요. 그저 소문을 통해 그랬다더라, 거기까지 짐작할 뿐이에요. 바틀비는 자신의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애초에 도움을 바란 거라면 '그럴 마음이 없다'고 표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마치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듯, 아무것도 할 마음이 없어진 바틀비를 보면서,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읊조리게 되네요. "아, 바틀비! 아, 인간이여!" (87p)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 <행복한 실패>, <빌리 버드>까지 암울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허먼 멜빌은, 생전에는 가난한 무명 작가였으나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는 주인공이었고, 후대에는 위대한 작가로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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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주은경 지음 / 플로베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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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캐나다의 마돈나하우스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남녀 평신도와 사제들로 이루어진 가톨릭 영성 공동체라고 하네요.  2007년, 방송 다큐멘터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심신이 지쳐 있던 그때 캐나다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고, 독서모임의 지인이 가톨릭 공동체에 2주일 동안 있으면서 엄청 좋았다는 말이 생각나서 마돈나하우스에 이메일을 보냈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에 담아냈다고 하네요. 처음엔 마돈나하우스에 관한 호기심이 컸는데 읽다 보니 저자가 던진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마돈나하우스 이야기를 왜 쓰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마돈나하우스에 머물면서 '왜 여기 마돈나하우스에 있는가?'로 이어지고, 서울에 돌아온 뒤에는 '여전히 일과 성취가 중요한 나에게 고독과 영성은 어디에 자리해야 하는가? 일상이 기도가 되는 삶, 가난하고 단순한 삶, 그리고 내가 희망하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다다르네요.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저자에게 주님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고, 그러한 경험에 대한 내용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네요. 만약 기적처럼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180도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면 굉장히 거리감을 느꼈을 거예요. 단순노동과 명상, 기도를 통해 충만감과 평화를 누리고 있는 마돈나하우스의 사람들처럼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세상은 천국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서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행동하며 사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마돈나하우스의 이야기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보여줄 뿐, 우리에겐 우리의 현실이 있으니까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성과 몰입의 시간, 저자는 우리들에게 살짝 힌트를 준 거예요. 저자의 오래된 순례 덕분에 새로운 순례의 길이 시작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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