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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5p)
요즘 K- Culture 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네요. K-Classics Press 에서 출간된 《유정, All Loving》은 새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유정》을 두 가지의 언어로 표기하고 있어요. 한국어판과 번역본으로 나뉘어진 2권 세트는 익숙한 구성인데, 두 가지의 언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방식은 색다르네요.
첫 장에는 편집 의도와 작품에 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여기 짧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원작이 발표된 당시 조선반도 즉 일제치하의 한국에서는 이 작품으로 인한 상당한 사회적 센세이션이 있었다. 이후, 격동의 역사 속에서 이 작품은 서서히 잊혀졌으며 저자의 마지막 정치적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그의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주변부로 밀려나기도 했다. ... 유정은 한 세기 전의 러브스토리이다. ... 당시의 관점에서 이 소설은 밀리언셀러였다 (1933년 조선일보에 3개월간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도 1만 부가 팔렸다. 당신의 문맹률을 감안하면, 글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대중은 어쨌든 이 소설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 편집자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오늘날 독자들이 특정한 당시의 표현을 이해하기 쉽도록 다소 다른 방식으로 옮긴 부분을 만들었다." (6-8p)
편집자는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서 이광수의 문학 작품을 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의도를 지닌 것 같아요. 한국 문학사에서 근대문학의 새 장을 열었다는 공헌은 인정하지만 그만큼 영향력을 지닌 작가였기에 그의 변절, 적극적인 친일 행각은 씻을 수 없는 과오인 거예요. 여기에서는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소설 《유정》을 만난다는 데에 의의가 있네요. 일단 책을 펼치면 우측에는 우리말이고, 좌측에는 영어 번역본이 있어서 나란히 두 언어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요.
"최 석으로부터 마지막 편지를 받은 지 시간이 꽤 흘렀다. 그는 정말로 바이칼호에 몸을 던졌는가? 아니면 시베리아의 어떤 구석에 숨어서 세상을 잊었는가? 최 석의 뒤를 따라 북쪽으로 멀리 떠난 남 정임은 또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나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18p)라고 시작되는 이야기, 화자는 현재 이곳에 없는 두 사람에 관한 세상 사람들의 온갖 험담을 풀어내면서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변호하고 있어요. 독립운동가 최 석은 죽은 친구의 딸 남 정임을 중국에서 데려와 친딸처럼 키우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의 딸 순임보다 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정임을 미워하네요. 진심으로 본인의 딸과 다름없이 아끼며 사랑해주는 최 석의 마음을, 아내는 왜 다르게 해석했을까요. 안타깝게도 일부 사람들은 못된 제 마음처럼 남들도 똑같을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니 막을 수 없지만 만약 그 감정이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건 억눌러야만 해요. 요즘은 불륜이라는 말이 배우자의 외도로 한정하여 쓰고 있지만 본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다는 포괄적인 의미예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그것이 인륜이며 사람들이 서로 지켜야 할 도리라는 점에서 그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시대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은 바뀐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오해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너무나 사랑하고 아프고, 슬프고... 사랑은 만국공통어가 아닐까 싶네요.
